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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일(春日) - 설악산
1. 십이선녀탕계곡의 복숭아탕, 여태 본 중 오늘 수량이 가장 적다
버들 기슭, 복사꽃 시내 화창한 기운 떠 있는데
가지 끝에 새소리는 몹시도 지저귄다
봄이 너로 더불어 무엇을 다투기에
봄바람을 꾸짖느라 쉬지 않는고
柳岸桃蹊淑氣浮
枝閒鳥語苦啁啾
春工與汝爭何事
慢罵東風不自休
ⓒ 한국고전번역원 | 신호열 (역) | 1968
―― 김극기(金克己, 고려 중기 문신, 생몰년 미상), 「춘일(春日)」
▶ 산행일시 : 2026년 5월 17일(일), 맑음, 더운 날씨
▶ 산행인원 : 6명(악수, 킬문, 더산, 표산, 두루, 칼바위)
▶ 산행코스 : 장수대,대승폭포 전망대,1,360m봉,남교리 갈림길,1,362m봉,1,363m봉,주목,1,270m봉,
십이선녀탕계곡,두문폭포,봉숭아탕,응봉폭포,남교리
▶ 산행거리 : 도상 12.5km
▶ 산행시간 : 9시간 20분(08 : 38 ~ 17 : 58)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 가는 시외버스 타고 장수대에서 내림
▶ 올 때 : 남교리에서 시내버스 타고 원통으로 가서, 저녁 먹고 홍천 경유 동서울 가는 시외버스 타고 옴
▶ 구간별 시간
06 : 30 – 동서울터미널
08 : 38 – 장수대, 산행시작
09 : 14 – 대승폭포 전망대
10 : 56 – 1,360m봉
11 : 01 – 대승령 갈림길
11 : 09 – 남교리 갈림길
11 : 40 – 1,363m봉
12 : 05 – 주목, 점심( ~ 12 : 30)
15 : 05 – 1,270m봉
16 : 00 – 십이선녀탕계곡
16 : 14 – 두문폭포
16 : 21 – 복숭아탕
16 : 54 – 응봉폭포
17 : 36 – 남교리탐방지원센터
17 : 58 – 남교리 버스정류장, 산행종료, 원통 가는 시내버스(18 : 10)
18 : 28 – 원통, 뒤풀이와 저녁, 동서울 가는 버스(19 : 30)
21 : 38 – 동서울터미널, 해산
2.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안산과 대승령 주변(이미지 날짜 2024.6.18., 내려다본 높이 3.70km)
설악산도 다른 국립공원과 마찬가지로 지난 3월 3일부터 봄철 산불조심기간으로 출입이 통제되었던 주요 탐방로가
5월 16일부터 풀렸다. 아마 어제부터 무박산행 설악산은 등산객들로 엄청 붐비었으리라. 작년에는 5월 27일이었다.
설악산 무박산행으로 한계령에서 새벽 3시에 서북주릉 한계삼거리까지 2.3km를 가는 데 시종 앞사람의 뒤꿈치를
보면서 줄을 이어 갔다. 1시간 40분이나 걸렸다. 그날 이후로 주말에 설악산 무박산행은 피하게 되었다.
그래서도 오늘은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 당일 산행이다. 그간 적조했던 악우들과 모처럼 함께 하는 산행이다. 오늘
06시 30분에 동서울에서 장수대를 경유하여 속초 가는 40인승 시외버스는 만원이다. 나는 버스표를 한 달 전에
예매하였는데 마지막 남은 한 장을 간신히 잡았다. 오늘 장수대 그리 넓지 않은 주차장이 승용차들로 꽉 찼다.
무박이거나 당일로 대승령을 오르려는 사람들이리라.
무릇 산행은 무게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배낭 무게를 줄이려고 휴대하는 칫솔도 반 토막 낸다고 한다. 더산 님이
장수대 출입문 앞에서 계란 1개씩 나누어준다. 더산 님 아내가 여섯 사람이 함께 간다고 하자 유기농 삶은 계란 6개
를 싸주었다고 한다. 어차피 산행 중에 나누어 먹을 것이니 미리 주는 게 배낭 무게를 줄이는 데 얼마나 큰 이익인
가! 이후로도 누구나 자기 배낭 무게를 줄이려고 탁주도 내 탁주가 아니면 절대 마시지 않는다.
이 시간에 대승령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우리와 다른 한 팀뿐이다. 한산하다. 노거수가 하늘 가린 평탄한 돌길을
지나 사중폭포 계곡을 데크로드로 건너고 데크계단 오를 때였다. 발맞추며 함께 가던 칼바위 님이 갑자기 뒤쳐진다.
어련히 오시겠지 하면서 올랐는데, 알고 보니 계란 먹을 때 겉옷을 벗으면서 휴대전화를 그곳에 놓고 왔다고 한다.
다행히 그대로 있더란다. 아마 가슴이 철렁했으리라. 어찌 생각하면 기쁨은 내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대승폭포 가는 길이 가파른 슬랩 덮은 데크계단의 연속이다. 데크계단이 없던 때는 대체 어떻게 갔을까 궁금하다.
데크계단 오르는 중에 전망이 트이는 데는 설악산을 다녀간 옛 사람들의 시를 전시했다. 가쁜 숨 고를 겸 대충 훑어
본다.
조선 후기의 문장가이자 시인인 유하 홍세태(柳下 洪世泰, 1653~1725)의 7언 율시 중 일부다.
寒溪瀑比朴淵雄 한계폭포(대승폭포) 박연폭포의 웅장함과 비견되니
落勢銀河掛半空 떨어지는 기세는 은하수가 하늘에 걸려 있는 듯
萬壑四時吹亂雪 골짜기에는 사계절 내내 어지러이 눈처럼 날리고
蒼崖白日鬪雙虹 푸른 절벽엔 한 낮에 쌍 무지개 뜬다지
3. (대승폭포 가는 길에 뒤돌아본) 가리봉 주변
4. 대승폭포 왼쪽 암벽
5. 가운데가 가리봉, 오른쪽은 주걱봉
6. 대승폭포 왼쪽 암벽
7. 대승폭포, 건폭이나 다름없다.
8. 딱따구리가 뚫어놓은 구멍
여러 개의 구멍은 딱따구리가 파놓은 둥지다. 딱따구리는 매년 번식기마다 썩거나 무른 고목 줄기에 구멍을 새로 뚫
어 둥지를 만든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 나무에 여러 개의 구멍이 남게 되고 딱따구리가 쓰고 버린 오래된 둥지 구멍
은 직접 나무를 뚫지 못하는 동고비, 박새, 소쩍새, 원앙 같은 다른 새들이나 하늘다람쥐, 다람쥐 등의 소형 포유류
가 물려받아 겨울을 나거나 새끼를 키우는 소중한 보금자리(숲의 아파트)로 재활용된다고 한다.
9. 홀아비바람꽃
아울러 뒤돌아보는 가리산과 촛대봉, 주걱봉이 위압적이다. 어느 해인가 저 주걱봉을 그 북릉 타고 오른 일이 내게
는 큰 자랑거리이다. 대승폭포 전망대에도 대승폭포에 대한 한시가 여러 수이다.
다음은 조선 중기의 문인 삼연 김창흡(三淵 金昌翕, 1653~1722)의 「한계폭(寒溪瀑)」 일부이다.
그런데 공단에서는 앞의 시와 뒤 시의 작자를 서로 맞바꿔 놓았다. 착오다.
危哉寒溪瀑 아스라하여라, 한계폭포여
起自萬丈壁 만 길 절벽에서 떨어지다니
壁高不著水 절벽이 높아 물은 붙어 있지 못하고
蒼蒼竟一石 푸르디푸른 하나의 돌이라네
다음은 조선 후기 화가인 능호관 이인상(凌壺觀 李麟祥, 1710~1760)의 「한계관폭(寒溪觀瀑)」의 일부이다.
神嶽千峯擁 신령스런 큰 산 천 개의 봉우리가 옹위하며
天河一氣分 하늘의 강 하나의 기로 나뉘었다
滀藏深日月 저장된 물은 해와 달보다 깊고
鎔鑄出煙雲 빚어놓은 듯 아지랑이 구름사이로 솟아났다네
다음은 조선 후기 문인인 해좌 정범조(海左 丁範祖, 1723~1801)의 「한계폭(寒溪瀑)」의 일부이다. 공단은 이 시
의 작자를 삽교 안석경(霅橋 安錫儆, 1718~1774)이라고 착오하였다. 삽교 안석경의 「대승폭(大乘瀑)」이란 시는
그 옆에 따로 있다.
靑壁千尋勢 푸른 절벽 천 길의 형세
飛流一道懸 하나의 물줄기 날듯이 매달려 흐른다.
風飄稀到地 바람이 세차 땅에 떨어지는 게 드물고
空暎盡爲煙 허공에서 햇빛 받아 모두 안개 되었다.
어쨌든 오늘 건폭이나 다름없는 대승폭포의 모습과 가장 비슷하다. 대승폭포 지나면 잠시 등로는 완만하다. 우리는
대승령을 곧바로 오르지 않고 옛길로 간다. 산자락 소로가 수북이 쌓인 낙엽에 묻혀 있어 자칫하면 지나치기 쉽다.
옛길로 가면 안산 갈림길인 1,360m봉까지 3.8km이고, 대승령을 경유하면 4.4km이다. 0.6km가 짧은 대신 가파르
게 오른다. 무덤 두 곳 지나고 휴식한다. 탁주 지부지처가 산행문화로 자리 잡았다.
옛길은 궂은 날이 더욱 운치가 있다. 주변 노거수들의 안개 속 풍경은 환상적이었다. 그예 취해 힘 드는지 모르고
올랐는데, 오늘은 맑은 날이라 오히려 걸음걸음이 팍팍하다. 대승폭포 왼쪽 능선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고 가파름은
한결 수그러든다. 주변에 우거진 녹음방초에 눈 돌릴 여유가 생긴다. 그렇지만 거기를 누빌 생각은 조금도 없다.
괜히 물욕에 사로잡히기라도 하면 먼 갈 길에 배낭 무게를 더할 것이니 애써 자숙한다.
11. 안산
12. 가운데는 귀때기청봉, 왼쪽 멀리는 대청봉
13. 가운데는 귀때기청봉, 왼쪽은 끝청과 중청
15. 큰앵초
16. 연영초
17. 큰앵초
19. 안산
20. 맨 왼쪽은 공룡능선
안산능선에 오른다. 올해도 귀룽나무는 구름처럼 우리를 반긴다. 귀룽나무를 북한에서는 구름나무라고 한다. 왼쪽
에 대한민국봉(1,396m)이 가깝고 조망이 트이지만 거기는 비탐인 안산 출입을 통제하는 국공에게 걸리는 수가 있
다 하니 들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직각 방향 튼다. 곧 대승령 갈림길이다. 일단의 등산객들이 이른 점심식사 중이다.
우리는 왼쪽 남교리 갈림길 쪽으로 간다. 이때부터 등로 주변에는 홀아비바람꽃, 큰앵초, 연영초 등 야생화들이
발길을 붙든다.
나만 그들과 눈맞춤 하느라 바쁘다. ┫자 갈림길. 발소리 말소리 숨소리 죽이고 금줄을 넘는다. 등로는 사납다. 돌길
에다 잡목과 덩굴 숲이 우거졌다. 발로 더듬어 등로 찾는다. 앞서간 일행은 숲에 가려 금방 눈에 띄지 않는다. 하늘
트인 바위지대가 나오면 당연히 들러 먼 데 서북주릉 봉봉을 살핀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이때쯤 보았던 백작약과
금강애기나리, 나도옥잠화가 감감 무소식이다. 일행들에게 혹시 이들을 발견하여 알려주시면 후사하겠노라고 광고
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 칼바위 님만 피나물을 보고서 으쓱한 게 전부다.
1,363m봉이 ┫자 응봉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간다. 드넓은 잡목 섞인 초원을 간다. 거대한 주목이 이정표다. 우리
나라에 이보다 더 큰 주목이 있을까? 누구라도 두위봉 주목을 떠올릴 것이다. 두위봉의 주목은 천연기념물로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한다. 수령 약 1,400년. 그렇지만 나는 흉고를 따져서는 이 주목이 그보다 더 크리
라고 본다. 나는 이런 거목을 보면 두고두고 기분이 상쾌하다.
주목 옆에서 점심밥 먹는다. 간편식이다. 주변의 곰취가 큰 반찬한다. 김밥도 곰취에 싸서 먹고, 빵도 떡도 곰취에
싸서 먹는다. 그냥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맛있다. 그러고서 각자 흩어진다. 외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광활한
초원을 누빈다. 박새가 융단처럼 깔린 초원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마냥 누벼도 좋을 초원이다. 누비다 보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하려는지 잊고 만다.
15시가 가까워지자 1,270m봉에 저절로 모인다. 응봉 쪽을 내린다. 암릉 암봉과 맞닥뜨리고 그 왼쪽 사파른 사면을
트래버스 하여 넘는다. 응봉 오르기 전 안부께에서 왼쪽 생사면을 내린다. 인적인지 수적인지 모를 흔적을 쫓는다.
지도보다 더 정교한 더산 님 후각으로 내린다. 골짜기에 다다라서는 건너편 능선 자락에 붙는다. 십이선녀탕계곡이
가까워서 다시 골짜기 건너고 한 피치 길게 쓸어내려 십이선녀탕계곡이다.
더산 님은 어느새 내려와서 와폭 아래 탕수(湯水)에 들었다가 나온다. 나머지 일행은 헐떡이며 도착하는데 말이다.
킬문 님의 감탄이다. 햇수로 25년은 더 되었을 것이다. 대간거사 님이 더산 님 이전의 ‘안트공’이라는 이름을 너무나
도 적확하게 잘 지었단다. 나 역시 전적으로 동감한다. 오늘 산행 내내 더산 님의 행보가 그러했다. 더산 님 말고는
탕수에 들 여유가 없다. 더산 님만 노산 이은상의 시조 「탕수동(湯水洞)」을 맛본다.
년만년(年萬年) 큰 공 드려 탕(湯)을 여기 파내시고
사람 짐승을 다 못 들게 하시거늘
눌 위해 이 맑은 옥수(玉水) 밤낮 괴어 두시는고
송림(松林)에 높은 달이 하늘 먼 길가 울적에
이 탕(湯)에 잠깐 들어 쉬어가라 하심이리
원(願)컨대 이 허울 벗고 나도 달이 되옵고자
남교리 탐방지원센터까지 5km 정도 남았다. 거기서 남교리 버스정류장까지 1km이다. 지금 시각 16시, 원통 가는
버스는 18시 10분에 있다. 시간이 빠듯하다. 돌길의 연속이라 조심스럽게 줄달음한다. 그래도 두문폭포와 그 아래
복숭아탕 팔폭팔탕을 모른 채 할 수는 없다. 복숭아탕은 여태 본 중 오늘이 가장 수량이 적다. 카메라에 얼른얼른
담는다. 응봉폭포 가기 전 이름 없는 폭포가 볼만하다. 응봉폭포 지나면 사납던 돌길은 부드러워진다.
남교리 탐방지원센터 앞 가게의 도랑물에 세면 탁족하고서 북천을 십이선녀교로 건너고, 왼쪽 길로 가다 굴다리 지
나고, 다시 왼쪽 길로 한참 가면 남교리 마을이고,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원통 가는 시내버스는 정확하게 18시 10분
에 온다. 우리의 오늘 산행이 자로 잰 듯이 시간을 딱딱 맞춘다. 원통 도착 18시 28분. 분초가 아깝다. 터미널 앞에
25시 편의점과 그 옆에 여러 파라솔 탁자가 있다. 일단 이가 시리게 차디찬 소맥을 두 잔씩 연거푸 들이켠다. 그리고
서 길 건너 중국집(손님 많은 맛집이다)에 들어 짜장면과 짬뽕을 곱빼기로 주문한다.
서울 가는 길. 얼근하고 노곤한 졸음에 금방 홍천이고, 고속도로 터널 몇 번 지나니 동서울터미널이다. 올해 봄 숙제
를 만점에 가까도록 마쳐서 개운하다.
21. 연영초
24. 거대한 주목, 아래는 표산 님
25. 연영초
26. 큰앵초
27. 십이선녀탕계곡
28.1. 두문폭포
28.2. 복숭아탕
29. 응봉폭포 위쪽 폭포
30. 응봉폭포

첫댓글 모처럼 반가운 분들과 산행하셨네요. 봄 설악. 저도 이번주 만끽하러 갑니다.
지금 설악은 봄의 절정입니다.
즐거운 산행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