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에
● 詩 - 김춘수: 1922년 경남 충무에서 태어남. 시집『구름과 장미』『꽃의 소묘』『처용』『김춘수 전집』등이 있으며, 2004년 11월에 타계함.
● 낭송- 김인석: 개그맨, 2001년 KBS 공채 개그맨 16기. <개그콘서트> <오션스 세븐> <생방송 임성훈의 오천만 송이 장미> 등에 출연.
빈 꽃병은 표정 없는 정물에 불과하지만, 거기에 꽃을 꽂는 순간 실내는 환하게 밝아옵니다. 꽃병과 꽃이 만나 무슨 화학작용이라도 일으킨 것일까요. 꽃병 근처에는 둥근 성채가 돋아나고,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눈과 두 볼도 환해지지요. 아름다움은 이처럼 전염성이 강한 선율 같은 것. 그런 미풍 같은 순간이 없다면, 방은 감옥에 불과하고 사람들의 눈은 아마 돌처럼 딱딱해졌을 거예요. 환한 심지처럼 어둠을 밝히는 한 다발의 꽃이 없다면.
2008년 6월 16일. 문학집배원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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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각산의 바람과 노래 원문보기 글쓴이: 흐르는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