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려고 했다”… 이재명 습격한 67세 남성은 부동산 중개업자
[이재명 대표 피습]
충남 거주 金씨, 살인미수 혐의
구청 직원 출신에 전과는 없어… 민주당 가입 이력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터넷에서 흉기 미리 구입해… 지인들 “소심한 성격에 말 없어”
경찰, 李 습격 피의자 제압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김모 씨(가운데)가 범행 직후 한 손에 흉기를 든 채 경찰에 제압되고 있다. 김 씨는 이날 이 대표 지지자 행세를 하며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종이 왕관을 머리에 쓰고 이 대표에게 접근해 범행을 저질렀다. 유튜브 채널 ‘바른소리TV’ 화면 캡처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인근 대항전망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 김모 씨(67)는 충남 아산시에 살며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는 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당적 보유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씨는 검거 직후 경찰 조사에서 “이 대표를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하는 등 이 대표의 목숨을 빼앗을 목적으로 접근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김 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는 한편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공범 유무 등을 수사 중이다.
● 아산시 사는 공인중개업소 사장
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씨는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뒤 아산시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이 대표를 습격할 당시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왕관 모양 종이 머리띠를 쓰고, 1일 이 대표의 김해 봉하마을 일정도 따라갔던 것을 근거로 민주당 지지자라는 얘기가 나왔다. 습격 당시 김 씨는 ‘총선 승리 200석’이라고 적힌 피켓도 들고 있었다.
김 씨는 지난해 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 복기왕 충남도당 위원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가 파악한 (당원) 정보에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선 국민의힘 책임당원이었다가 탈당하고 민주당에 ‘위장 입당’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당 핵심 관계자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충남도당 관계자는 “김 씨가 아산 지역에는 1, 2일만 머물고 주로 수도권에서 경제 활동을 했다고 들었다”며 “국민의힘 당원이라는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가 민주당 모임에서 ‘내가 이재명’이라고 크게 외쳤다는 증언도 나왔다. 민주당 부산시당 건물에서 일하는 김모 씨(57)는 “지난달 당사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는데 (김 씨와) 분명 같은 사람”이라며 “특이한 사람이어서 기억에 남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2일 오후 김 씨는 부산 강서경찰서에서 부산경찰청 특별수사본부로 이송되면서 “공범이 있나” “민주당 당원인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차량에 탑승했다. 김 씨는 체포된 뒤에도 줄곧 묵비권을 행사하다 경찰이 설득을 이어가자 범행 동기와 인적 사항 등에 대해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김 씨의 진술을 토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 대표를 살해할 목적을 갖고 고의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김 씨의 증언과 흉기를 미리 구매한 점 등을 근거로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전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평소 소심하고 말 없는 성격”
주변 증언을 종합하면 김 씨는 공인중개업소 인근 아파트에서 부인, 자녀와 함께 평범한 가장으로 살았다고 한다. 김 씨 지인들은 “평소 소심한 성격에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며 “충격적이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씨 사무소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 씨는 “공무원 생활을 한 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했다고 들었다”며 “상가 입주민들이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조용한 인물이었다. 다들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김 씨는 평소 정치적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씨의 사무소에서 3년 가까이 일했다는 진모 씨는 “저소득층이나 외국인 등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는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을 정도로 선한 사람이었다”며 “정치적인 언행을 하는 걸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씨와 평소 알고 지냈다는 B 씨는 “2006년 김 씨를 통해 집을 얻은 뒤로 20년 가까이 알고 지냈는데, 튀는 성격은 아니었다”며 “매일 오전 8시 사무소 문을 열고, 바둑을 즐겨 하는 차분한 사람이었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김 씨가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씨의 사무소가 있는 건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C 씨는 “부동산 중개가 잘 안 돼 4∼5개월분 월세가 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 지인은 “평소 성격이 괴팍하고 대하기 어려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이상환 기자, 아산=이정훈 기자, 윤명진 기자
檢총장 “정당 대표에 대한 테러… 특별수사팀 설치”
[이재명 대표 피습]
“철저한 진상 규명-엄정 처리” 지시
경찰청장 “주요 인사 신변보호 강화”
이원석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2024년 검찰 신년 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4.1.2. 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이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을 ‘정당 대표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부산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도 대규모 수사본부를 꾸리고 신속히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 총장은 이날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정당 대표에 대한 테러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 부산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경찰과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는 한편 관련자를 엄정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부산지검은 박상진 1차장검사를 팀장으로 공공수사부와 강력부가 참여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다만 검찰은 경찰이 살인미수를 적용한 이 사건이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대상이 아닌 것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신속히 청구하는 등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사건이 송치되면 엄정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 총장은 “총선을 앞두고 폭력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관 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철저히 대비하고, 정치적 폭력행위에 대해선 엄단하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윤희근 경찰청장 지시로 부산경찰청에 68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본부장은 2022년 서울 이태원 참사 당시 특별수사본부장이었던 손제한 부산청 수사부장(경무관)이 맡았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동기를 조사하는 대로 김 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당 대표가 경찰의 공식 경호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윤 청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장은지 기자, 부산=이상환 기자
“이재명 습격한 ‘왕관 모양 머리띠’ 피의자… 지난달 13일 李 부산 행사 현장서도 목격”
[이재명 대표 피습]
당시에도 왕관 모양 머리띠 착용
“1일 李 봉하마을 방문때도 나타나”
경찰, 계획범죄 가능성 조사
지난달 13일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가 열린 당시 이재명 대표의 차량 앞에 서 있는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쓴 남성(빨간 원). X(옛 트위터) 캡처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피습한 60대 남성이 최근에도 이 대표가 참석한 행사 현장을 두 차례 찾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찰은 계획범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일 이 대표를 습격한 김모 씨(67)는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부산 수영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현장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는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간담회 참석차 부산을 방문했다.
당시 촬영된 영상을 살펴보면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이 대표를 기다리는 인파 속에 김 씨로 보이는 인물이 섞여 있는 장면이 있다. 그때도 김 씨로 보이는 인물은 2일 이 대표를 공격할 때처럼 ‘내가 이재명’이라고 쓰인 왕관 모양의 띠를 머리에 두르고, 같은 문구의 손팻말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날은 이 대표와 직접 접촉하지는 못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해당 인물이 김 씨가 맞는지 사실관계를 따로 파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여했던 이 대표 지지자 박모 씨는 “지지자들끼리 웬만큼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데 그런 사람이 기억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1일 이 대표가 찾아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 현장에 김 씨가 나타났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당내에서 김 씨가 어제(1일) 봉하마을에 왔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봉하마을을 찾았던 시민들에 따르면 김 씨는 2일과 같이 검은색 옷을 입은 채 ‘총선 승리 200석’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나타났다고 한다. 다만 이날은 왕관 모양 머리띠는 쓰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1일 오후 민주당 지도부 등과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김 씨가 이처럼 이 대표의 최근 동선을 따라다녔다는 점이 사실이라면 계획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가 범행에 쓴 흉기 또한 지난해 말 인터넷을 통해 미리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2일 이 대표가 피습된 현장에 있었던 변성완 민주당 부산 북-강서을 예비후보는 “이번에도 누구나 자유롭게 올 수 있는 공개 일정이었다”며 “현장에 당원 및 지지자들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누가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