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쌓인 송림, 송림속의 아름다운 정자, 경포대(鏡浦臺) 강원도 강릉시 저동 94
경포호를 바라보다. 경포호의 한늘을 바라보다. 그리고 하늘과 호수를 같이 본다. 맑음은 같고, 계절에 빛만이 다르다. 설경속의 경포대를 만난다.
숯하게 들락거린 강릉땅, 그리고 늘 스쳐 지나던 경포호, 초당마을의 허난설헌 생가를 찾아서 또는 참소리박물관을 찾거나, 선교장과 오죽헌을 찾아 늘상 지나던 길이다. 그런데 정작 경포대는 머물지 못하고 지나치는 공간이었다. 소홀하였던 마음의 틈도 있었겠으나, 목적지로 향하는 마음이 더 급하였으리라 싶다. 이는 곧, 강릉땅이 볼거리 풍성한 곳임을 증명하는 것과 같다. 바다와 공원, 문화유적지가 산재한 땅, 강릉. 그동안 잊고 스쳐 지나던 경포대를 찾았다.
유형문화재 제6호인 경포대, 고려 충숙왕13년(1326년), 강원도 안렴사 박숙(朴淑)이 방해정 뒷산인 인월사 옛터에 지었으며, 정확한 내력은 없으나 중종3년(1508년)에 강릉부사에 의해 지금의 현 위치로 옮겨지었다 한다. 여러차례의 중수를 거쳐 고종10년(1873년)에 다시 세운 뒤 여러차례 보수를 통하여 지금에 이른다. 정면5칸, 측면5칸 규모이며 익공양식의 단층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2고주, 7량가구로 연등천장이다. 대청의 너른 공간과 함께 그때 그때 필요한 공간을 위한 높낮이가 다른 방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대호인 '경포대'의 전자액(篆字額)은 유한지, 해서액(楷書額)은 이익회의 글씨이고, 정자안의 '제일강산(第一江山)'은 미불의 글씨라 전하나 확실치 않다. 내부 천정에는 율곡 이이가 10세 때 지었다는 경포대부(鏡浦臺賦)가 걸려 있으며, 강릉부사 조하망의 상량문등 명사들의 명시들이 걸려 있다. 녹두일출, 죽도명월, 강문어화, 초당취연, 홍장야우, 중봉낙조, 환선취적, 한송모종의 '경포8경'과 송강 정철이 관동팔경 중 으뜸이라 하였다는 경포대의 밤에 만날수 있는 월주(月舟), 월탑(月塔), 월파(月波)의 경포월삼(鏡浦月三)은 경포대 최고의 경관이라 전해지고 있다.
옛 문인들의 발자취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광을 무식한 여행자는 즐길줄을 모르니 이 또한 탄식이 나온다. 보이는 풍경속은 평온하고 시원하여 가슴이 탁 트이는 아름다움이요, 하믈과 맞닿은 드 넓은 호수의 얼음빛이 그리도 희어 환하기만 하였다. 달 밝은 밤가지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지경의 현실은 다음의 목적지를 찾아가야 할 신세이기에 경포대를 되돌아 나온다. 눈덮힌 송림, 그 속에 자리한 숨은 듯이 선 정자, 경포대. 비록 숨은듯한 모습이었으나 막상 대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결코 숨겨지지 않는 풍경이다. 선인들과 같은 느낌을 받을수는 없겠으나 누구나 "참 좋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이는 곳, 그동안 스쳐 지나던 어리석음을 탓하며 찰나의 시간동안 만난 경포대의 아름다움이다.
'경포8경' 1.녹두일출(綠荳日出) 녹두정에서 동해의 일출을 바라보는 것을 말하며, 옛 한송정으로서 현 강릉 비행장 동쪽에 위치하였으며, 경포대의 正東을 말한다. 새벽에 경포대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면, 용광로처럼 붉게 타오르는 웅장한 태양이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떠오르는 순간은 신비스러울만큼 황홀하고 아름답다. 이 장엄하고 경의로운 일출을 첫째로 꼽았다. 2.죽도명월(竹島明月) 호수 동쪽에 있는 섬모양의 작은 산으로서 산죽이 무성하여 죽도(竹島)라고 불린 곳으로 지금의 현대호텔 자리이다. 동쪽 수평선 넘어에서 솟아오르는 보름달의 달빛이 죽도의 대나무 사이를 뚫어 그 빛이 호수에 비칠때 일어나는 그림같은 장관을 죽도명월이라 하였다. 멀리는 하늘의 달과 가까이는 바다와 호수의 달이 잇닿아 월주를 이루고 은파위의 월굴이 백해중으로부터 호심을 꿰뚫어 대 앞에까지 수십리를 뻗친 장엄하고도 기묘한 전망을 찬미한 것이다. 3.강문어화(江門漁火) 강문은 경포대에서 동쪽 호수 하구에 있는 곳으로서 호수와 바다가 통하여 교류하여 강문이라고 했다. 밤에 경포대에서 강문쪽 바다를 건너다 보면, 오징어 잡는 고기배의 불빛이 마치 항구의 불빛처럼 휘황찬란하게 보이는데, 그 빛이 바다와 호수에 영도되는 아름다운 광경을 말한다. 4.초당취연(草堂炊煙) 초당은 호수의 동남쪽에 있는 마을로서 지세가 호수와 바다보다 낮은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보면 깊은 두메산골 같은 맛을 나게하며, 마을둘레는 낙낙장송이 울창하고 대지는 비습하여 잡목과 잡초가 무성하다. 해가 서산마루 시루봉에 기울어질 무렵이면 집집마다 저녁을 짓는데 이때 가가호호 마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가 노을에 물들어 평화로운 농촌을 연상케 하는데 그 평화로운 아름다움을 말한 것이다. 5.홍장야우(紅粧夜雨) 홍장은 조선 초기에 석간 조운흘 부사가 강릉에 있을 즈음 부예기로 있었던 여인이었다. 어느날 모 감찰사가 강릉을 순방했을때, 부사는 호수에다 배를 띄어놓고 부예기 홍장을 불러놓고 가야금을 켜며 감찰사를 극진히 대접했는데 미모가 뛰어난 홍장은 그날밤 감찰사의 사랑을 흠뻑 받았다. 그 감찰사는 뒷날 홍장과 석별하면서 몇 개월 후에 다시 오겠다고 언약을 남기고 떠나갔으나 감감 무소식으로 그리움에 사모친 홍장은 감찰사와 뱃놀이하며 즐겁게 놀던 호수에 나가 넋을 잃고 앉아서 탄식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자욱한 안개사이로 감찰사의 환상이 나타나 홍장을 부르자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면서 너무 반가워 그쪽으로 달려가다 그만 호수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 바위를 홍장암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안개낀 비오는 날 밤이면 여인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고 전한다. 꽃배에 임을 싣고 가야금에 흥을 돋우며 술 한잔 기울이던 옛 선조들의 풍류정신을 회상하기 위한 기념으로서의 일경이다. 6.중봉낙조(甑峰落照) 시루봉은 경포대 북서쪽에 있으며, 그 생긴 봉우리 모양이 시루와 비슷하다하여 시루봉이라고 한다. 해가 서산마루에 기울어질 무렵이면 채운이 시루봉 북쪽 봉우리에서 경포 호수에 반영되는 일몰의 낙조가 잔물결에 부서지는 아름다운 광경을 말한다. 7.환선취적(喚仙吹笛) 시루봉의 상선봉에 신라 선인들이 풍류를 즐기며 바둑을 놓고 놀던 곳이 있었는데 고요한 날 밝은 밤이면 어디서 부터인가 구슬픈 피리 소리가 바람결에 은은히 들려왔다 한다. 지금도 달밝은 밤이면 산자수명한 제일강산에 구름밖으로 부터 피리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무튼 경포대의 환선취적은 신선경인 듯 하면서도, 속세를 떠난 속세인 듯 하면서도 신선경으로 생각되는 곳에 옛 신선들이 바둑놓고 피리불며 즐기던 지난날을 회상하는 것을 말한다. 8.한송모종(寒松暮鍾) 한송정은 지금의 비행장 동쪽에 있는 곳으로 '녹두정'이라 불렸던 이 정자는 화랑도들의 수양의 도장으로 지었던 것으로 지금은 석조.석지.석정만이 남아 있다. 신라 불교의 중흥기에 한송정에서 해질 무렵 치는 종소리가 경호의 잔물결을 타고 신선이 놀던 경포대까지 은은히 들려오던 옛 정취를 회상한 것이다.
by 박수동 |
출처: 길손의 旅行自由 원문보기 글쓴이: 길손旅客
첫댓글 눈온경포대 넘 아름답습니다 호수와 눈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 넘 좋아보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늘 행복한 날 이루시길요.
님덕분에 오랫만에 구경 참 잘햇네요. 정말 눈이온 경포대라 감개무량하네요. 계속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이 잘되길 빌겟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