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J 의 연주회
피아니스트 j 의 연주회에 다녀왔다.
J 는 친구의 딸인데 그녀의 연주실력은 이미 어릴적 부터
우리들 간에 감탄사로 이어지곤 했다. 나는 친구가 학창
시절 추었던 장구춤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데.치마를 휘어
동여매곤 장구채로 하늘을 찌르던 그 순간, 그녀의 몸이
허공에 그었던 우아하고 힘찬 선은 특히 잊을 수가 없다.
적어도 J 는 엄마로 부터 이어진 아름답고 숙명적인 예술
혼을 감사히 받아야 할 것이다.
나는 무대위에오르는 연주자들의 카리스마를 참 좋아한다.
연주 이전에 그들이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어디서 오는 것
일까.한국 피아니스트의 경우 안종도, 손열음이 무대를 걸
어 나올때 객석에 터지는 탄식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지난
번 8인의 피아니스트의 연주에서 안종도가 오른손을 가슴
에 얹고 가벼운 목례를 하는 순간 객석은 그에게 무조건 항
복하지 않았던가. 이들 피아니스트의 카리스마는 그들의
균형잡힌 신체조건도 한몫하는데 그런점에서 j도 완벽했다.
사람들 마다 그저 자기 수준에 맞춰 음악을 감상하므로, 나
역시 전문가가 아닌터라 듣는 감량은 그저 나 만큼이다.
무식하면 용감해 진다고 나의 감상평에 무리도 혜량바란다.
피아노 연주를 들으러 갈 때 나는 언제나 이층 왼편 끝 근처
의 자리를 예약한다. 건반에 떨어지는 연주자의 양손을 볼
수 있는자리다. 더구나 나는 연주자의 팔에 보이는 힘도 즐
기는 편이다. 그자리는 어깨 뼈와 팔의 이두 삼두 박근의
움직임도 볼수 있는 자리이다. 어제 연주는 베토벤이었다.
베토벤의 선율은 대체로 다섯음계안에서 만들어지곤 하는데,
오로지 다섯음계의 장단과 속도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만들어
그토록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냈다니 놀라운 일이다. 피아
노 곡이 경우 선율의 부피는 왼손의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고
난 믿고 있다.첫곡에서 (소나타 27번) 잠시 건반위로 들렸다
잠시 바람 한점 스치고 사뿐히 내려 앉을 뿐이지만. 왼손이
만들어 내는 노래는 놀라웠다. 그녀의 연주에 실리는 노래도
즐겼다. 인트로부분에서 지나치게 긴장하는 것 아닌가 싶었
지만, 우려는 우려일 뿐이었다. 그녀는 베토벤의 음악으로 청
중을 순식간에 끌어들였다. 두번쩨 곡 2악장 알레그로 부분,
이 파트는 속도와 무거운 음감 때문에 자칫하면 연주자가 음
악에 잡히곤 하지만 그녀는 베선생과 밀당을 잘 넘겼다. 나이
를 뛰어넘는 느긋함과 자신감이 발현되는 시간이었다.마지막
곡은 밑줄친 문장들 만 모아 만든 작가의 노트처럼 베토벤
음악의 밑줄친 부분들로 엮은 작품이 아니었을까 순간 나는
피아노 위로 떨어지는 조명 밖 무대에 베선생도 함께 하는것
같았다. 연주자는 보란듯이 작곡가의 비밀을 죄다 눈치 챈듯
펼쳐 나갔다. 베선생은 어느 부분 움칠하지 않았을까? 여성
피아니스트의 섬세함을지나, 파워풀한 곡의 해석과 피아노와
한판 벌려보겠다는 그녀의 몸이 보여주는 피아노를 향한 구애.
송년에 보여준 뜨거운 연주였다. 무대 뒤로 걸어 들어갈때 탈
진한 그녀에게 잠시 현기증도 지나갔으리라. 아름다운소리는
거저 선물 받는 것이 아니리라. 한 연주자가 흘린 피와 땀의
결과물. 그녀의 다음 연주를 기다린다. 이번에는 어떤 작곡
가와 한판 벌릴지 여간 궁금한 것이 아니다. (후배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