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여중 ‘ㄷ자형 책상 배치’ 거진중 ‘학생 교양강좌 개설’ 영랑초 ‘점심 자율배식 시작’
‘강원 행복더하기 학교’로 선정된 영랑초교는 학생자치활동의 첫 시작으로 점심 자율배식을 시작했다. 지난 4일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속초, 고성, 양양의 대부분의 학교가 3월 2일 개학식 및 입학식을 시작으로 2011학년도 첫날을 시작했다. 이 중 조금 남다른 출발을 각오하는 세 학교가 있다. 바로 올해 ‘강원 행복더하기 학교’를 시작하는 설악여자중학교, 거진중학교, 영랑초등학교이다.지난해 7월, 민병희 교육감은 공교육을 바로 잡을 대안으로 강원도형 혁신학교인 ‘강원 행복더하기 학교’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강원 행복더하기 학교는 기존의 입시위주의 지식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배움의 주체인 학생들이 직접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자주적으로 행복한 교육을 만들어 가보자는 철학을 그 중심에 두고 있다. 이를 실천에 옮길 학교들이 이제 본격적인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세 학교 ‘행복더하기 학교’ 시작 ‘행복한 교실, 즐거운 학교’를 꿈꾸는 설악여중은 신입생들에게 장미꽃을 한송이 선물하며 그 설레는 첫날을 시작했다. 학생자치회와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인성교육과 ‘배움의 공동체’를 통한 수업혁신으로 학교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설악여중의 기본 방향이다. 무엇보다 먼저 3명의 교육행정사를 채용, 행정문서처리 업무를 교사의 업무에서 분리해 냄으로써 보다 많은 시간을 수업연구와 학생생활지도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학생자치회활동과 동아리 활동 역시 전보다 더 활기찬 모습으로 2011학년도를 준비하고 있다. 설악여중에 가 보면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ㄷ자형 책상 배치이다. 기존의 칠판을 향해 일렬로 배치되었던 책상배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윤석 교사는 “교육의 진정한 모습은 가르침이 아니라 배움”이라고 말하며, 이미 일본의 많은 학교와 경기도 장곡중학교의 예를 들며 새로운 책상 배치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고 배워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거진중은 설악여중에 비해 규모가 작은 군지역의 학교이다. 지역 특성상 열악한 교육여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작년까지만 해도 정규수업 6시간 이외에도 7, 8교시 교과 방과후학교를 실시해 학력신장에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왔다. 하지만 올해 행복더하기 학교를 시작하며 학력신장에 대한 노력과 더불어 시골 작은 학교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교양강좌를 개설해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학생자치회와 동아리 활동을 준비하며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학교문화를 꿈꾸고 있다. “행복더하기 학교는 뭔가 달라야 하잖아요. 그래서 올해는 아이들과 작은 동아리라도 꾸려서 활동해 보려고 해요. 오늘이 마침 토요일이라서 동아리 활동에 대한 설명을 해 주며 한번 우리도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를 해 봤어요.”올해 새로 부임한 이돈섭 교사는 의욕에 찬 모습으로 말한다.생태체험교육, 음악활동을 통한 정서적 감성교육, 학생자치활동의 활성화 등 몇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행복더하기 학교를 시작하는 영랑초교 역시 그 시작을 위한 첫 걸음을 옮겼다.윤관혁 교사는 “학생자치활동의 중심은 아이들에게 있는 것 같아요. 첫 시작으로 점심 자율배식을 해 보았는데,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질서 있게, 오히려 편식하지 않고 잘 배식이 되는 것을 보았어요. 늘 문제는 어른들의 지나친 걱정이 아닌가 싶어요”라며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가져온 결과에 흡족해 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에 우려의 목소리도 이들 학교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책상을 ㄷ자로 돌려서 오히려 어색하다는 설악여중 2학년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친구들을 마주보고 앉아 시끄러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또한 활동위주의 교육에 치중하다 자칫 교과교육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 또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이 거의 없었던 거진중 역시 새로운 시도가 쉬워 보이지 않다. “아직 아이들은 이런 동아리 활동이나 학생활동이 익숙하지 않아 막상 시작을 하면 적극적으로 움직여 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한번 믿고 해 보는 거죠.”(이돈섭 교사) 또한 세 학교 모두 수업공개, 정례화된 교사연구회, 다양한 활동 등을 계획하고 있어, 교사들에게 수업연구를 위한 많은 시간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오히려 업무가 많아질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두 아이들 모두 영랑초교에 보내고 있는 엄정임씨는 새로운 영랑초교의 모습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하고, 다양한 개성과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학교”라고 말하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보였다.“‘소통과 배려’를 통한 배움의 공동체로써의 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해 내고, 학교는 높은 벽을 허물어 학부모, 지역사회와 더불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정의로운 민주시민을 키우는 학교. 행복더하기 학교가 꿈꾸는 진정한 학교의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은 어느 누구도 강원 행복더하기 학교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은 오직 이제 막 날개짓을 시작한 세 학교의 노력에 학부모, 지역사회 모두가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새로운 학교문화 만들기에 동참할 때이다.” 이영선 설악여중 교사의 말이다. 장재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