🍑 金甁梅•제 2편
형제 2회
뒷발질도 실패한 호랑이는 분한 듯 다시 “으흥! 으흐 흥!”
아가리를 짝짝 벌리며 포효를 하고는 이번에는 꼬리를 빳빳하게 쳐들기가 무섭게 그것으로 무송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무송은 잽싸게 그 사나운 꼬리 채찍질도 잘 피해냈다.
대체로 호랑이란 놈은 사람을 잡아 먹으려 할 때 세 단 계로 공격을 한다.
첫 번째는 훌떡 뛰어서 덮치려고 달려드는데, 그것으로 쓰러뜨리지 못하면 다음은 뒷발질로 공격을
가한다.
그래도 안될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꼬리를 채찍삼아 휘 둘어 대는 것이다.
아무리 무서운 힘을 지닌 호랑이라곤 하지만, 맹렬한 기세로 그 세단계 공격을 치르고 나면 어느 정
도 힘이 빠지게 마련이다.
무송은 호랑이의 그런 속성을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세가지 공격을 무사히 피해내자 이번에는 자기 쪽에서 반격을 가해야 된다는 생각이 번쩍 머리에 떠올랐다.
호랑이가 반원(半圓)을 그리며 몸을 돌려 다시 어슬렁 다가오자 무송은 자기도 냅다
고함을 내지르며 있는 힘을 다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런데 재수없게 호랑이는 비켜버리고, 몽둥이가 나뭇 가지에 부딪쳐 두 동강이 나버렸다.
나뭇가지도 우지직 꺽어지며 낙엽이 휘날린다. 이제 무송의 손에는 부러진 몽둥이 반쪽이 쥐어져 있
을 뿐이다.
무송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섭게 으르렁 거리며 호랑이가 재차 달려들자 무송은 훌떡훌떡 날 듯이 뛰어 뒤로 열 걸음 가량 물러섰다. 무송을 덮치지 못한 호랑이는 두 앞발을 쳐들어 날카로 운 발톱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할퀴려는 듯이 다가든다.
무송은 반 토막이 된 몽둥이를 휙 내던지기가 무섭게 죽기 아니면 살기로 훌떡 뛰어올라 냅다
호랑이의 대가리 털가죽을 불끈 움켜쥔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내리 짓누른다.
호랑이는 버둥거리며 일어나려 했으나 이미 힘이 꽤나 빠진 듯 대가리가 차츰 밑으로 내려간다.
무송은 계속 사력(死力)을 다해 내리누르며 발길로 냅 다 호랑이의 눈깔을 연달아 걷어찬다.
눈에서 피가 지르르 흐르면서 호랑이는 울부짖으며 발 톱으로 마구 흙을 할퀴듯 파헤친다.
그 파헤져진 구덩이 속으로 호랑이의 대가리를 밀어넣 어 콱콱 사정없이 짓이기듯 눌러댄다.
그리고 오른 손 주먹으로 쾅쾅 내리치기까지 한다. 마 침내 호랑이는 축 늘어지고 만다.
그러나 아직 숨이 끊어지지는 않은 듯 꿈틀거리는 것을 보자
무송은 얼른 가서 부러진 몽둥이 토막을 주워와 그것 으로 다시 뒷마무리를 하듯 두들겨 댄다.
호랑이가 이제 시뻘건 혓바닥을 축늘어 뜨리고 꼼짝을 하지 않게 되자
무송은 이마에 내밴 땀을 손등으로 썩 문지르며 냅다 환호성을 지르듯 외친다.
“야, 잡았다! 호랑이를 잡았어! 삼 십냥은 내 것이다!”
제 아무리 칠척 거구의 장사이지만 무송은 호랑이를 때려잡고나니
온 몸이 맥을 못출 지경으로 일시에 피로가 엄습해왔다.
“이놈을 고개 밑까지 끌고 내려가야 할텐데 ..”
그러나 당장은 엄두를 낼 수가 없어서 좀 쉬려고 무송은 바위위에 올라가 다시 벌렁 드러누웠다.
이제 술기운도 말짱 몸에서 빠져나가 버린 느낌이었다.
잠시 누워 쉬고 있는데,
어디선지 버스럭 버스럭 수풀을 헤치며 무엇이 기어나오는 듯한 기척이 들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어 약간 긴장을 하며 무송은 무거운 몸을 부스스 일으켰다.
또 호랑이였다.
수풀 속에서 이번에는 두 마리의 호랑이가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어이쿠! 이제는 죽었구나”
무송은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잘 보니 두 마리의 호랑이는 서서 걸어나오고 있었고, 한쪽 손에 창을 들고 있었다.
사람이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옷과 가면을 쓰고있는 것이었다.
사냥꾼인 듯 했다.
두 사람은 무송이 앉아있는 바위 앞으로 다가와서 덥석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아
깊이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정말 놀랐습니다.
혼자서 창이나 칼도 안 쓰시고 맨 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으시다니..
우리는 그 동안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지요. 도대체 어디사시는 뉘신지요?”
“양곡현이 내 고향이오. 성은 무씨, 이름은 송, 무송이라 하오”
그리고 무송은 되물었다.
“그런데 당신네 둘은 뭘 하는 사람이오? 사냥꾼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현지사(縣知事)님으로부터 명을 받아 호랑이를 잡으러 나와 있었지요.
그러나 호랑이에게 덤벼서 때려 잡을 생각은 감히 할 수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러다가 벌써 일곱 명의 사냥꾼이 죽었거든요.
그래서 덫을 놓고 잡으려고 몇날 며칠을 숨어서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당신께서 고갯길을 걸어 올라오시더니 바위 위에 드러눕지 않겠어요.
저러다가 저 사람 오늘 호랑이 밥이 될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마침 호랑이가 나타났고,
그 사나운 호랑이를 놀랍게도 맨주먹으로 때려잡으셨지 뭡니까.
정말 우리는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요? 신기할 따름입니다.”
“나도 처음에는 좀 켕겼으나, 죽기 아니면 살기로 덤비니까 호랑이도 별것 아니지 뭐요.”
“현상이 걸린 호랑이를 때려잡았으니
이제 현청으로 가셔서 지사님을 만나 뵙고 상금도 타셔야지요.”
“그래볼까요. 헛헛허 ...”
무송은 호걸답게 껄껄 너털웃음을 웃었다.
죽어 늘어진 호랑이의 다리를 묶고,
긴 막대기를 그 사이에 질러서 두 사냥꾼이 둘러메었다.
무송이 유유히 앞장을 서고, 그 뒤를 호랑이를 멘 두 사냥꾼이 따르며 고갯길을 도로 내려간다.
고개 밑 마을에 이르자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남녀 노소할 것 없이 무슨 경사라도 난 듯,
혹은 희한한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모여들었다.
그 사나운 식인 호랑이를 맨주먹으로 때려잡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고,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그 주인공이 궁금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장(里長)이 나와서 무송을 맞아들였고,
호랑이는 그 집 마당에 갖다 부려졌다.
소식은 곧 현청에 전해졌고,
얼마 뒤에 관원 한 사람이 찾아와서 무송에게 어디 사는 누군지,
그리고 호랑이를 잡게 된 전후 사정을 물었다.
얘기를 듣고나자 관원은 눈이 휘둥그래지며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주위에 앉았던 마을 유지들도,
“천하 장사로구려”
“호걸이라도 이만저만한 호걸이 아니라니까”
“호걸일 뿐 아니라, 우리 고장의 큰 은인이지 뭔가”
저마다 한마디씩 감탄의 말을 지껄였다.
이미 날이 저물어서 무송은 그날 밤을 그 집에서 묵게 되었다.
사냥꾼들이 가지고 온 몇 가지 산짐승 고기를 비롯한 푸짐한 안주에 집에서 특별히 빚어 비장해 놓은 좋은 술을 실컷 대접받고 얼큰히 취한 무송은 코까지 호걸답게 드르릉 드르릉 요란하게 골면서 잠들었다.
이튿날 아침 무송은 붉은 비단으로 장식한 교자에 몸을 싣고 현청을 향해 마을을 떠났다.
물론 때려잡은 호랑이도 여러 명의 장정들이 들것에 싣고서 뒤따르고 있었다.
일행이 지나가는 길거리에는 구경꾼들이 몰려나와 환호성을 지르고 손뼉을 쳐대기도 하면서 온통 야단들이었다.
무슨 큰 축제라도 벌어진 듯 했고,
개선장군(凱旋將軍)을 환영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무송을 태운 교자와 호랑이를 실은 들것이 현청 정문을 들어서는 것을 현지사는
정청(政廳)에 앉아 멀리 바라보고 있었다.
교자와 들것은 정청 앞뜰에 와서 놓였고, 무송은 교자에서 내려섰다.
칠 척 거구의 젊은 거인(巨人)을 보자 지사는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호랑이를 때려잡을만한 사내로구나 싶었던 것이다.
지사는 시중드는 관원을 시켜서 무송을 정청 위로 올라오도록 했다.
앞에 와서 큰절을 하고서 앉은 무송을 지사는 대견한 듯 바라보며 물었다.
“성명은 뭐며, 어디 사는 젊은인고?”
“무송이라하옵니다. 고향은 양곡현이고요.”
“맨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았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예, 그렇습니다”
“어디 한 번 얘기를 해보라구”
무송은 호랑이를 때려잡게 된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자세히 늘어놓았다.
얘기를 듣고 난 지사는 놀라움과 함께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새삼스럽게
무송의 거구를 바라보았다.
앉아 있는데도 그 무더기가 아마도 보통사람의 두 배는 되어 보였다.
“과연 놀라운 일이로구려. 내 나이 오십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맨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았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구”
그리고 지사는 관원을 시켜 주안상을 내오게 하여 손수 무송을 대접하였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