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세대 정부 간 재정관계론 작동 안 해
이재원 부경대학교 교수는 2세션에서 ‘내일의 자치를 위한 중앙·지방 간 재정관계 정립 과제’ 발표를 통해 “최소한 미국에서는 제1세대 정부 간 재정관계론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주민의 복지에 대한 욕구는 자원배분의 일상생활 영역뿐 아니라 사회안전망과 경제안전망 모두에 펼쳐져 있다”며 “중앙정부의 집권적인 표준화된 대응과 작은 정부는 당면한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시장실패와 정부실패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분권과 집권의 양극에서 구상되는 대안은 정치권에서도 해법이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재원 교수는 “논의의 핵심은 복지정책 분야다. 지역별로 사회서비스 선호가 달라지고, 전자급부시스템과 같은 사회공학 기술들이 정책에 도입되고, 복지재원의 동원방식, 사회서비스의 공급방식, 그리고 공급주체가 다양화되는 ‘복지혼합’ 체제가 형성됐다”며 “소득분배=중앙정부, 자원배분=지방정부의 과거도식은 더 이상 유호하지 않게 됐다. 전통적인 재정관계의 이론과 제도는 폐쇄형 국민국가시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재원 교수는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정부실패 현상 문제해결에 전통적인 정부 간 재정관계이론은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재정학자들의 인식을 거론하며 “문제는 재정분권 자체가 아니라 분권의 형태였다”고 말했다.
공공서비스, 주민에게 선택 받아야
이재원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1990년대 등장한 성과주의 혁신에서는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정부 간 재정기능의 분담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최적의 공공서비스를 공급하는 정부 주체들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정기능의 유형 구분 없이 중앙정부가 효율적으로 대응하면 자원배분 기능에 속하는 것들도 주민이 중앙정부 산하의 지방특별행정기관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공급받으면 된다. 분권 자체가 중요하다는 접근은 일종의 지대추구의 비효율적인 편견이 됐다.
지방정부의 역할증대가 경제적 혹은 재정적으로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공공서비스 자체가 갖는 경제적 특성뿐 아니라, 실제 운영과정의 효율성(주인-대리인 문제)을 확보해 주민에게 선택(선호)을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이 주민 선택이 논의 중심이 되면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 논의는 의미가 없어진다. 선택은 주민이 하는 것이며, 중앙과 지방은 서비스 경쟁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 간 재정관계에서 2세대 이론이 제기하는 근본적인 문제인식이다.
이에 대해 이재원 교수가 말한 내일의 자치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과제 중 하나는 “중앙과 지방재정은 지역 주민에게 봉사하는 성과 경쟁의 재정파트너로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이 교수는 “중앙과 지방 간의 재정파트너십을 형성·작동하는 전제조건 혹은 인센티브는 지역의 경제적 개발과 주민의 복지증진이 돼야 한다”며 “이와 같은 모델의 접근방법과 대안을 고려하면 지금의 1세대형 정부 간 재정관계 제도들은 대폭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간접참여에 불과
김찬동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3세션 토론을 통해 “참여는 시민을 시민답게 만들고, 자치를 가능하게 만들며,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게 된다. 반대로 참여가 없다면 시민도 없고, 자치도 형식화되며, 신뢰사회도 되기 어렵다”며 “최근 시울시 등에서 마을공동체 논의가 활발했던 것은 현대 도시생활에서 해체됐던 공동체에 대한 갈증을 나타낸 것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참여에는 제도적 장치로서 우선, 직접참여제도인 조례제·개정, 주민감사청구제도, 주민투표제도, 주민소송제도, 주민참여제도(주민참여예산제도), 주민소환제도 등이 있다. 간접참여제도는 반상회, 민원, 제안, 청원, 위원회, 공청회 등이 있다. 간접적 참여제도들은 행정에 직접적인 변화를 주기보다는 행정이 의사 결정하는 과정에서 참조하거나 자문하는 정도일 것이다.
즉, 간접참여제도에는 법률적 권한이 부여돼 있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는 간접참여에 불과하다. 이를 직접참여로 바꾸기 위해 주민자치회(특별법에 의해)의 시범실시를 하고 있다. 이 점에서 참여제도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협력형 주민자치회, 관치의 틀 못 벗어
이에 대해 김찬동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자치회를 협력형으로, 즉 행정의 말단조직으로서 읍·면·동사무소를 그대로 존치한 상태에서 주민자치회를 도입하고, 시·군·구의 자치사무 중에서 주민공동체가 자치적으로 수해행할 수 있는 일부의 사무에 한해 위탁사무를 준다는 사고방식은 여전히 관주도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관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김찬동 연구위원에 의하면, 이미 도시지역에서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주민주도형의 주민자치가 시행되고 있다. 주민이 관리비를 내고, 이 관리비에 의해 아파트관리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이 선출한 아파트 입주자대표들을 통해 아파트관리소를 주민주도형으로 자치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법을 통해 이미 주민주도형의 주민자치가 실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정행정부의 주민자치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관치의 틀 속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주민자치에 대한 주관부처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사항이다.
더구나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물론이고,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근린생활자치의 혁신과 주민 중심의 생활자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협력형에 머물고 있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는 전면적인 재설계가 시급하다. 이에 대해 김찬동 연구위원은 “협력형에 머물고 있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는 전면적인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발전은 주민참여 재설계부터
김찬동 연구위원은 “참여는 생활이다. 학습을 통해 생활화돼야 한다. 행정은 정보를 충분히 공개해야 참여의 양과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심의 민주주의는 정보제공, 시민의회방식은 학습이 전제되며, 공청회를 통해 토의과정을 거쳐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시민배심제도도 참여를 의무화한 방식이다. 타운미팅은 주민총회와 같은 방식으로 미국의 근린생활자치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다”고 설명했다.
이제 참여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찬동 연구위원은 “현재도 입대위나 주민자치위원회의 회의방식에 주민이 참여하는 공개된 공간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시설배치가 대표들의 논의를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는 구조로 돼야 하고, IT가 발달해 있는 한국사회의 강점을 살려 영상으로 공개해야 한다. 또 SNS 등으로 순간순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 참여의 생활문화를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선 시설공간의 재설계가 필요하고, 이런 설계에는 참여의 철학과 본질을 체득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의 지방자치발전은 풀뿌리의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 주민참여의 재설계에서 시작돼야만 할 것이다.
출처 : 더퍼블릭뉴스(http://www.thepub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