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생존수영교육은 어떻게 이뤄질까. 궁금증에 찾아봤던 내용입니다.
심심풀이 신변잡기로 읽어보세요. 생존수영교육은 이렇게 하는 구나. 한 초등학교의 특활교사께서 일상을 기록하신 내용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생존수영이란 활동을 한다. 교육과정에 포함된 활동으로 각 학교마다 학기 초에 계획을 세워 3, 4학년에 걸쳐 운영을 해야 하는 활동이다. 첫째인 예담이는 올해 3학년이 되어 생존수영 활동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담임선생님이 여자분이셔서 남자아이들의 탈의실 사용에 도움을 주실 학부모를 학기 초부터 찾고 있었다.
사실 학교에서 학기 초에는 학교 교육 활동에 학부모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녹색어머니 교통 봉사, 어머니 폴리스 활동, 사서 도움 교사, 각종 학교 체육 행사 활동 도움 교사 등 학부모의 도움이 절실한 부분이 많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녹색어머니는 모든 학생의 부모님의 참여가 의무사항이라 상관이 없지만 어머니 폴리스, 사서 도움 교사 등은 학부모의 참여율이 저조하여 신청한 사람들에게 배당된 봉사일이 늘어나 매년 학부모 참여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시스템은 사실 학부모 사이에도 원성이 많다. 녹색 어머니를 하기 위해 맞벌이인 학부모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하고, 교실에서 일찍 등교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교사는 뭐하냐고 원망 섞인 소리도 한다. 어떤 학교에서는 어머니 폴리스를 반 별로 인원을 할당하기도 하여 담임이 곤혹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매년 반복되고 또 서로가 힘들지만 잘 바뀌지 않는다.
학기 초부터 생존수영에 남자 부모님이 필요하다는 담임선생님의 간곡한 말 한마디가 교사지만 쉬고 있는 내 마음을 불편한 잠자리에 누운 것처럼 뒤척이게 했다. 쉬는 동안은 나와 내 아이를 위해 시간을 쓰겠다고 생각했지만 도움이 필요하다는 선생님의 부탁이 마음에 남아서, 육아휴직이라 자유로운 몸이어서 생존 수영 인솔 도움 교사로 덜컥 신청을 했다. 총 네 번의 생존수영 활동 기간 동안 두 번을 가는 것으로 스케줄이 짜였고 지난 금요일이 그 첫 번째 시간이었다. 담임선생님이 연락을 주셔서 아이들과 버스를 타고 가도 되고 자차로 먼저 갈지 결정하셔도 된다고 배려해주셨다. 그래서 자차로 가겠다고 했고 먼저 아이들이 활동하는 수영장에 도착해서 기다렸다.
버스가 도착하고 아이들이 내리는데 3학년 아이들은 참 예쁘다. 인사도 잘한다. 게다가 예담이와 놀이터에서 나가서 놀면서 매일 만났던 친구들도 “예담이 아빠다.”며 아는 체를 한다. 그때는 재잘대는 아이들도 예뻤다. 하지만 웬걸, 아이들은 한 명씩 따로 보면 천사가 따로 없지만 단체로 모여 있으면 악마로 변신한다는 사실을 나는 깜빡 잊고 있었다.
수영장 탈의실에 들어가서부터 남자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시작되었다. 아이들끼리도 맨 몸을 보여주는 게 부끄러운지 끊임없는 잡담으로 부끄러움을 대신했다. 개별로 수영 강습을 받으러 온 노인 분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한 마디씩 하셨다.
"요즘엔 남자애들이 더 말이 많다니까."
나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을 달래 보지만 담임이 아닌, 보잘것없는 학부모에 불과한 나를 아이들은 대부분 무시한다. 믿었던 예담이도 아빠가 온 게 신났는지 벌거벗은 몸으로 엉덩이를 실룩실룩 흔들며 아이들의 웃음을 자아낼 때 나는 아직 한 번 더 봉사가 남았다는 것이 두렵기 시작했다.
'내가 너희 담임이었으면 바로 샤우팅이다. 이것들아'
간신히 이 말을 속으로 꾸역꾸역 집어넣으며 간신히 달래서 수영장으로 밀어 넣고 나니 남자 탈의실이 지저분하게 평화로웠다. 소지품을 담은 바구니 밖으로 아무렇게나 튀어나온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와서 아이들의 생존수영 활동을 지켜보았다. 수영 선생님 앞에서 다시 예쁜 천사로 돌아간 아이들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예담이를 보는데 예담이도 2층에 있던 내가 유리창으로 보였는지 웃으며 인사한다. '배신자'
2시간 정도 활동이 끝나자마자 다시 탈의실로 내려갔다. 아이들은 물에 젖어 잘 벗겨지지 않는 수영복을 벗으려 행위예술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수영복을 벗겨 주고 탈의실 관리인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탈수기에 수영복을 돌리고 난 뒤 개별 수건으로 덜 닦은 몸을 닦아주고 옷을 입도록 했다.
이제 빨리 입은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래도 나는 밖에 담임선생님이 계실 줄 알았지만 선생님께서도 여자아이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지 여자 탈의실에서 나오시질 않으셨다.
'이제 오로지 이 망아지 같은 남자아이들의 생활지도는 내 몫이로구나.'
수영장 로비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남자아이들을 붙잡아 놓는 것은 물을 주먹에 쥐는 것과 같았다. 그래도 예담이는 그런 아빠가 불쌍해 보였는지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 본다. 남자아이들과 여자 탈의실 문을 번갈아 5번쯤 보았을까 그제야 여자 탈의실 문이 열리고 담임 선생님이 나오시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나도 선생님이지만 진짜 선생님은 위대하다.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과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그것도 아이들 하나하나 머리까지 쓰다듬으며 말이다.
그렇게 나의 길고 길었던 생존수영 도움 교사 일정은 간신히 마무리되었다.
'이 녀석들, 다음번에 놀이터에서 두고 보자'
첫댓글 아이들 한명씩보면 천사,모이면 악마. . . ㅎ ㅎ. . 빵~! ! 터 졋어요
전에 수영장가서 보니 샤워실에서 중딩아이들이 샤워기 하나씩 잡고 한참동안 서로 장난치며 시간 끌더군요 기다리는 어른들 눈치도 개의치 않음. 그리고 전 헬스좀 하고 나오니 이놈들이 로비에서 여선생님한테 막 혼나던데 같이 들어간 여자애들은 벌써 나왔는데 니들은 뭐하느라 지금 나왔냐고 ㅎ 꼰질렀네요
한때의 반항기. 선생님 참 어려운 직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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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힘든 상황을 이겨 가는 소명과 동기가 분명 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