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은 김봉화씨의 인공관절치환술 치료 전(왼쪽)과 치료 후. 사진제공=제일정형외과
[제일정형외과병원·농민신문 공동기획] 백세시대 척추·관절 튼튼하게
⑤·끝 인공관절치환술로 회전근개 파열 고친 김봉화씨
어깨 감싸는 힘줄 ‘회전근개’ 파열되며 짧은 시간 농사일도 버거울 정도 통증
관절염까지 발생…인공관절치환술 치료 10명중 8명 수술 후 15년 관절 기능 유지
농촌 어르신 오래된 질환 무뎌지기 일쑤 ‘참으면 낫겠지’ 생각 말고 전문의 찾아야
경북 포항시 동해면 신정리에 사는 김봉화씨(82)는 5년 전부터 어깨 통증에 시달렸다. 팔을 조금만 올려도 고통스러워 짧은 시간 동안의 농사일도 버거울 정도였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진통제 주사를 맞아봤지만 그때뿐이었다.
김씨는 참다 못해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고자 우리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X-ray)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그의 상태를 점검해본 결과, 양쪽 어깨 모두 더이상 쓸 수 없을 정도로 닳았다. 힘줄이 끊어진 채 어깨를 오래 사용하다보니 관절염도 덩달아 심해졌다.
김씨는 결국 ‘회전근개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감싸는 네개의 힘줄을 말한다. 극상근(가시위근)·극하근(가시밑근)·소원근(작은원근)·견갑하근(어깨밑근)이 이에 해당한다. 힘줄은 어깨관절을 안정감 있게 잡아줘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힘줄이 노화, 과한 노동, 운동으로 끊어지는 게 회전근개 파열이다.
회전근개 파열을 일찍 발견하려면 증상을 잘 살펴봐야 한다. 김씨가 겪은 어깨 통증은 회전근개 파열의 대표 증상이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힘줄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지면서 통증이 더 심해진다.
팔에 갑작스레 힘이 빠지는 현상이 반복돼도 이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힘줄은 뼈와 근육 사이에 힘을 전달하는데, 이것이 고장 나면 온전히 힘쓰기가 어려워진다. 가벼운 물건을 들다가도 갑자기 떨어뜨릴 정도로 힘이 빠지기도 한다. 어깨가 뻣뻣해져 상체운동에 제한이 생기거나 능동적으로 팔을 올리기 어려워지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밖에 뒷목이 뻣뻣해져 눕기 어렵거나 어깨 운동을 할 때 통증과 함께 무엇인가에 걸린 듯한 소리가 난다면 회전근개 파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회전근개 파열은 보통 노화가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최근 골프·테니스와 같이 어깨를 사용하는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30∼40대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김씨는 관절염까지 같이 발생한 터라 ‘인공관절치환술’로 치료하는 게 가장 적절했다. 치료법은 파열의 정도·위치에 따라 다르다. 먼저 파열 범위가 6mm 이하라면 수술을 배제한 치료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파열 위치도 고려 사항이다. 관절면 쪽 파열은 어깨와 팔의 움직임에 제한이 없고 통증만 있어 비수술적 치료 효과가 높은 편이다. 반면 점액낭 쪽 파열은 통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깨와 팔의 움직임도 자유롭지 않아 수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파열 정도가 심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스테로이드 주사 방식을 권한다. 3∼6개월간 치료해도 차도가 없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반복해 사용하면 오히려 힘줄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수술치료는 관절경을 이용한 회전근개봉합술과 인공관절치환술이 대표적이다. 관절경을 이용한 봉합술은 5㎜ 정도의 구멍을 내 관절 안을 화면으로 관찰하면서 찢어진 회전근개를 봉합한다. 기존 절개술보다 통증이 심하지 않고 주위 조직의 손상을 줄여줘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김씨처럼 파열이 심하고 관절염까지 있는 상황이라면 봉합술이 어려워 인공관절치환술을 해야 한다. 봉합술을 하더라도 다시 파열될 수 있어서다. 인공관절치환술은 수술 후 15년까지 85% 정도 재수술 없이도 관절이 기능을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인공관절치환술은 어깨의 해부학적 구조를 그대로 재건하는 일반적인 수술법과 어깨뼈·관절 구조를 반대로 재건하는 역행적 인공관절치환술로 구분한다. 팔뼈나 어깨뼈 자체에 문제가 있으면 일반적인 인공관절치환술을, 회전근개가 파열된 지 오래돼 인대 조직이 지방처럼 변하거나 너무 약해졌다면 역행적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한다.
농촌 어르신들은 오랫동안 어깨 통증을 앓아 질환에 무뎌지기 일쑤다. 봉합술을 적용할 수 없을 정도로 힘줄이 손상되고, 관절염도 심한 상태로 병원에 오는 사례가 많다. 이때는 인공관절치환술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회전근개 파열은 자연스레 치유되지 않는다. ‘참으면 낫겠지’라는 생각은 병을 더 키울 수 있다. 해당 질환을 알아차릴 수 있는 다양한 징후에 관심을 갖고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전근개파열증상
어깨가 뻣뻣해져 운동할 때 제한이 있다.
밤에 통증이 심해 밤잠을 설친다.
뒷목이 뻣뻣, 통증 있는 방향으로 눕기 힘들다.
능동적으로 팔을 들어올리기 어렵다.
어깨 운동 시 통증과 함께 소리가 난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