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의 혹
『자궁에 혹이 생겼습니다.』 건강진단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이같은 의사 말을 듣고 당혹해 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덩달아 가족들도 근심에 휩싸인다. 「혹시 암이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암과 구별되는 「자궁근종」으로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울산의대 김영탁교수는 『자궁근종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0.5%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 자구의 혹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한양대병원 조삼현 교수는 『자궁 혹은 가임여성의 20∼30%에서발견될 정도로 흔한 것으로 반드시 제거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혹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는 먼저 혹이 증상을 수반한 때이다. 성균관의대 이인국교수는 『증상은 생리통,생리불순 과다출혈 등이 많으며 아랫배통증,변비,잦은 소변등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증상해소를 위해 수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상이 있더라도 페경에 임박한 여성은 호르몬 변화에 의해 혹이 사라지므로 수술할 필요가 없다.
혹이 불임의 원인이 될 때도 제거해야 한다. 경희대병원 이선경교수는 『혹이 나팔관을 막으면 불임을 초래하며,자궁내막 근처에 있을 때는 착상을 방해하거나 조산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산이 반복될 때는 자궁근종을 의심할 수 있다.
이밖에 혹이 임신 12주 이상(성인 주먹 한 개) 크기 이거나, 3∼6개월만에 갑자기 커질 경우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혹을 제거해야하는 경우는 전체의 5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조삼현 교수는 『혹을 제거하지 않는 경우 반드시 6개월마다 정기진단을 통해 혹의 발육과정을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혹을 제거해야 하는 때에는 혹만 잘라낼 것인지, 자궁 전체를 들어낼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박노현 교수는 출산을 희망하는 여성은 혹 제거가 권장되나, 출산이 끝난 여성은 재발 방지를 위해 자궁적출술이 좋다』고 말했다. 혹 제거시 20∼25%에서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근종이란】
주로 30∼45세 가임연령에서 잘 발생하며 자궁적출술 시행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발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혹의 성장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의존한다. 즉 난소 기능이 왕성해 에스트로겐 분비가 원활할 경우 혹이 잘 자라고 폐경기 이후에는 발생한 혹도 크기가 감소한다. 부위에 따라 자궁 입구에서 생기는 자궁경부 근종과 자궁몸통에서 발생하는 자궁체부 근종이 있는데 대부분 체부근종이다.
깊이에 따라 자궁내막 밑, 자궁 근육사이, 자궁 바깥층 등에서 발생한다. 증상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으나 약 25%는 증상을 동반한다. 진단은 문진, 자궁내막 소파검사, 초음파, 자궁경·복강경 등으로 쉽게 찾아낸다.
【수술종류】
『배를 째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질로 수술하면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는데...』
자궁근종이나 난소 혹의 수술법을 놓고 고민하는 환자들에 대해 가톨릭의대 김승조 교수는 『같은 자궁근종이라 하더라도 근종의 크기와 위치, 성격, 근종 주위조직의 유착여부 등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진다』며 『수술법의 선택은 의사에게 맡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복강경 수술. 복강경을 보면서 난소나 자궁의 혹을 잘라 잘게 부순 다음 복부의 작은 구멍이나 질을 통해 빼내는 방법이다. 이 수술은 복부를 절개할 필요가 없고, 간편하고, 회복이 빠르다는 게 장점. 최근엔 복강경을 이용,자궁근종을 잘라내지 않고 치료하는 새 치료법도 개발됐다.
질식 수술법은 복부에 상처를 전혀 내지 않고 질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흉터가 없고, 회복이 빠르며, 통증이 적다. 수술비도 복강경 수술의 절반. 난소 혹은 이 수술법으로 제거하기 어렵지만 자궁근종이나 자궁경부 상피 종양 등에 적용할 수 있다. 경희대병원 이선경교수는 『복강경 수술의 대부분을 이 수술법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강경이나 질식수술로 모든 혹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혹이 암으로 의심될 경우, 혹이 큰 경우, 수술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경우, 골반내 조직들이 서로 달라붙은 경우등에는 개복수술이 필요하다.
★녹차가 여성에게 흔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카톨릭의대 안웅식 교수는 「자궁경부 이형증환자에서 폴리피놀의 항암 화학작용」논문에서 녹차의 주성분을 자궁경부암의 전단계인 자궁경부 이형증(세포가 비정상적인 형태로 변하는 증상)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이형증이 치료됐다고 보고했다.
안교수는 이형증 환자 11명에게 녹차의 주성분인 폴리피놀 추출액을 주 2회 6∼8주간 환부에 발라주는 실험을 했다. 안교수는 『그 결과 11명 모두에게서 이형증의 발병원인인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사라졌으며, 이형증도 소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성 10만명당 27명 꼴로 발병하는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에서 출발, 자궁경부이형증을 거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교수는 『따라서 평소 녹차를 즐겨 마시는 여성은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