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SNS 영상에 충격… 보수-진보 모두 “있어선 안될 일”
“견해 다르다고 폭력 휘둘러선 안돼”
“정치 양극화, 요즘엔 극단 치달아”
SNS선 음모론 등 허위정보 떠돌아
李 재판 일정, 건강따라 변경될 수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인근에서 김모 씨(67)로부터 피습됐다는 소식이 2일 오전 알려지자 시민들은 ‘충격의 하루’를 보내야 했다. 특히 이 대표의 피습 순간이 고스란히 녹화된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본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당수의 시민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있어선 안 되는 일이자 반민주적 행태”라고 입을 모았지만, 일부 진보 및 보수 성향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피습 경위를 두고 논쟁을 벌이거나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 진보 보수 모두 “있어선 안 될 일”
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강태열 씨(79)는 이 대표의 피습 소식을 접하고 몹시 충격을 받은 듯 10초간 허공을 바라봤다.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강 씨는 “기절초풍할 일이다. 혹시 (이 대표의) 생명에 지장이 있을까 봐 울분이 터진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 시민들도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모 씨(34)는 통화에서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폭력을 저지르는 건 야만적인 행위이고 시대를 역행하는 반민주적인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을 두고 “극단화된 정치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이모 씨(55)는 “서로에 대한 미움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예전에 경험했던 정치적 양극화와는 너무 다르다. 요즘 정치는 극단으로만 치닫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이라는 이모 씨(26)도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습 사건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정치가 이렇게까지 극단화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 음모론과 허위정보 나돌기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피습 경위를 두고 논쟁을 벌이거나 근거없는 음모론이 펼쳐지기도 했다. 진보 성향 커뮤니티의 일부 이용자는 “극우 유튜버들이 세뇌 방송을 한 결과다” “분명 사주한 세력이 있을 것이다” “정적 제거 시도”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선 “1cm 열상이라는데 깊은 상처가 맞느냐” “(진보 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피습 당시 ‘자작극이다’, ‘안 죽어서 아쉽다’ 등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느냐” 등의 주장이 나왔다.
X(옛 트위터)등 SNS에서는 이 대표를 습격한 남성에 대해 ‘이낙연 지지자’ 또는 ‘한동훈 지지자’로 근거없이 규정짓는 추측이 난무하는 등 허위정보들이 퍼져 나가기도 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피해자가 어떤 진영, 어떤 인물이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사건을 두고 진보와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갑론을박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우리 정치 문화의 부끄러운 실상”이라고 했다.
● 대장동 등 재판 일정 지연
이 대표가 받고 있는 각종 재판은 지연될 전망이다. 당초 이 대표는 이달 최소 4차례 재판에 출석해야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가 심리 중인 위증교사 사건 첫 정식 공판이 8일로 예정돼 있었고, 같은 재판부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배임 및 뇌물 혐의 재판 역시 9, 12일 열릴 예정이었다. 이 대표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가 심리 중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도 19일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쟁점이 단순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위증교사 사건 선고 역시 4월 총선 이후에 가능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이 대표의 건강 상태에 따라 재판부가 재판 기일변경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준영 기자, 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