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쟁을 반대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부끄러운 줄 아시오'
2003년 이라크전이 한창인 가운데 열린 75회 아카데미 시상식장.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는 수상 소감으로 반전 구호를 외쳐 화제가 됐다.
'밀크'에서 동성연애자 시의원 하비 밀크를 연기해 2009년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숀 펜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이들이 반성해야 할 시간입니다.
누구나 평등할 권리를 갖고 있으니까요'라고 일갈했다.
2008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동성결혼 금지법안이 통과도니 것을 비꼰 것이다.
매년 오스카 시상식장에서는 말의 향언이 펼쳐진다.
수상 소감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사람에게만 부여되는 툭권, 화려한 축제가 끝난 후
사람들 가슴에 남는 것은 수상자들의 명언이었다.
지난해 오스카 수상 소감의 위너는 단연'이미테이션 겡미'으로 각색상을 받은 시나리오 작가 그레이엄 무어였다.
영화 속 주인공 앨런 튜링과 16세 때 자살하려고 했던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는 '이상해도 괜찮아,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Say weird, stay different)'라는 말을 남겼다.
많은 사람을 울린 빛나는 말이었다.
2002년 흑인으로 최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헬리 베리는 '이 순간은 나 자신보다 훨씬 더 큰 순간이다.
모든 이름 없고 얼굴 없는 유색인종 여성을 위한 순간'이라고 말해 오스카의 노골적인 인종 차별을 꼬집었다.
대중의 열광을 받는 수상 소감은 정치적 성향을 과감히 드러내거나
사회적 편견과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등 시대정신을 담은 것들이었다.
다섯 번쨰 도전 끝에 올해 남우주연상을 품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지구촌 화두인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촉구해 환호를 받았다.
그는 '베버넌트' 촬영 당시 눈이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남쪽 끝으로 내려가야 했다'며
'지구온난화는 모든 생물에 가장 큰 위협이기에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전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오염되지 않은 19세기 아메리카를 표현할 수 있는 곳은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등 몇 군데뿐이었다.
스태프를 줄줄이 호명하는 수상소감은 식상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캐프리오가 한 마지막 말의 울림은 크다.
'지구의 가치를 잊지 맙시다.
저도 오늘 밤 이 자리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심윤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