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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전통 '상징성' 고스란히 #문은 그 건물의 첫인상이면서 동시에 의미상 영역의 경계로서 중요하다 계명대-전형적 서양 고대건축 파사드 양식, 대구대-도시 외곽 휴식공간·기능성도 포함…영남대-민속놀이 고싸움 표현 전시 기능도
그리고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좋은 시설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전반의 인식도 있겠지만 그동안 설립된 수많은 대학들은 좋은 교육의 성과로 우수한 인재를 뽑는다는 본질보다 오히려 멋진 시설과 아름다운 캠퍼스가 그것을 대신하는 것으로 착각하지 않는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시설에 투자하고 있는 듯하다. 비록 좋은 시설이 훌륭한 업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해도 부정한 시작은 근본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이는 한 사람의 삶에 관한 많은 것이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것은 건축에서도 같은 현상으로, 예를 들어 파사드(주 정면)의 디자인은 설계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즉 그 건물의 얼굴이 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건물에서 현관이나 대문 역시 그 건축의 기능이나 특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첫인상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 그것은 단지 형태만이 아니라 의미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전통 건축인 사찰에서 정문격인 일주문은 절 영역의 시작으로 속세와 분리되는 경계를 의미하므로 그곳을 통과하면서부터는 경건한 마음가짐이 수반된다. 마찬가지로 전통 한옥의 솟을대문 역시 이용자의 신분에 따라 출입문이 다르고, 행사의 내용에 따라 차별화되어 사용되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문에 불과한 대문이나 정문은 그 형태와 크기 등을 통해 건축물의 성격과 공간의 특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얼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대학들은 경쟁하듯이 새로운 건물을 건설하고 캠퍼스를 아름답게 꾸며 학교 알리기에 열심인데 지역의 대학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의 대학들은 타 지역의 대학과 비교해 볼 때 학교마다 개성 있는 좋은 캠퍼스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각 대학들의 정문은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건축적으로 좋은 비교가 된다. 계명대는 진입로의 중앙에 담장 없이 하나의 오브제처럼 기독교계 학교임을 상징하듯 이오니아식 기둥위에 박공지붕을 얹어놓은 전형적인 서양 고대건축 파사드의 한 부분처럼 강한 상징성을 가진다. 마치 포스트모던 건축가 '로버트 벤투리'의 '기호학적 모델이론'(건물이 무엇이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관한 정보전달을 중요시하는 부호 같은 건축)의 멋진 사례처럼 보인다. 필자가 설계한 대구대의 정문은 큰 호수의 끝부분과 면하는 경계지점에 문으로서의 상징성을 담은 원기둥을 만들면서 폭 50m, 길이 140m의 진입부에 맞는 비례감을 고려하여 문주인 원기둥에 작은 경비실을 설치하는 기능성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담장을 설치할 수 없고 주변이 정리되지 않은 대지상황을 감안하고 도시의 외곽지에서 누릴 수 있는 장소적 특성을 살린 하나의 휴식공간을 만들었다. 그래서 중앙부에 분수를 설치하고 주변으로 막구조 지붕을 설치하여 장소적인 특성으로 대학을 인식하는 정문공간을 중요시하였다. 가장 최근에 완성된 영남대의 정문은 형태상으로는 전통 민속놀이인 고싸움을 표현한 형태이다. 상대적으로 넓은 진입공간에 위치하고 진입도로 폭이 거의 100m나 되기 때문에 길이에 맞는 비례감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하부공간에는 관리·전시기능을 설치하고, 평면적으로 넓은 영역에 수공간과 조경공간을 기하학적으로 만들어 역시 단순한 문의 기능만이 아닌 휴게·상징으로서의 공간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대학의 건물과 캠퍼스 분위기보다 교문인 정문의 이미지로 각 대학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까지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교문으로서의 상징성, 형태적 대칭성 그리고 재료적 견고성을 통해 대학의 권위와 전통을 담으려 했다면 앞으로의 대학정문은 보다 자유로운 형태와 재료를 사용하면서 단순한 문으로서가 아닌 장소적 특성을 고려한 개성 있는 조형물처럼 변해갈 것 같다. 내년에 60주년이 되는 경북대도 새로운 교문을 계획하고 있다. 또 하나의 새로운 대학교문이 어떤 형태로 되어야 할지 작업에 참여하는 한 사람으로 솔직히 고민이 된다. 지금까지의 전통과 지향해야 할 미래도 담아야 하고 개성도 있어야 되고 그리고 아름다워야 하고. 그에 더하여 정말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순수함을 담는 경계가 되어, 그곳을 통과하는 모든 사람이 흔히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정과 부패를 씻어버리고 건강한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문이 될 수 있다면…. |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