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명절인 추석. 중국에서는 가을의 가운데라는 의미로 ‘중추절(中秋节)’이라고 부르는데요, 무려 7일이나 쉰답니다. 저는 지난 추석 연휴에 북경을 다녀왔는데요. 중추절 연휴라 평소보다 훨씬 더 많았습니다^^
■ 북경 여행의 기본
▲ 북경 여행 일정표
조금 빡빡하게 일정을 잡았더니, 일정대로 여행하진 못했는데요. 혹시 북경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제가 작성한 일정표는 그저 관광지와 여행 동선 정도만 참고하세요.^^
북경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북경의 만능 교통카드인 ‘이카통(一卡通)’ 만들기! ‘한 장의 카드로 통한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카통은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 그리고 택시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요. 보증금 20元에 원하는 금액으로 충전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전 보증금을 제외하고 80元을 충전했었는데요. 5박 6일 동안 부족함 없이 딱 맞게 사용했답니다. 보증금 20元은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지하철 역에서 환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숙소나 공항에서 가까운 환급처가 어딘지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중국의 버스와 지하철 비용은 우리나라보다 매우 저렴한데요. 버스의 경우, 1~2元으로 근거리를 이동할 수 있답니다(1元 = 약 180원). 교통비가 매우 저렴하죠~?
■ 북경 여행 1일 차 - 왕푸징, 싼리툰
왕푸징은 청나라 때 귀족들과 고급관료의 저택이 즐비했던 곳인데요. 현재는 북경시 대표 상점가로 자리를 잡았답니다. 북경 하면 ‘왕푸징(王府井)’이라고 할 만큼 북경을 대표하는 곳입니다.
드디어 도착한 왕푸징. 첫인상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웠습니다. 아기자기하고 투박한 걸 좋아하는 저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는데요. 그렇다고 볼거리가 전혀 없던 건 아닙니다. 대형 서점, 살아 움직이는 전갈 꼬치를 구경할 수 있고, 시장에 가면 중국인이 얼마나 많은지 몸소 체험할 수 있답니다.
저녁에는 우리나라의 이태원과 비슷한 ‘싼리툰’을 갔습니다. 유명 브랜드 매장과 고급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많아서 중국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곳인데요. 평범한 옷을 입고 있던 저는 조금 창피할 정도로 세련된 젊은이들로 북적거렸습니다.
■ 북경 여행 2일 차 - 자금성, 천안문광장, 천문대가, 대책란가
▲ 고궁 가는 길목
오전 11시쯤 도착한 자금성, 하지만, 7만 장의 표가 모두 팔려 자금성에 입장하지 못했습니다. 북경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었던 만큼 아쉬움이 컸는데요. 다음을 기약하며 모택동의 큰 초상이 걸려있는 천안문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사람이 많은 만큼 공안(우리나라 경찰에 해당)이 질서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지나갈 때마다 공항에서 수화물 검사하듯 공안이 가방을 검사했는데요(가방을 일일이 열어보지 않고 컨베이어 벨트에 가방을 놓고 통과만 하는 수준).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
겠죠?
▲ 트램이 지나가는 자리 (상) / 멋스러운 대책란가 스타벅스 매장 (하)
▲ 중국스러운 대책란가 길가
천문대가와 대책란가는 상점이 즐비한 번화가인데요, 왕푸징과는 다르게 좀 더 중국답고 예스러웠습니다. 돌길 가운데 트램이 지나가고 양옆으로 번화한 중국풍의 상점가들이 있는 매력 만점의 거리였습니다.
▲ 고우뿌리 만두가게
이곳에는 중국의 유명한 만두 가게인 고우뿌리 만두 가게와 중국 대표 문학가인 노사의 이름을 딴 노사차관(경극 등 다양한 공연을 구경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곳), 북경오리(베이징덕) 맛집 등이 있었는데요. 선물을 살 수 있는 상점도 많아 저는 이곳을 두 번이나 다녀왔답니다:)
■ 북경 여행 3일 차 - 이화원, 청화대학, 798예술구
이화원은 중국 청나라 황실의 여름 별장으로, 서태후의 지시로 현재의 모습처럼 꾸며졌는데요. 이화원에서 큰 규모를 차지하는 ‘곤명호’는 인공으로 조성된 호수입니다, 이렇게 큰 호수를 만들려면 정말 많은 사람이 노력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화원, 입장료가 살짝 비싼 느낌은 있지만, 북경에 간다면 들려볼 만 합니다! 호수에 띄어진 배도 탑승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청화대학은 중국에서 북경대학과 어깨를 견주는 최고의 명문대학인데요. 현 중국국가주석인 시진핑과 전 주석인 후진타오가 바로 이 칭화따쉐(청화대) 출신입니다. 청화대는 현재 세계대학 순위에서 2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북경대는 38위, 서울대는 36위).
서로 인접해있는 청화대와 북경대. 두 대학 모두 중국 명문대인 만큼 이 대학에 입학을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가 전국에서 구경을 온답니다. 하루 관람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아주 일찍 가지 않으면 입장이 힘든데요. 저도 교문 앞에서 아쉽게 사진만 찍을 수 있었습니다.
▲ 독특한 조형물과 기념사진
청화대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798예술구입니다. 공장단지였으나 저렴한 작업공간을 찾던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북경을 대표하는 예술 문화단지로 발전한 곳인데요. 이름에 걸맞게 독특한 조형물과 그림을 곳곳에서 볼 수 있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카페가 눈에 띄는 곳이었습니다.
■ 북경 여행 4일 차 – 만리장성
북경 여행 4일 차에는 중국을 상징하는 대표 건축물인 만리장성에 갔습니다. 만리장성은 북경뿐만 아니라 하북성 등 여러 지역에 걸쳐 있는데요, 북경에 있는 만리장성은 명대 때 축조되었고, 하북성에서는 만리장성을 처음 짓기 시작한 진나라 때의 만리장성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팔달령 만리장성 코스를 다녀왔습니다. 북경 시내에서 만리장성까지는 거리가 꽤 있는데요. 대중교통을 타면 새벽에 출발해야 하고, 버스에 사람도 붐벼서 매우 불편합니다. 여럿이 같은 차를 타서 각자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의 교통수단인 일명 ‘빵차’를 이용하면 편하게 만리장성으로 갈 수 있는데요. 물론 교통비는 훨씬 비싸겠지요.^^
계단의 경사가 정말 아찔했는데요.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어서 올라갈 정도였습니다.
산길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져 있는 만리장성은 정말 웅장했습니다. 중국인이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만한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리장성 중간중간에 기념품샵이 있는데요. 기념사진을 찍으면 사진과 함께 날짜와 시간을 컵에 새겨서 나만의 기념컵을 만들어 줍니다. 약 5000원 정도의 금액으로 기념이 될 수 있는 컵을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북경 여행 5일 차 - 경산공원, 천단공원, 국가박물관
특별할 것 없는 공원이지만 많은 사람이 찾는 ‘경산공원’! 조금만 올라가면 고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자가 있기 때문인데요. 표가 다 팔려 고궁을 들어갈 수 없었던 저는 경산공원에서 고궁의 전경을 어렴풋하게나마 보는 거로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천단공원은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의식을 행하던 곳으로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여 북경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북경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꼭 들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공원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고 천단의 멋진 건축물이 눈에 띄는 곳이었습니다. 천단의 배치와 설계에는 우주생성론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요,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천단공원 한 바퀴 산책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명소는 바로 중국국가박물관인데요, 우리나라의 용산국립박물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아 1시간을 대기해서 안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입장할 때 신분증(외국인이라면 여권)은 필수입니다,
국가박물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전시는 바로 전 세계 각 국 수장들이 중국에 보낸 선물들인데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선물한 도자기, 1953년에 김일성이 모택동 주석에게 선물한 자개함 등 전 세계의 귀하고 값진 보물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 만찬으로 먹은 음식은 바로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 요즘 핫한 추자현+우효광 커플이 북경에 살고 있는거 아시져~? 방송에서 이 커플이 방문했던 훠궈집에 직접 가보았습니다. 매운 마라 때문에 입이 아주 얼얼했지만, 무척이나 맛있었는데요. 북경에 간다면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중국 중추절에 다녀온 5박 6일 북경 여행! ‘중국은 역시 사람이 정말 많구나‘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중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직접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중국어 교사인 저에게 있어 북경은 꼭 가봐야 할 도시이기도 했는데요. 이 기사가 북경 여행을 계획 중인 선생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