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가치로 깨달음으로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보는 삶을 살자
미음완보(微吟緩步)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거닌다
하늘의 소리, 자연의 소리, 사람이 소리, 민중의 소리, 양심의 소리를 듣고
삶을 반추하고, 성찰히며, 관조하는 깨달음의 순간을 갖는다
조고각하 (照顧脚下) 자기 발 아래를 잘 살핀다
깨달음의 순간이다
‘미음’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려라
마음을 열고 하늘의 소리, 자연의 소리, 사람이 소리, 민중의 소리,
양심의 소리를 듣도록 늘 귀를 열어두고, 가슴을 열어 들어라
일송회 산시제를 지내고자 팔공산을 거르니며 산사의 역사를 눈으로 좇는다,
올해의 단어를 ‘미음완보(微吟緩步)’로 삼기로 했다.
미음완보는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거닌다’라는 뜻이다.
‘미음’이란 단어를 발음해 보면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맞닿아 미소 짓는 모양이 되어 더욱 마음에 든다.
그럴듯한 단어를 골랐지만 과연 낮은 목소리로 세상을 읊조리는 시를 쓸 수 있을까?
나는 항상 위를 보며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회는 이만 털어내기로 한다. 어깨를 활짝 펴고 숨을 들이마신다.
청량한 바람 한 줄기가 폐 속 깊이 들어와 날숨에 빠져나간다.
조고각하 (照顧脚下) 자기 발 아래를 잘 살핀다
자신의 발 아래를 살피려면 고개를 숙여야 하듯
겸손하고 스스로를 낮추라는 말이다.
이처럼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다고 한다.
칼바람을 이겨내고 비좁은 바위틈에서 꼿꼿이 자라난 소나무를 본다.
힘든 시간에 별말 없이 곁에 있어 준 친구들,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상심했을 때,
실패해도 괜찮다고 어깨를 감싸주던 가족들이 떠올랐다.
어떤 말은 삶을 다음으로 건너가게 해주는 징검돌이 된다.
이들의 격려를 디딤돌 삼아 새해 첫 메시지를 보냈다.
“올해도 함께 살아주어 고맙습니다.”
서로 세워주고, 섬기며 사랑으로, 아름답게 살아온 이웃에 감사한다
새해엔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몸과 마음이 유연해지고,
아름다움을 알아차리는 존재의 아름다움이 되어야 한다.
현경 교수의 말처럼
‘우리 안에 눈뜨지 못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찾아가고,
숨겨지고 감춰진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 사는 삶이어야 한다.’
아름다움을 놓치고 망각하는 게 최악의 비극이며 상실이라면,
아름다움을 회복하고 함께하는 건 구원의 완성이며 하나님 나라다.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생명의 존재와 어우러지는 이사야의 예언(사 11:1~9)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보는 존재로 함께 어울려 아름답게 사는 것을 꿈꾼다.
2024년, 갑진년 새해가 시작됐다.
새 달력, 첫달을 어떤 마음으로 시작해야 할까?
시작하는 마음은 늘 설레고 두근거린다.
어떤 인연과 만나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더 가슴이 뛴다.
아주 사소한 계획부터 거창한 계획까지,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각자 마음속에 새해 다짐, 약속, 목표 등을 품었으리라 생각한다.
불교에서는 처음 발심이 곧 깨달음이라는 뜻의‘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다
법성게는 신라 의상 스님이 당나라 유학을 마치며 자신이 배우고 수행한 60권
화엄경의 가르침을 일곱 글자로 된 30개의 구절, 총 210자에 담아 668년 완성한 것이다.
‘초발심시변정각’이란 무엇이든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마음을 정하고 그 일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무슨 일이든지 성취할 수 있게 하는 비결이다.
깨닫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킨 그 지극한 순간이 비로소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목표한 지점에 도달해 있다.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한 해가 될 것이다.
시작할 때 중요한 것, 어떤 일에 집중하고 의욕적으로 노력할 것인가?
처음 목표를 정하고 나서 자신의 의지와 결심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도중에 의지가 약해지거나 다른 유혹에 넘어가 다른 곳에 관심이 생기면서
흐지부지될 수 있다.
그것은 처음 마음을 냈을 때의 목적의식이 약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기 어려운 무리한 목표를 세워도 안되고, 너무 쉬운 목표를 세워도 안 된다.
현재 자신이 처한 환경과 상태에서 할 수 있는 한계를 알고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부처님 당시에도 소나꼴리위사라는 비구가 있었다.
그는 부유한 장자의 아들인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하지만
수행의 결과가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으니 자책하면서 수행을 포기하고자 했다.
바로 그때 부처님께서 소나꼴리위사를 찾아와 이야기했다.
“그대가 악기를 연주할 때 현을 너무 팽팽히 조이면 소리가 듣기 좋은가?”
“좋지 않습니다.”
“그럼, 지나치게 느슨하면 듣기 좋던가?”
“좋지 않습니다. 부처님,
악기를 연주할 때 현의 완급을 적당히 조율하지 않으면 좋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진리의 길을 걷는 것도 마찬가지다.
의욕이 지나쳐 너무 급하면 초조한 마음이 생기고,
열심히 하려는 뜻이 없으면 태만으로 흐르는 것이다.
그러니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중도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러면 속세의 미혹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너무 조급하고 초조해도 일을 그르치고,
그렇다고 너무 느긋하고 게을러도 일을 그르치게 된다.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지혜로운 중도의 길을 찾아야 한다.
매일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중도 포기하지 않고 실천함으로써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결국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한 걸음 잘 내딛는 것이 목표를 향해가는 지름길임을 기억하고
하루하루 착실히 살아가면서 실천했으면 좋겠다.
지금 한 걸음부터.
미소짓는 미음으로 미음완보(微吟緩步)
겸손하게 낮추고, 섬기는 사랑의 삶으로 조고각하 (照顧脚下)
매순간 깨달음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