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더위에 두루 강한 식물]
파는 추위와 더위에 두루 잘 견디는 식물이다. 시베리아부터 열대지방까지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된다.
원래 시베리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으나 아시아와 콜롬비아, 이집트, 프랑스에서도 유사한 계통이 견되고 있어 원산지가 여러 군데인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3000년 전부터 재배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통해 고려시대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대파는 여름 파와 겨울 파 가지로 나뉜다. 여름 파는 외대파 또는 줄기파라고도 하며 줄기의 흰 부분(연백부)이 길고 푸른 잎 부분은 짧고 굵은 것이 특징이다.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이 되면 성장이 멈춘다. 겨울 파는 잎파라고 불리며 추운 겨울에도 성장을 한다. 줄기의 하얀 부분이 짧고 비교적 얇으며 푸른 잎 부분은 길고 가늘게 자란다.
겨울 대파는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주로 재배한다.
부산시 강서구 명지동 일대가 한때 겨울 대파 재배지로 유명세를 떨쳤고, 지금은 진도를 비롯한 전남 해안 지방이 최대 주산지다.
명지가 대파 주산지가 된 데는 1959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줬던 태풍 사라의 영향이 있었다. 명지는 원래 소금 생산으로 유명하던 곳이었는데, 태풍 사라가 염전을 휩쓸고 갔다. 수많은 염전이 폐전으로 변했고, 주민들은 대체 상품으로 대파를 심기 시작 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명지 대파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으면서 국내 대파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금은 도시 개발 등으로 대파 재배지가 많이 줄어 ‘최대 주산지’ 타이틀이 전남 지역으로 옮겨갔다.
[혈액순환 돕고 온기 주는 알리신]
대파는 뿌리부터 줄기, 잎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활용도 높은 채소다. 우리나라 음식에선 빼놓을 수 없는 양념 채소이자 몸에 좋은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대파의 대표적인 성분은 유황화합물, 그중에서도 알린이다. 알린은 음식으로 조리할 때 효소의 작용으로 알리신으로 재합성되는데, 파를 잘랐을 때 미끈거리는 부분에 많다. 혈액순환을 돕고 몸을 따듯하게 해주며 신경을 안정시켜 불면증을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 알리신은 또 기력을 높이는 데 좋은 비타민B₁의 흡수를 돕기 때문에 비타민B₁이 풍부한 돼지고기와 함께 먹기도 한다. 살균 효과도 있어서 식중독 균 등 유해 세균을 죽이고 고기와 생선의 누린내와 비린내를 없애준다.
이 알리신 성분은 특히 대파의 뿌리 부분에 다량 들어있다. 하지만 알리신은 휘발성이 강해 오래 가열하면 약효 성분이 날아가 버리므로 살짝 익혀서 요리해야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가열해도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활성화되는 폴리페놀도 풍부하다. 한방에선 뿌리 부분을 총백(蔥白)이라 하여 모공을 열어 땀을 내게 하고, 몸에 들어온 한기를 몰아내서 양기를 회복시키는 효험이 있다고 본다.
대?의 흰 줄기인 연백부는 비타민C의 함량이 높은데, 사과보다 2배 이상 많다. 그래서 예로부터 대파는 피로 해소와 감기 예방에 좋다고 했다. 이 비타민C는 열에 약하므로 생으로 먹거나 살짝 데쳐 먹는 것이 좋다.
대파의 잎 부분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노화의 원인 중 하나인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또한 칼슘이 많아 관절 건강에 도움을 준다.
이 밖에도 대파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의 운동을 원활하게 하여 숙변 제거 효과가 있으며, 육류나 볶음요리처럼 지방 성분이 많은 음식과 함께 섭취하면 콜레스테롤이 체내 흡?되는 것을 억제한다. 다만 파를 생으로 많이 먹으면 매운 성분으로 인해 위가 자극을 받을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연백부 길고 곧은 게 상품]
대파는 연백부가 길면서 희고 곧은 것이 상품이다.
또 연백부를 만졌을 때 너무 무르거나 딱딱하지 않고 탄력 있는 것, 전체적으로 윤기가 있는 것을 고른다. 푸른 잎 부분은 끝이 시든 것 없이 진한 녹색을 띠며 부드러운 것이 맛이 좋다. 반면 만졌을 때 뻣뻣한 것은 오래전에 수확한 것이므로 피한다. 파는 보통 단으로 묶음 판매를 하는데, 안쪽에 들어있는 파의 상태도 살핀다.
대파는 물에 닿으면 쉽게 상할 수 있다.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뿌리째 씻지 않은 상태로 흙만 털어 신문지에 싸 서늘한 곳에 둔다. 싱싱한 대파 라면 잎 부분은 잘라 요리에 사용하고 뿌리와 밑동을 5~10㎝ 길이로 남겨 화분에 심어 키우는 방법도 있다. 뿌리가 잠길 만큼 깊숙이 심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면 새잎이 올라와 계속 잘라서 먹을 수 있다. 씻은 대파는 냉동 보관해도 된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뒤 용도에 맞게 썰어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넣는다.
[알싸한 매운맛, 익히면 단맛]
대파에는 두 가지 맛이 ?다. 생으로 사용할 때는 알싸한 매운맛과 특유의 향이 있고, 익히면 단맛을 낸다. 생대파는 특유의 향이 잡냄새를 잡아주기 때문에 다양한 요리에 양념으로 사용하며, 육수를 우려낼 때는 감칠맛과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뿌리 부분을 사용한다.
단맛이 나는 연백부는 무침 요리에 넣거나 동그랗게 송송 썰어 곰탕·설렁탕 등에 고명으로 얹으면 향긋한 맛이 입맛을 더한다. 대파의 알싸한 맛과 향기가 부담스럽다면 큼지막하게 썰어낸 대파를 뜨거운 프라이팬에 올려 살짝 볶아낸 다음 국물 요리에 넣으면 감칠맛을 더한다.
파를 요리에 ?을 때는 고온에서 짧은 시간에 끓여야 영양가가 살고 보기에도 좋다. 대파를 생채로 먹을 때는 얇게 썰어서 찬물에 15분 정도 담갔다가 사용하면 매운맛이 한결 줄어든다.
대파보다 굵기가 가는 쪽파, 그보다 더 가늘고 연한 실파도 있다. 물김치나 파김치 등을 담글 때는 쪽파를 이용해야 맛과 향이 좋다. 대파보다 미끈거림이 적어 김장 김치를 담글 때도 쪽파를 사용한다. 실파는 독특한 향에 부드럽고 연한 잎이 특징이다. 쪽파에 비해 진액이 적어 고명으로 올리거나 양념으로 이용한다. 파강회나 파전으로 요리해 먹기도 하고, 살짝 ?쳐 들기름에 무쳐 먹으면 봄나물처럼 맛있다.
<전원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