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동차 값 못지않은 전자의수 가격, 스마트폰 값으로 낮췄어요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51호(2024.02.15)
이상호(대학원03-08)
만드로 대표
돈 많아야 누리는 기술 의미 없어
저렴하고 가벼워 CES 최고혁신상
이상호 만드로 대표가 만든 전자의수 ‘마크7D’가 최근 개최된 CES에서 노인 및 접근성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삼성·LG·소니·파나소닉 등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을 포함, 153개국 4300 여 개 기업이 참가한 전시에서 35개 최고혁신상 중 하나를 차지한 것. 만드로의 전자의수는 기존 제품의 20분의 1 가격에 가볍고 충전도 탈착도 더 쉽다. 1월 24일 부천 춘의테크노파크에 있는 만드 로 작업실에서 이상호 동문을 만났다.
“전자의수가 필요한, 손 또는 팔 절단 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소수에 속합니다. 국내에 약 14만7000여 명, 전 세계에 약 1000만여 명으로 추산되죠. 불편을 겪는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면 많아 보이지만, 다른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수와 비교하면 훨씬 적습니다. 전자의수 시장규모도 다른 IT 테크 시장에 비해 작을 수밖에 없고요. 이렇 듯 소수를 대상으로 한 제품에 최고혁신상을 주셔서 저희가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합니다.”
모든 면에서 기존 전자의수를 압도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싸게 팔까. 반값 만 돼도 많이 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 동문은 고개를 저었다. 국내에서 전자의수를 사용하는 절단장애인은 채 10 명도 안 된다는 것. 세계로 눈을 돌려도 0.1%에 불과하다. 최저 4000만원이란 고가에 아무리 잘 관리하며 써도 내구 연한이 5년을 못넘길뿐더러 드라마틱한 효용성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 그러니 절대다수는 구입을 포기한다. 너무 비싼 가격에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되는 셈.
“자동차 값 못지않은 전자의수를 스마트폰 값 정도로 낮추는 게 최우선이었습니다. 목표 자체를 극단적으로 높게 잡고, 애초부터 평범한 경제수준의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가격에 맞춰 제품을 만들어 왔죠. 기술 개발을 통한 원가 절감에 주력했고요. 전자의수가 완전한 손으로 기능한다면 하나만 있어도 되겠지만, 손과 손가락의 움직임은 매우 다양하고 섬세해서,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기능이나 용도별로 의수를 선택해 장착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슬리퍼에서 방한화, 운동화, 구두까지 신발도 여러 종류를 갖추고 필요에 따라 골라 신는 것처럼 이 동문은 골프채 잡은 손 모양이나 기타 피크 쥔 손 모양 등 의수도 개인의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 공급한다고 말했다. 기존 전자의수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 여러 가지 의수를 구비해 놓고 골라 쓸 수 있게 만드는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완전한 손엔 못 미친다고 했지만, 만드로의 전자의수 시연 영상은 신기하다 못해 유쾌하다. 의수에 펜을 끼우고 이름을 쓰거나 골프공·통조림통 등을 집어 나르며, 영화 ‘스타워즈’의 한 장면처럼 의수로 형광봉으로 된 긴 검을 쥐고 비장애인과 대련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지고도 의수를 착용한 그들의 얼굴엔 천진난만한 웃음이 번진다. 그 천진한 미소에서 의수가 장애를 숨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름의 멋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만드로가 절단장애인에게 ‘테크니컬한 일종의 미용실’이 될 거라고 했던 이 동문의 포부가 떠올랐다.
“처음부터 전자의수에 관심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2013년 처음 접한 3D 프린팅 기술에 매료됐고, 이듬해 ‘(3D 프린팅으로) 무엇이든 만든다’는 뜻을 담아 회사를 설립했죠. 얼마 후 동갑내기 가장이 한순간의 사고로 절단장애인이 된 사연을 우연히 접했고, 2015년 재능기부 차원에서 처음 의수를 만들었어요. 3주 만에 첫 번째 버전을 완성하고 당사자의 피드백을 받았지만, 겨우 몇 몇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뿐인 작업을 계속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그동안의 과정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하고 손을 떼려고 했죠.”
그러나 이 동문의 지인이 장문의 의수 제작 과정을 다른 SNS에 공유했고, 그게 다시 하루 만에 100만 명에게 공유될 정도로 이목을 끌었다. 의수 제작 관련해 이 동문이 쓴 다른 글이 연이어 화제가 되면서 수차례 거절에도 불구하고 다음 포털의 크라우드 펀딩을 받게 됐 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이어졌다. 많은 이들의 지지와 지원에 등이 떠밀려 발을 뺄 수 없게 됐다. 사비 들여 재능 기부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책임감이 따랐다.
“값비싼 부품인 근전도센서(EMG)를 직접 개발했고, 3D 스캐너와 3D 프린터를 활용해 제작 절차를 간소화했습니다. 업계 최초로 충전·착용·보관이 쉬운 거치식 충전 방식을 도입했고요. ‘돈이 없어 전자의수를 못 쓰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를 모토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다닐 때 비해 수입이 확 줄어 아내의 눈칫밥을 먹긴 합니다만 (웃음), 특별히 돈 드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검소한 편이라 생활이 쪼들리진 않습니다. 첫째가 올해 중3이 됐어요. 창업 시작할 때 태어난 둘째가 초등학교 4학년 올라가고요. 다재다능하게 크는 둘째처럼 만드로도 차곡차곡 성장 해가기를 바라봅니다.”
이 동문은 올해 CES 때 자사 부스에서 100미터 이상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개막 초기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만드로 부스를 찾으면서 연일 몰려드는 방문객을 상대하느라 모교 부스마저 한번 둘러보지 못했다고. CES의 ‘Consumer Electronics’ 가 본래 냉장고·세탁기·에어컨·TV 같은 ‘가전’으로 번역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첨단 IT 테크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해 그는 “CES가 포지션을 아주 잘 잡았다”며 “사람과 가장 가까이 있는 기계들이기에 기술의 진보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다. AI와의 접목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짚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