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金甁梅•제 3편
형제 3회
하루 아침에 순포도두가 된 무송은 지사의 은혜에 보답 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도 정말 몸을 아끼지 않고 현내에 들끓는 도둑들을 이 잡듯 모조리 잡아들이며,
불량배들을 싹 쓸어버려서 백성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태평한 청하현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했다.
그래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직접 자기가 진두지휘하 리라 마음먹었다.
무송이 부하 포졸(捕卒) 두 명을 거느리고 첫 순찰을 나 간 날이었다.
현청 소재지의 거리를 두루 돌아보고, 오정(午正) 이 되어 점심을 먹으려고 현청 쪽으로 유유 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였다.
저만큼 멀리서 웬 난쟁이 한 사람이 물건을 팔려고 외 치며 걸어오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 난쟁이 행상을 본 무송을 속으로 ‘이 곳에도 우리 형님 같은 사람이 있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형 무대가 이 곳 청하현으로 옮겨와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무송은
대수롭게 여기질 않고서 현청 쪽으로 거리를 꺾어져 돌 아가고 있었다.
멀리서 무송 일행을 본 난쟁이 행상은 짧은 다리로 냅 다 쪼르르 달려서 그들의 뒤를 쫓았다.
“여보시오! 나으릿님!”
큰소리로 외친다. 무송과 포졸 두 명은 거의 동시에 걸 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무송을 보자 난쟁이는 눈이 휘둥그래지면서도 온 얼굴 에 활짝 웃음을 떠올린다.
“아니, 송이 아니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아이구 형님이구려. 형님은 도대체 웬일로 여기에 ... ”
무송도 뜻밖에 난쟁이 행상이 다름아닌 형 무대라는 것 을 알고는 웃음과 함께 입이 딱 벌어진다. 무대가 길바닥에 행상 보따리를 내려놓고 쪼르르 다가 들자 무송은 그만 난쟁이 형을 번쩍 들어서 안으며,
“형님을 여기서 마나다니 ... ” 반가워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칠 척 거구의 무송이 삼 척도 채 못되는 형 무대를 어린 애 안 듯 들어올려서
한쪽 볼을 맞대기까지 하며 반가워하는 모습은 누가 보 아도 우습고 재미있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두 포졸은 자기네 신임 순포도두 형제의 너무나 대조적 인 외모에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슬 그머니 외면을 하기도 했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걸음을 멈추고 서서 그 희극적인 장면을 재미좋다는 듯이 싱글거리면서 구경하고 있었
다.
무송이 안아 올렸던 형을 도로 땅에 내려놓으며 두 부 하에게 명했다.
“나는 오래간만에 형님을 만났으니 형님하고 점심을 같 이 할까 한다.
너희들은 현청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대기하라” “예, 그러지요”
두 포졸이 굽신 허리를 꺾고서 현청쪽으로 걸음을 떼어 놓자, 무송은 형에게 말한다.
“자, 형님. 어디 가서 점심이나 하면서 얘길 합시다” “어디 가긴 ... 우리 집으로 가야지”
그러면서 무대는 행상 보따리를 들고 앞장을 선다. 무송은 얼른 형의 그 보따리를 자기가 받아 들고서 나 란히 걷는다.
나란히 걸어가는 두 형제의 모습 역시 구경거리여서 행 인들 뿐 아니라,
점포의 주인들도 내다보며 싱글벙글 웃음을 떠올린다.
무대는 천만 뜻밖에 이곳 청하현의 거리에서 만나게 된 동생,
더구나 순포도두가 된 무송을 자랑스럽게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무대 역시 소문을 들어서 경양강 고개에서 호랑이를 때 려잡은 호걸이 새로 현청의 순포도두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 동생인 무송인 줄은 까맣게 몰랐 다.
무대는 때때로 며칠 씩 집을 떠나 멀리 현내의 구석진 부락까지 돌면서 행상을 하는데,
그 소문을 어느 시골 마을에서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금 전, 두 포졸을 거느리고 거리를 지나가는 신임 순포도두를 보니까
먼발치에서였지만 칠 척 거구의 그 모습이 어쩐지 동 생 같아서
혹시나 싶어 뒤를 쫒아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송이었 던 것이다.
무대가 살림을 하고 있는 집은 자석가(紫石街)라는 곳 에 있었다.
두 칸짜리 셋방이었다.
“형님, 형수씨랑 조카는 잘 있는지요?”
방에 들어가 앉은 무송은 불쑥 물었다.
“그 전의 네 형수는 죽었고, 새로 형수가 들어왔지” 무대는 좀 멋쩍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아, 그렇게 됐나요? 음 ... ”
무송은 약간 침통해지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옆방 문이 열리면서 계집아이 하나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머, 삼촌 오셨네”
무송의 질녀인 영아(迎兒)였다. 올해 열두살이다.
“많이 컸구나 엄마가 돌아가셔서 어쩌지?”
삼촌의 말에 영아는 조금 슬픈 표정을 짓는 듯하다가 두 눈을 반짝 치뜨며 대답한다.
“새엄마가 있는걸요 뭐”
“응, 그래. 새엄마를 잘 따라야지. 새엄마가 좋은 모양이지?”
“좋기도 하지만 싫기도 해요.
나를 때리지 않고 먹을 것을 잘 주고, 머리도 빗어주어서 좋아요.
그런데 새엄마는 만날 화장을 하고서 집을 나한테 보라 하고 이웃에 놀러만 간단 말이에요.
그점이 싫어요.”
맹랑한 계집아이다. 무송은 허허허 ... 웃는다.
그러자 무대는 약간 볼멘 소리로 영아를 꾸짖듯이 이른다.
“야 이것아,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가서 엄마나 불러와. 삼촌 왔다고 ...”
영아는 발딱 일어나 후닥닥 밖으로 뛰어나간다.
곧 영아의 뒤를 따라 새엄마인 반금련(潘金蓮)이 나타났다.
방으로 들어서는 그녀를 힐끗 바라본 무송은 속으로 하하! 싶었다.
약간 놀라는 기색이다.
얼른 보기에 스무살쯤 된 것 같고,
얼굴도 꽤나 반반하게 생긴데다가 어딘지 모르게 요염한 기색이 훅 풍기는 듯한
그런 여자가 아닌가.
볼품없는 난쟁이인 형이 어떻게 해서 저런 젊고 화사하기까지 한 여자를 후처(後妻)로
맞아들일 수 있었는지 얼른 잘 납득이 가질 않았다.
그녀가 윗목에 자리를 잡고 앉자, 무대가 소개를 한다.
먼저 무송에게 새 형수를 소개하고, 그리고 자기 처에게 말한다.
“내가 말했던 하나뿐인 그 친동생이여, 그런데 말이지
이번에 경양강 고개에서 호랑이를 때려잡은 게 이제 보이까 바로 이 동생이지 뭔가”
“어머나, 그래요?”
금련의 초승달처럼 가느다란 두 눈이 반짝 놀라는 빛을 띠며 휘둥그래진다.
그녀는 얼른 묻는다.
“그럼 이 도련님이 바로 순포도두가 됐겠네요?”
“그렇지. 호랑이를 때려잡은 공으로 우리 현의 순포도두가 됐지.”
“아이고 그렇구나!”
소문에 호랑이를 때려잡은 호걸이 현청의 순포도구가 됐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다름아닌 시동생이라니...
그렇지 않아도 앉아있는 무더기부터가 난쟁이인 형과는 대조적으로 거창해서
속으로 친형제간인데 참 신기하기도 하다고 여기던 그녀는 입까지 딱 벌어지며
놀랍고 반가워서 어쩔줄을 모른다.
“자, 형수씨 인사 받아요”
무송은 빙그레 웃으며 두 손을 방바닥에 짚고 머리를 숙이려 했다.
그러자 금련이 당황하여 만류를 하며 오히려 자기가 큰절을 하려고 일어선다.
“그러면 안돼요. 형수가 시동생한테 큰절을 하는 법이 있나요?” “아이고 그렇지만 순포도두님인데 ... ”
그러자 무대가 말한다. “둘이 똑같이 절을 하면 되지 뭐”
그말에 무송과 금련은 똑같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교환했다.
그리고 금련은,
“아이고, 얼른 점심을 새로 지어야지. 잠깐만 기다려요. 도련님”
고운 눈매로 생글 웃어 보이며 부엌으로 갔다.
금련이 점심을 지으려 부엌으로 가자,
영아가 재빨리 차를 두 잔 차판에 담아들고 와서 아버지와 삼촌 가운데에 놓으며 권한다.
“삼촌 차 좀 드세요”
“응, 그래. 영아 참 영리해졌구나”
“뭐 별로 그렇지도 않아요”
그리고 영아는 히힉 웃으며 방을 나갔다.
차를 마시며 무송이 좀 낮은 목소리로 형에게 묻는다.
“어디서 저런 젊은 새 형수를 얻었나요?”
“네 본래 형수가 죽자,
한동안 영아하고 둘이 살았었다.
장대인(張大人)이라는 분 집 문간채에서 ... 그집은 큰 부잣집인데,
네 새형수 반금련이는 그 장대인의 시중을 드는 하녀였어.
장대인이 어찌나 귀여워했는지 하녀라기보다 수양딸 같았지.
그런데 장대인 그분이 병들어 죽자,
그 부인인 여씨(余氏)가 고맙게도 금련이를 나한테 주더라니까”
무대는 동생에게 가만가만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사실은 얘기가 좀 달랐다.
반금련이 남의 집에 팔려간 것은 아홉 살 때의 일이었다.
아버지가 죽자, 어머니는 생활고에 시달린 나머지 어린 딸 금련이를
왕초선(王招宣)의 집에 돈을 받고 팔았다.
초선이란 고급 무관직(武官職)의 하나다
첫댓글 회장님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