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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경희사이버대학교 총장
(월간현대경영 2024년 1월호)
시대적 요청 ‘경희 정신’
Chang-Ku Byeon
邊昌九 변창구
경희사이버대학교 총장
2024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를 앞두고, 셰익스피어의 대가(大家)인 경희사이버대학교 변창구 총장을 만났다. 경희(KYUNG HEE)의 겨울은 따뜻했다. 2023년 12월 18일, 서울 경희대 안의 경희사이버대를 찾았을 때 기자는 ‘경희의 봄’에 온 것만 같은 착시(錯視)를 느꼈다. 경희 동산의 나무들도 2024년 봄을 기다리는 듯 포근했다.
오늘의 주제는 경희사이버대 변창구 총장이 추진한 ‘세계인문학포럼’의 성과다. 경희사이버대가 국내 사이버대학 최초로 2023년 11월 8일부터 3일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제7회 ‘세계인문학포럼’을 추진했다. ‘인문학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포럼에는 세계 13개국, 230여명의 인문사회학자와 3천600여 명의 클라이언트가 참석했다 변 총장은 ‘관계의 인문학: 소통·공존·공감을 위하여’란 주제의 이번 포럼에서 추진위원장직을 맡았다. 변창구 총장은 널리 알려져 있듯이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리어왕」, 「맥베스」 등 셰익스피어 작품 연구의 대가(大家)다. 역사학자 토인비 박사가 “문명은 정박(碇泊)하지 않는다”고 갈파했듯이, 제1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기술진보와 혁신에 의해 인류는 AI(인공지능)시대에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문명의 대전환기일수록 인간은 ‘관계의 인문학’에 대한 성찰이 더욱 절실하다고 역설한 변 총장은 AI의 발달로 전 세계의 언어가 번역 가능한 비대면 시대에 이르렀지만 오히려 사람의 소통공존공감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기자는 변 총장의 고견을 경청하면서 이 귀한 말씀을 새해 산업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강한 책무감을 느꼈다. 서울대 인문대학장, 대학원장, 교육부총장을 지낸 우리 시대의 석학 변 총장의 셰익스피어 특강과 ‘관계의 인문학’ 특강을 들어보자! 글_홍윤기 기자
“자유로운 생각이 필요하다.” – 변창구 경희사이버대 총장
“생각은 자유다.(Thought is free.)” – William Shakespeare
변창구 경희사이버대학교 총장
서울대 영문학 학사석사 미국 털사(Tulsa)대 대학원 문학박사
건국대 영어영문학과 조교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서울대 기초교육원장 교무처장 인문대학장 교육부총장 겸 대학원장
학교법인 경희학원 이사 경희사이버대 총장
서울대 총동창회 상임부회장
주요저서: ‘셰익스피어(문학의 이해와 감상)’, ‘영미희곡’
‘셰익스피어: 시대, 삶 그리고 작품세계’, ‘맥베스’ 외 다수
생각은 자유다
“Thought is free.” – William Shakespeare
“생각은 자유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NM(New Management): 오늘 한국 인문학의 대가(大家)요, 셰익스피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총장님을 만나, 2024년 새해 ‘돈’ 이야기가 아닌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을 감사드립니다. 영국의 ‘국가 시인’ 셰익스피어는 “생각은 자유다”라고 갈파했습니다. 총장님은 작년 11월, 교육부와 부산광역시 등이 주최하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7회 ‘세계인문학포럼(World Humanities Forum)’의 추진위원장’을 맡으신 후 ‘공감을 통한 화합’이라는 세션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통의 부재, 차별과 배제, 배척과 혐오 등이 난무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타자와의 공감이 절실하다”며, 셰익스피어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셨습니다. 현대경영 신년호 스타트로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부터 부탁드립니다.
변창구 경희사이버대 총장: 평소에 늘 셰익스피어를 생각하며 그의 책을 가끔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경희사이버대학교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인간 간의 관계를 만들고 소통을 하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보면, 비극은 대부분 소통 문제 때문에 발생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는 리어왕(King Lear)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어왕에게는 코델리아(Cordelia)라는 사랑하는 딸이 있었습니다. 코델리아 역시 아버지를 무척 사랑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비극적인 결별을 하게 됩니다. 헤어질 당시 리어왕이 코델리아에게 “더 할 말 없느냐”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코델리아는 “Nothing(아무 것도 없어요)”이라고 대답합니다.
딸의 대답을 들은 리어왕은 “네가 Nothing이라고 하면, 나도 너한테 Nothing이라고 답해야겠구나”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Nothing”은 서로 대화를 “안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속으론 서로를 아끼지만 대화가 이뤄지지 못한 것입니다. 소통이 안 되는 것이죠. CEO와 직원 간에, 노와 사 간에,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 간의 대화를 보면 내 주장이 진심이면 다 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 거기에서 소통 문제가 발생하는 듯합니다. 대학 총장직을 맡고 있는 저 역시 소통이 어렵습니다. 아마도 우리 모두의 삶 안에 그런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을 피하거나 벗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리어왕과 코델리아의 대화에서 ‘Nothing’은 대화의 단절을 상징합니다.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 말을 하지 못해서 오해가 자주 발생하는 듯합니다.
‘문화세계 창조’의 요람, 경희대학교 &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세계 창조를 위한 ‘경희 정신’
NM: 경희대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경희사이버대학교의 명성(名聲)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왜 “경희사이버대인가” 하는 총장님의 추천사를 듣고 싶습니다.
변 총장: 경희학원은 사학입니다. 사학은 사학의 설립 가치라는 게 있습니다. 설립 가치는 학교의 정체성이고 고유의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경희사이버대는 고등교육기관이면서 미래지향적인 기관이며, 사회에 귀중한 역할을 해낼 인재를 키워내는 미션을 부여받은 기관입니다. 동시에 우리 학교는 ‘문화세계의 창조’와 ‘학문과 평화’를 추구합니다. 즉 문화와 평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시합니다. 이 단어들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학교 설립자께서 왜 ‘문화세계 창조’를 강조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설립자께서는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후 상황, 그리고 6.25를 겪으시면서 우리나라가 늘 분쟁과 갈등의 한복판에 있다고 느끼셨을 겁니다. 우리의 뜻보다는 외세의 뜻에 따라 나라가 좌지우지되는 것을 보며 평화의 중요성을 절감하셨을 것입니다. 경희대학교 광릉캠퍼스에 평화복지대학원이 있습니다. 그 대학원 앞에 “평화는 개선보다 강하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개선’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쟁의 승리는 피를 흘려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스라엘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그런 끔찍한 전쟁의 승리보다 평화가 낫다는 것이 경희 정신입니다. 서로 화합하며 살면서 서로의 인권과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는 세계, 이것이 바로 진정한 문화세계입니다. 1981년 경희학원은 UN이 ‘세계 평화의 날’을 만드는 데 주역이었습니다. 매년 9월 셋째 주 화요일 평화의 날, 경희학원은 평화의 날 기념식을 거행합니다. 이 기념식의 명칭은 ‘피스 바 페스티발(Peace BAR Festival: PBF)’입니다. 바(BAR)는 막대기란 뜻도 있지만 각각 ‘Beautiful, Affluent, Rewarding’의 앞 글자를 합해 만든 신조어입니다. ‘아름답고, 풍요로우며, 존중하며’ 서로 살아나가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발전’이라고 하면, 국가 차원에서 GDP(국내총생산)가 올라가는 것을 말하고, 학교로서는 규모를 키우거나 좋은 학생을 많이 받거나 하는 함의(含意)를 갖고 있습니다. 경희사이버대는 ‘발전’에서도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경희 정신’을 사회에 선순환시키는 것도 학교의 덕목이고, 해야 할 의무 중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는 다른 학교와 달리 ‘후마니타스학과’가 있습니다. 인본주의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기 위한 학과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이버대학은 좀 더 실용적인 교육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경희사이버대는 인간의 가치를 추구하는 학과를 만들었습니다. 대학원 과정 중에도 미래 시민 리더십거버넌스 과정이 있습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정신적으로 아름답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며 인간적으로 보람 있는 (spiritually Beautiful, materially Affluent, humanly Rewarding)’ 가치를 되새겨 보도록 하는 역할을 하도록 경희사이버대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소통 및 공존과 공감을 위하여
NM: 총장님께서는 이번 제7회 세계인문학포럼 추진위원장을 맡아 국제적으로도 ‘한국 인문학’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셨는데요. ‘관계의 인문학: 소통·공존·공감을 위하여’라는 포럼의 대주제는 어떤 함의(含意)를 갖고 있는지요?
변 총장: 제가 세계인문학포럼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서 열다섯 분의 위원과 “어떤 주제를 택할 것인가”를 심층 논의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인이 처한 현실인 갈등, 분열, 소외 더 나아가 “전쟁이냐 평화냐” 하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결국 주제는 ‘관계 인문학’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인간과 사회, 세계와의 원활한 관계를 맺으려면 소통, 공존, 공감 등이 상당히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그런 의도로, 인문학자들이 ‘관계의 인문학’이란 대주제를 선정,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포럼 연사로 구글(Google) 싱가포르 지사에서 일하는 재미동포, 마이클 김이라는 분이 나왔습니다. 구글의 스타트업들이 과연 인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이후 질문시간에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기가 막힌 질문을 했습니다. “구글이 이익을 독점함으로써 타인을 소외시키고 있고 인간 간의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4학년 어린이가 영어로 유창하게 질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이 변하긴 변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수동적인 인재가 어느 사이에 창의적인 인재로 바뀌었고, 이는 선진국으로 가는 하나의 징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순종하는 게 미덕이었습니다. 어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예의를 갖춰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자아의 발전을 가로막은 면도 있었습니다. 과거에 비해 지금 우리 사회는 개방적으로 탈바꿈하였다고 생각합니다.
NM:경희사이버대의 자랑인 후마니타스학과와 재난안전학과도 소개해주시면요.
변 총장: 경희사이버대 후마니타스학과의 후마니타스(humanaties)는 인문학을 말합니다. 후마니타스학과는 소위 말하는 실용학문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경희정신과 연결된 학과로서 인문학적 성찰을 위해 새롭게 신설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사회는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모든 것이 불안정합니다. 최근에는 ‘안전’이 가장 긴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안전을 의미하는 산업안전과 기후위기 대응 등은 모두 인간의 존엄성과 연관돼 있습니다. 경희사이버대학교는 재난안전학과를 확대 개편, 소방방재와 안전공학으로 나누어 학생들을 선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도 열띤 호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학위수여식
‘세상의 무대’에서 주역으로
NM: 교육부가 최근 경희사이버대를 세 차례에 걸쳐 ‘최우수 사이버대학’으로 선정한 배경은 소개해주시죠.
변 총장: 교육부에서 4년마다 한 번씩 대학에 대한 인증 평가를 합니다. 경희사이버대가 최우수 대학이 된 것 자체는 자랑스럽지만 저희 학교의 목표를 평가에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교육기관으로서 내실을 다지고 나름의 의무를 잘 수행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미래 세대를 교육하여 그들이 우리 사회를 견인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NM: 새해 경희사이버대에 입학할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변 총장: 인간은 누구나 욕망이라고도 하고, 꿈이라고도 하는 것을 갖고 있습니다.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그런 꿈을 추구하고 이룰 수 있도록 우리 학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기적인 존재로서 인간은 욕망을 추구하고 꿈을 추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타자와 우리 사회 전체를 고려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자신의 이익 추구에 도취돼 있기 때문에 많은 불행을 겪습니다. ‘경희인’, 또는 ‘경희사이버대인’으로서 ‘문화세계의 창조’에 앞장서기를 기대해봅니다.
NM: 2024년 새해에도 경기가 여전히 불안정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대경영의 주 독자층인 500대기업 CEO에게 보내는 격려의 말씀을 해주시면요.
변 총장: 총장인 저는 CEO는 아니지만, CEO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셰익스피어가 말한 ‘세상은 무대다(All the world’s a stage)’라는 말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CEO란 기관 경영 총책임자라는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CEO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는 절름발이인 리처드 3세(Richard Ⅲ)란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여러 가지 여건상 왕이 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한 좌절과 울분으로 온갖 권모술수를 써가며 악역을 통해 왕이 되었지만 결국은 인간의 본질을 잊은 댓가로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됩니다. 이와 대비되는 인물로서 헨리 5세가 있습니다. 헨리 5세(Henry V)도 왕자로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되는 과정에서 못된 짓과 방탕한 짓도 서슴지 않았지만,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자기 행동에 관해 “내가 이래서 될까” 하는 자기 성찰로 왕의 임무에 충실하고 성공적인 왕이 됩니다.
우리나라 500대기업 CEO들도 당장의 목표달성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희인들이 즐겨 말하는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비전처럼 우리사회의 미래도 그려가면서 새해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인간의 본성을 성찰하는 주인공으로 활약하시길 기대합니다.
NM: 총장님의 새해 덕담 거듭 감사드립니다.
피스 바 페스티발(Peace Bar Festival) 행사
“500대기업 CEO들도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비전처럼 우리사회의 미래도 그려나가면서
새해 세상의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약하시길 기대합니다!”
* 자세한 내용은 월간현대경영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2024.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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