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삼’이라 불리는 무의 3가지 효능
겨울에 자란 무는 조직이 치밀하고 약성도 더 강하다. 무를 동삼(冬蔘), 겨울 산삼이라 불러온 이유다. 겨울 무는 크게 3가지 목적으로 쓰여 왔다. 첫째, 기침·가래약이다. 무를 생것으로 먹었을 때 톡 쏘는 매운맛을 내는 시니그린이라는 성분은 호흡기 점막을 자극해 점액 분비를 촉진한다. 점액 분비가 잘되면 목에 들러붙어 있던 끈적한 가래가 묽어져 배출하기 쉬워진다. 점액이 점막을 보호해 감기 바이러스나 세균 침투도 막을 수 있다.
둘째, 천연 소화제다. 무에는 탄수화물의 분해를 돕는 디아스타아제, 지방 분해를 돕는 에스테라아제라는 효소가 풍부하다. 치킨을 먹을 때 무절임, 짜장면을 먹을 때도 단무지를 함께 먹어야 하는 이유다. 효소는 열에 약해서 가열하면 파괴된다. 소화효소를 충분히 섭취하려면 김치처럼 생으로 먹는 게 좋다.
셋째, 해독제다. 조선시대 왕인 정조대왕은 골초로도 유명했는데, 담배로 인한 독소를 없애고 마음의 화를 다스리기 위해 무를 식치 음식으로 섭취했다는 기록이 있다. 무에는 식물성 유황 성분이 풍부해 담배뿐 아니라 미세먼지나 중금속 해독에도 도움이 된다. 메밀국수를 먹을 때 무즙을 곁들여 먹어야 하는 이유도 메밀에 있는 살리실아민이라는 미량의 독성 성분이 무를 만나 중화되기 때문이다. 무에는 베타인 성분도 풍부하다. 이 성분은 간의 해독 작용을 돕고 독소를 소변으로 잘 배출하게 한다.
옛말에 ‘자기 전에는 무를 먹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생강을 먹어라’라는 말이 있다. 무의 매운맛은 성질이 서늘해서 기운을 하강시키는 하기(下氣) 작용을 하기 때문에, 저녁에 먹는 것이 좋다. 저녁에 먹은 무는 소화를 촉진해 속을 편안하게 하고, 밤사이 기침 가래가 끼는 것까지 막아준다.
무 식치 처방을 하나 소개한다. 무와 배를 함께 갈아 만든 무 주스다. 같은 양의 배와 무를 갈아 즙을 걸러내면 된다. 배 역시 목의 염증과 기침감기를 다스리는 효능이 있고, 무와 마찬가지로 서늘한 성질이라 편도선염, 후두염, 기관지염 같은 염증도 가라앉힐 수 있다. 무는 초록색 부분이 달기 때문에 주스를 만들 때는 초록색 부분을 쓰도록 한다. 배는 잘 씻어서 껍질째 간다. 항산화제 성분인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배의 노란 껍질에 더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무 주스는 저녁 식후 마시는 게 좋고, 술을 마신 뒤 해독용으로 마셔도 된다. 단, 갑상샘 질환이 있다면 무를 생으로 먹기보다는 익혀 먹을 것을 추천한다. 무에는 고이트로겐이라는 갑상샘 호르몬 생성을 다소 방해하는 성분이 있는데, 열에 약하다. 소화불량이 오래돼서 식사량이 적고 무엇보다 기운이 없는 경우에도 무를 익혀 먹도록 한다. 묽은 가래와 한성(寒性)기침 증상이 있다면 무 식치를 추천하지 않는다.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