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천주교는 좀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나요? 한번 바꿔보지요.
⠀
2024/3/6/사순 제3주간 수요일
⠀
마태오 복음 5장 17-19절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
친절하다고 느끼기를
주일 밤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공동체가 터 잡은 곳이 공단지역이기도 하고 요즘 워낙 노동의 형태가 다양하니 ‘직장인 미사를 봉헌합니다!’ 이렇게 이웃 본당들에 홍보하고 교우들을 기다립니다. 전례를 위한 봉사자를 세우지는 않지만, 입구에서 환영 인사를 건넬 필수봉사자들이 순번을 정해 수고해주고 계십니다. 봉사자들에게 자주 이 미사의 취지를 설명해드립니다. ‘밤 미사에 오는 교우들이 아예 없다면, 소속된 본당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뜻이니 감사한 일입니다. 더러 교우들이 와 준다면 우리가 등대처럼 불을 밝히고 기다린 보람이 있으니 감사한 일입니다. 이분들은 교회가 친절하다는 느낌을 가질 겁니다.’ 조사해본 바 없으니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임박한 시간에 급히 뛰어 들어오는 교우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저의 시선을 피하다가도, 타 본당 낯선 공간에서 용기 내어 독서를 해주는 교우가 있어 고맙습니다. 미사에 참례하는 인원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미사를 할 수 있어 고맙고 함께하는 교우들이 있어 서로가 고마운 시간입니다. 주일을 궐하지 않으려고 조바심치며 달려온 그 마음을 기억하고 하느님께 올려드립니다. ‘어느 본당에서 오셨어요? 질문하지 않기’, ‘제단 가까이 앉으시죠. 요구하지 않기’. 혼자만의 규칙을 세웠습니다.
⠀
김현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신부(수원교구)
생활성서 2024년 3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