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해야 할 봄날이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목이 아프고 눈은 따갑고 가슴마저 답답해지는 날, 어김없이 미세먼지 천국인 날이다. 이런 날에 먹는 것이 미나리다. 노릇노릇한 삼겹살에, 촉촉한 수육에 미나리를 곁들이면 입 안 가득 봄 향기 퍼지고 몸속 미세먼지 배출에도 도움이 된다. 미나리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대구 팔공산미나리와 청도 한재미나리! 오늘 제대로 먹어보자.
삼겹살 미나리와 구우면 핵꿀맛, 대구 팔공산미나리
<동의보감>에 따르면 미나리는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한다. 예로부터 혈액을 깨끗하게 하고 독극물을 해독한다고 알려진 미나리는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릴수록 더 많이 찾는 먹거리다. 요즘 대구 팔공산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구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팔공산 자락에는 미나리 농가가 몰려 있다. 미대동, 용수동, 신무동에 팔공산미나리작목반 연구회 농가만 70여 곳. 정식 가입이 안 된 농가까지 더하면 100여 농가가 넘는다.
깨끗한 바람과 맑은 지하 암반수로 자란 팔공산미나리
미나리 맛은 물과 공기가 좌우한다. 팔공산미나리와 청도 한재미나리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것도 자연조건 때문이다. 팔공산미나리는 팔공산의 깨끗하고 선선한 바람과 깊고 맑은 지하 암반수로 자란다. 도심보다 5℃ 이상 낮은 팔공산의 기온 때문에 보통 30일이면 자라는 미나리가 이곳에서는 45일 이상 걸린다. 그래서 속이 더 꽉 차고, 더 아삭하며, 더 향긋하다.
지금이 제철인 팔공산미나리
지하 암반수로 더욱 깨끗하게
팔공산미나리단지로 출발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게 있다. 팔공산미나리단지에서는 미나리만 판다. 정식 식당이 아니기 때문에 미나리 이외의 먹을거리는 준비해 가야 한다. 준비물은 삼겹살 하나면 충분하다. 그 외에 김치나 햇반 정도만 있으면 된다. 깻잎, 상추 등 다양한 쌈 재료를 챙긴다면 당신은 초보다. 미나리 먹느라 상추, 깻잎은 까맣게 잊어버릴 테니까.
미나리 값과 자릿값을 내면 ‘미나리삼겹살’ 파티 시작~
대부분의 팔공산미나리 농가는 미나리하우스 옆에 미나리를 구워 먹을 수 있는 비닐하우스를 운영한다. 이곳에서 미나리를 구입하고 자릿값을 내면 삼겹살 파티를 할 수 있다. 미나리 한 단에 만 원, 자릿값은 5000원이다. 불판과 집게, 가위, 나무젓가락, 쌈장을 챙겨서 자리 잡고 먹으면 된다.
팔공산미나리를 영접하기 위한 삼겹살만 준비하면 된다.
노릇노릇한 삼겹살 위에 미나리 송송
여기서 중요한 꿀팁 하나. 미나리는 삼겹살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갈 무렵, 송송 잘라 올린다. 미나리가 살짝 익으면 삼겹살과 함께 먹는다. 미나리의 향긋함이 입 안을 강타하고 뒤이어 삼겹살의 고소함이 퍼진다. 구운 미나리는 향긋한 맛은 그대로인데, 달짝지근한 육즙까지 쫘르르 나와서 꿀맛이 따로 없다. 삼겹살은 굽기 바쁘게 사라지므로 조금 넉넉하게 사 가는 게 좋다.
상추, 깻잎은 잊어도 좋다. 핵꿀맛 미나리삼겹살
삼겹살 외에 버섯, 마늘, 호박 등 먹고 싶은 대로 준비해 가면 된다.
미나리삼겹살 조합을 어느 정도 즐겼다면 이제 김치나 통마늘, 버섯 등 다양한 조연을 함께 구워 먹을 차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져간 밥을 넣고 몽땅 볶을 것. 배가 불러도 포기할 수 없는 맛이다. 싸고 맛있게 먹은 만큼 다 먹고 난 불판과 나무젓가락 등 자리를 정리하는 것은 손님 몫이다. 남은 것 없이 깔끔한 밥상이라 정리도 쉽다. 집으로 돌아가는 손마다 미나리 한두 봉지씩 들려 있는 건 기본이다. 팔공산미나리는 2월 초순부터 시작해 4월 중순이면 끝난다. 지금 놓치면 일 년을 기다려야한다.
미나리삼겹살볶음밥은 사랑이다.
미나리삼겹살볶음밥은 사랑이다.
미나리수육부터 미나리전까지, 청도 한재미나리
삼겹살을 직접 준비하는 것이 귀찮다면 미나리 원조, 청도 한재로 가보자. 우리나라 미나리 신드롬을 일으킨 곳이다. 청도 한재는 남산과 화악산 사이 계곡에 미나리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선 청정 미나리마을이다. 1980년대부터 미나리를 재배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무려 130여 농가에 이른다. 미나리철이 되면 주말마다 교통대란이 생길 정도로 인기다.
몇 년 전만 해도 대구 팔공산미나리단지처럼 삼겹살을 사 가서 먹는 비닐하우스가 주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몸만 가면 삼겹살에 수육, 미나리전, 미나리비빔밥까지 미나리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맛집들이 수두룩하다.
미나리 손질로 분주한 한재마을 사람들
무농약으로 키운 한재미나리
한재미나리는 식감이 연해서 생으로 먹기가 좋다. 미나리만 쌈장에 살짝 찍어 먹어도 좋다. 아삭하면서도 부드럽고, 향이 은은해서 남녀노소 누구라도 거부감이 없다. 최고의 궁합은 역시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이다. 미나리를 돌돌 말아 그 위에 삼겹살을 올려 먹으면 환상적이다. 미나리 향기 덕분에 고기 특유의 느끼함은 사라지고, 고소한 육즙과 상큼한 맛이 어우러져 혀를 사로잡는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젓가락을 놓을 수 없다. 한재미나리는 ‘미나리삼겹살’을 전국으로 퍼뜨린 일등공신이다.
전국에 ‘미나리삼겹살’ 열풍을 일으킨 일등공신, 한재미나리
전국에 ‘미나리삼겹살’ 열풍을 일으킨 일등공신, 한재미나리
미나리수육도 일품이다. 쫀득쫀득하고 담백한 수육과 부드럽고 아삭한 미나리 주연에 예닐곱 가지 장아찌가 조연으로 등장하는 밥상은 보는 순간 침샘이 폭발한다. 미나리와 수육, 그리고 짭조름한 장아찌 삼합의 조합은 정말 맛의 신세계다.
쫀득하고 담백한 수육과도 환상궁합인 한재미나리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나리 생채무침을 밥에 올린 미나리비빔밥도 별미다. 시골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떠서 쓱쓱 비벼 한 입 먹으면 겨우내 잃어버린 기운을 단숨에 찾아준다. 마지막 주자는 미나리전이다. 미나리 99%에 검은콩가루 반죽을 살짝 입혀 구워내는 미나리전은 한 접시가 그대로 봄날의 들판 같다. 짙은 초록빛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 입 안 가득 봄이 차오른다.
미나리비빔밥에 된장찌개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잃어버린 입맛도 돌아온다.
한 조각 먹으면 입 안 가득 봄이 차오르는 미나리전
여행 정보
추천 맛집
팔공배사랑농원 : 미나리하우스 / 대구광역시 동구 구암길 41-8 / 053-982-0507
탐복미나리가든 : 미나리삼겹살 /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한재로 382 / 054-371-7755
춘천집 : 미나리수육 /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한재로 380 / 054-373-4730
주변 볼거리
구암팜스테이 : 대구광역시 동구 구암길 38 / 053-984-5273
불로동고분군 : 대구광역시 동구 불로동 335 / 053-985-6408
청도레일바이크 :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하지길 46-51 / 054-373-2426
숙소
공감게스트하우스 :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대로79길 32 / 070-8915-8991
팔공산온천관광호텔 : 대구광역시 동구 팔공산로185길 11 / 053-985-8081
청도용암온천 :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온천길 23 / 054-371-5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