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에는 아직도 구수한 냄새가 남아있다. 순박함에 인정이 남아있고 넉넉한 덤이 있다. 백화점처럼 고가가 아닌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이 많다. 주부는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가족의 식탁 생각에 흐뭇해한다. 깍쟁이가 아니라 소박하면서도 서로 처지가 비슷하게 느껴지는 친화감에서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군것질할 것이 많고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어 좋다. 시원시원한 웃음소리에 맛깔스러운 이야기도 함께 얹어준다. 오랜 손때 묻은 유년까지 소환하는 그리움이 있어 좋다. 호박 몇 개 파 몇 단에 나물 한 줌도 좋다. 재래시장에 가면 떠들썩한 사람 냄새가 난다. 꽃의 색깔과 그 열매의 색깔은 다르다. 꽃은 희어도 열매는 빨갛고 꽃은 희어도 열매는 까맣다. 빨간 사과를 깎으면 속은 하얗고 파란 수박을 쪼개면 속은 빨갛다.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래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녀의 입가에 잔잔하게 맴도는 미소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그녀만의 야릇한 면면을 담고 있다. 좋다는 것인지 싫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괜찮다고 정말 웃고 있는 것인지 아니라며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인지조차 헤아리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만큼 조심성 있고 속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그런 모습이 답답하기보다 오히려 매력적으로 우아하게 돋보이며 눈길을 당긴다. 사람들이 백화점으로 몰려들면서 서민형 재래시장을 살리자고 한다. 백화점은 다소 가격 차이가 있어도 편리하고 넉넉함을 드러내며 은근히 뽐내고 싶다. 그러면서 좋은 서비스에 귀인이 된 기분이다. 하지만 재래시장은 서민을 위한 소규모 가계수준이지만 백화점에서 느끼지 못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귀를 쫑긋할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서민이 살아야 민심이 살아난다. 크게 내놓고 자랑할 것은 부족해도 수수한 모습에 구수함이 넘치는 인정이 있다. 때로는 자기 자랑에 솔깃해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하소연 같은 넋두리에 위안받기도 한다. 재래시장에 가면 시끌시끌하게 사람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