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칼럼_CEO 힐링포엠(Healing Poem) (16)
감정사용법(How to use emotions)
(입력: 월간현대경영 2022년 11월호)
솔직한 감정을 숨기는 게 습관이 돼버린 사람들
‘심리학, 나 좀 구해줘’(Psycho? Logisch!)를 쓴 독일의 쾰른대학교 심리학자폴커 키츠(Kitz, Volker, 1976~)는 국제적으로 인기있는 강연자이다. ‘디차이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디 벨트 암 존탁’, ‘슈피겔 온라인’ 등 유수 매체의 기고자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 ‘법은 얼마나 정의오운가’ 등 그의 저서는 1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30여개국에서 출간되었다. 그는 “우리이 감정(emotion)은 얼마나 솔직한가? 기분, 감정, 느낌 등 내면과의 관계에 우리는 얼마나 충실한가? 그게 왜 중요할까? 우리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Isolation)된다. 다시 말해서 나 자신과 멀어진다. 어린 시절에는 감정을 아주 잘 알았으나, 나이를 먹으면서 갈수록 ‘무감각(insensitivity)’해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진솔한 감정(sincere emotions)’과 ‘가짜 감성(fake emotions)’사이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은 흔히 가짜 감정으로 무장하는 경향이 있다. ‘내 느낌으로는 네가 내 말을 잘 안 듣는 것 같아.’ 우리가 쓰는 느낀다(feel)’는 말은 사실 가면(mask)이다. 우리는 자신이 느낌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품은 생각’, 곧 주변 사람들을 보는 ‘자신의 판단’을 표현할 따름이다. 예를 들어 ‘내가 느끼기에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라는 말은 사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라는 내 머리속의 생각 혹은 판단이다. 이 말은 다시금 내 안이 깊숙한 곳에 자극, 곧 진솔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판단을 발설한 지금 내 심정은 어떠할까? 서글프고, 비참하고, 무기력하고, 우울하리라. 바로 이런 게 진솔한 감정이다. 그러니까 먼저 확인해둘 점은 감정은 오로지 ‘내 안에 있는 것(what’s inside me)’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무얼 어떻게 하든 그것은 내 감정이 아니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가 다른 사람이 그랬으리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내 감정이 될 수 없다.
진솔한 감정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감정을 발휘한다. 진솔한 감정은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이기에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내가 진다. 진솔한 감정은 어디까지나 나의 감정이기 때문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고 주변을 의식하게 만드는 가르침 혹은 습관은 심각한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타자를 돕겠다는 선의이 이도가 그이 성장 발달을 가로막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화를 내는 것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취급하고 억압한다. 화를 ‘누군가의 뒤통수를 때리고 픈 감정과’과 동일시하는 탓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은 성급한 선입견이며, 많은 경우 우리의 진솔한 감정을 가로막는 태도이다. 화는 그저 뱃속에서 부글거리는 것일 뿐이어서 아무도 해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먼저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감지하고, 왜 그런 감정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찾아보고, 내 인격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감정을 무턱대고 몰아내려고만 하면, 무의식에 똬리를 튼 감정은 계속해서 뒷맛을 남기며 우리를 병들게 할 수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박힌 역할에 맞추느라 자신이 인생을 허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요컨대, 느끼는 그대로 솔직하게 느끼며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그 어떤 평가도 하지 말자. 격정에 휘말려 들지 않도록 자기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틀어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감정이 격류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면 불운이 닥쳐도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다. ‘위반의 강렬한 매력Charm of Violation)’은 나 자신을 옹호하는 행위이다. ‘새로운 나(A better Me)’를 찾아서 나서야 할 때이다.
원종섭 박사
“치유의 인문학’ 강사/ 제주대 교수/ 영미시 전공 교육학박사/ Wenatchee Valley College, Washington/ NAPT 미국시치료학회 이사/ KPT 한국시치료연구소 시치료 전문가/
‘치유의 인문학’, Healing Poen 대표, 문화예술평론가 한국예술비평가협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