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사용 증가로 친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페이스북 친구 최대한도인 5000명을 돌파하거나, 몇 만 명 이상의 사람들과 팔로우를 맺으며 인맥을 과시하기도 하지만 던바의 수에 따르면 150명 정도만 가깝게 연락하고 지낼 수 있다. 친구가 1000명이 넘는 파워 유저라고 해도 친한 관계는 150명 정도며, 특히 그 중에서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건 20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안정적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적정한 수를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고 한다. 인류학자이자 진화심리학자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로빈 던바(Robin Dunbar) 교수가 1993년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일반적인 경우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적정한 수는 150명 정도가 최대치라고 한다.
그는 아무리 발이 넓고 사람을 사귀는 재주가 뛰어나도 150명이 진정으로 사회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최대 한계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직에서 집단을 관리할 때 150명이 최적이며 그 이상이 되면 2개로 나누는 것이 더 낫다고 밝혔다. 던바 교수는 150이라는 숫자에 대해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쳐 술자리에 동석해도 당혹하지 않을 정도의 사람 숫자”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1970년대 아프리카에서 여러 해 동안 야생 원숭이들의 집단생활을 관찰해온 던바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대뇌 신피질의 크기가 집단의 규모와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지표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대뇌가 크고 신피질이 발달했다. 인간이 어떤 동물보다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뇌의 용량과 구조도 진화했다는 것이 진화생물학의 설명이다.
던바는 집단의 크기와 대뇌 신피질의 크기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개코원숭이, 짧은꼬리원숭이, 침팬지 사회 등에서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영장류 중에서 높은 순으로 인간 150, 침팬지 65, 오랑우탄 50, 고릴라 33, 긴팔원숭이 14로 나타났다.
인류 역사상 자연스럽게 형성된 인간 집단의 크기를 알려주는 사회는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부족이었다. 수십 개의 부족 사회를 조사한 결과 평균 규모는 153명으로 나타났다. 던바 교수팀이 영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연말 크리스마스카드를 몇 명에게 보내는지 조사한 결과 1인 평균 68곳이고 그 가정의 구성원을 포함하면 약 150명이었다.
로마군의 기본 전투 단위인 보병 중대는 약 130명이었고 현대 군대의 중대 단위도 세 개 소대와 지원 병력을 합쳐서 대개 130~150명이다. 기술 문명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개신교의 근본주의 일파인 아미시(Amish)는 공동체 규모가 평균 110명이다. 기능성 섬유인 고어텍스의 제조사인 고어(Gore)는 위계질서에 따른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 조직을 지향하면서 공장의 조직 단위를 150명으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