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한국행…그의 심경은 “현 시점이 돌아갈 최적시기 지금가야 내 주장 먹힐 것 MB대선 이긴뒤 귀국하면 나혼자 뒤집어쓸지 모르니…”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까. 누나 에리카 김의 소개로 알게 된 한때의 동업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원망을 지울 수 없어서일까. 대선정국 ‘절정기’에 귀국함으로써 자기 주장의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을까.
16일 귀국 비행기에 오른 김경준 씨의 속내는 복잡할 것 같다. 대선판도에서 대세론을 장악한 후보와의 싸움이기에,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손해 보는 일을 없을까 염려스럽기도 할 것이다. 초겨울부터 시작될 서울구치소 생활을 떠올리며 싸늘한 기운이 온 몸을 감쌌을지도 모른다.
2001년 12월 회사공금 380억원을 빼내 미국으로 도피했을 때엔 다시는 한국에 돌아가지 않으리라 마음먹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도피 2년6개월 만인 2004년 5월 LA 비벌리힐스 자택에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되면서 한국행은 운명이 돼 버렸다.
2600만달러에 달하는 자산에 대한 동결조치가 취해졌고, 김씨 체포소식에 다스 등의 소송이 미국에서 이어졌기 때문에, 미국도 더 이상 안식처가 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는 ‘인신보호 재판’을 내, 미국에 머물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2005년 10월, 올 1월 각각 진행된 1, 2심에서 모두 패소하면서 한국행은 기정사실화됐다. 최소한 올 초까지 그는 한국행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이왕 정해진 한국행이라면 최소한 대선 전에 가야겠다는 계산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에서 진행된 다스와의 소송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은 듯했으나 지난 8월 전격 한국행 의지를 대리인을 통해 밝히고 10월엔 항소포기서를 냈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 뒤 귀국하면, 재임 중인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면책권 때문에 자기 혼자만 독박을 쓸 수 있다는 계산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를 두고 신당과 벌인 ‘기획’이라고 주장하지만, 신당 정봉주 의원은 “2005년 인신보호 재판에서 졌고 재산 몰수와 다스 소송에서 이겼기 때문에 귀국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라고 김씨의 속내를 분석했다.
김씨는 한국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이 후보에게 흠집이 나 대통령 후보로서의 위상이 흔들릴 경우 재판과정에서도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구치소에 수용돼 있어 봤자 징역을 산 것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점(국내 구금일수에 산입되지 않음) 역시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귀국이 대선판도변화의 함수로 작용하면서 각 정파는 ‘빅딜설’, ‘귀국 방해설’ 등을 유포하고 있지만,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에 대한 극도의 불만을 갖고 있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씨 가족들은 이방호 한나라당 총재의 ‘민란’ 발언에 대해 극도의 분노를 표했다. 김씨 본인은 ‘독박’을 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표현, 이 후보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김씨는 미국에서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가조작을 주도한 실소유주는 이 후보이고 나는 얼굴마담일 뿐임을 입증할 이면계약서를 갖고 있는데 귀국 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분석가는 돈 문제가 아닌 쪽에서 분노의 원인을 찾기도 하는데, 그의 입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