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전역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동시 다발로 폭발한 헤즈볼라 대원들의 워키토키에는 일본 제조사 아이콤의 로고가 선명히 박혀 있었다. 이에 오사카에 본사를 둔 아이콤은 무관한 일이라며 10년 전에 장비 생산을 중단한 상태라고 해명했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수백 대의 워키토키가 동시에 폭발해 20명이 죽고 450명이 다쳤는데 공격 후 참상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아이콤 사가 제조한 IC-V82 수신기라고 제품에 표시돼 있다.
그러나 아이콤은 10년 동안 이 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출하지 않았으며 이 제품들을 작동하는 데 필요한 배터리도 생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레바논 전역에서 지난 17일 수천 대의 무선호출기(페이저, 삐삐)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폭발해 12명이 죽고 2000명 이상이 다친 사건과 관련해선 타이완 기업 골드 아폴로가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골드 아폴로의 창업자 쑤칭쾅은 자신들은 공격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그의 상표를 헝가리의 BAC 컨설팅이란 회사에 라이선스를 판매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는데 BBC가 접촉할 수 없는 회사였다.
아이콤은 자사 로고를 박은 양방향 라디오 장비들이 레바논에서 폭발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을 통해 "IC-V82는 2004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제조해 중동 등에 수출했던 휴대용 무전기다. 약 10년 전 중단됐고, 그 뒤로는 우리 회사에서 선적하지 않았다"면서 "주된 몸체를 작동하는 데 필요한 배터리 생산도 중단됐으며, 위조 제품을 구분하기 위한 홀로그램 실(seal)도 부착돼 있지 않다. 따라서 그 제품이 우리 회사로부터 선적된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이콤은 나아가 모든 무전기들은 일본 내 같은 공장에서 제조됐으며, 공인된 배포처들을 통해서만 해외시장에 제품들을 판매해 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아이콤 미국 지사의 판매 임원은 AP 통신에 레바논에서 폭발한 무전기 장비들은 그 회사에서 만들지 않은 복제 제품처럼 보인다며 온라인에서 위조 제품들을 발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그 장비는 아마추어 무전기 동호인들에게 인기 있으며 친교나 긴급 교신, 토네이도나 허리케인을 쫓는 이들이 많이 쓴다고 말했다.
BBC 취재진도 몇 초 만에 온라인 시장에 나온 아이콤의 IC-V82 목록을 찾아냈다고 했다. 이들 장비의 공급망 가운데 어느 지점에서 누군가 끼어들어 폭발물을 심었는지 알 길이 없다. 몇몇 사람이 오래 된 아이콤 IC-V82 제품들을 사들였는지, 아니면 이 임원이 주장한 ㅐ로 위조한 것인지 여부도 알 수가 없다.
레바논의 안나하르 신문은 지난 18일 아이콤 워키토키들은 오래 된 핸드세트 제품들이라고 전했다. 보안 소식통이 로이터 통신에 전한 바에 따르면 이번에 폭발한 워키토키들은 헤즈볼라가 다섯 달 전에 구입한 것들이었다..
아이콤 홈페이지에는 해양, 항공, 토지 이용자들을 위한 워키토키와 무전기 장비들을 생산해 왔으며 스스로를 "아마추어 무전시장의 세계 리더"로 자부하고 있다. 아시아는 텔레콤과 전자제품의 글로벌 허브로 여겨지고 있으며 일본, 타이완, 중국 같은 나라들은 우수한 품질을 벤치마킹하는 대상으로 여길 만큼 테크 제조업체 역할을 하고 있다.
BBC 베리파이(Verify)는 지난 17일 대규모 폭발을 일으킨 페이저들과 연결된 회사인 BAC 컨설팅을 조사해 그 회사가 단 한 명의 대주주 소유이며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14지구의 한 건물에 주소지를 둔 것을 확인했다. 같은 건물에 다른 13개 기업과 단 한 사람이 등록돼 있었다. BBC 베리파이는 재정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했지만 BAC가 다른 기업들이나사람과 어떤 연결 고리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티아나 바르소니아치디아코노는 미국 NBC에 폭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난 페이저들을 만들지 않는다. 난 그저 중간에 놓여 있을 뿐이다. 난 여러분이 잘못 짚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