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조름한 젓갈마을, 강경
강경[Ganggyeong] : 굳세게 버티어 굽히지 않음.
강경으로...
대전에서 기차를 타고 강경으로 넘어간다.
서대전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40여 분, 3,500원의 돈이 소요된다.
칙칙폭폭, 달리는 기차의 요동은
빠담빠담, 심장에 얹혀
덜컹덜컹, 몸으로 전해진다.
꼬리뼈가 춤을 추고 달팽이관이 요동치면
벌써부터 짠 내음이 코끝으로 넘실댄다.
강경에 가면 쓸쓸한 젓갈 내음을 맡을 수 있을 거라 했다.
모든 죽어가는 것은 서글프다지만
그보다 더 서글픈 건 강경이라며...
친구는 말했고, 나는 떠났다.
강경으로...
강경, 골목을 거닐다.
강경에 가면 쓸쓸한 젓갈 내음이 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강경은 그래서 썰렁하다.
시간이 멈춘듯한 도시에는 조용함이 가득하다.
연다실, 그 옛날 그곳에는 연언니도 있었고 다실이도 있었겠지.
745-0360, 지금은 부재중일 그 번호가 떡하니 자리한 곳
연다실 문틈으로 들락날락 바람소리만 조잡하다.
걷다가 허기져 들어간 식당은 젓갈정식이 주메뉴다.
강경에 가면 젓갈정식을 꼭 먹어보라, 친구는 말하였지.
정식은 '2인'부터라는 걸 친구는 왜 말해주지 않은 걸까?
밑반찬으로 딸려 나온 젓갈로 그나마 허기를 달래본다.
강경은 젓갈이 유명한 고장이다.
마을의 골목을 걷는다. [문화사진관]의 빛바랜 간판을 보니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생각난다.
'좋아하는 남자 친구 없냐?'던 그 남자 한석규와, '아저씬 왜 나만 보며 웃냐?'던 그 여자 심은하가 떠오른다.
영화 속 [초원사진관]에 비하자면 한없이 처연한 모습이지만 [문화사진관] 그곳의 낡은 문을 열면 꼭 그 같은 이야기가 툭하고 튀어나올 것만 같다.
군산이 발전하면서 강경은 옛 명성을 잃어갔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초원사진관]이 군산에 있다는 건 그래서 묘하다.
36.5 그래도 좀 따스한 풍경
36.5 사람의 온기가 더해진 거리는 그래도 좀 따스한 풍경이다.
가느다란 줄에 의지한 채 빨래들은 물구나무를 서고 있다.
시간은 재깍흘러가고 어디선가 따순 바람도 불어온다.
볕이 스며든 그곳 앞으로는 너른 들판이 자리한다.
가릴 것이 없는 대지는 거칠 것도 없는지라 응당 있어야 할 그늘조차 편협하다.
얼굴 위의 썬크림이 덕지덕지 녹아내린다.
자외선은 노화의 원인이다.
오늘부로 나는 한 뼘 더 늙었다.
강경, 근대문화유산길을 따라 걷다.
강경은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가 유난히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강경에 가면 ‘근대문화유산길’을 따라 걷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흥행이 덜된 탓에 변변한 지도조차 얻기가 만만치 않지만 무작정 방문한 강경읍 사무소에서 기어이 지도 한 장을 복사해 나온다.
옛 한일은행 강경점을 비롯해 중앙초등학교 강당, 남일당 한약방, 북옥 감리교회, (구)강경성결교회, 안드레아신부 유숙성지 등등.
강경 곳곳에 숨 쉬는 근대 건축문화유산 발자취를 직접 걸어본다.
가는 곳마다 건물 소개가 잘 되어 있어 때마다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역행하는 시간의 흐름에서 강경의 지난 영광들을 상상해 본다.
강경에 가면 쓸쓸한 젓갈 내음이 난다. 강경은 젓갈이 유명한 고장이다.
Tip. 강경가기
고속버스 : 센트럴시티너미널 > 논산행
시외버스 : 서울남부터미널, 동서울터미널 > 강경행
기차 : 용산역, 영등포역 > 강경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