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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수다]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 ②- 자기 반조, 시대 감각, 대중과 함께
원불교신문사에서는 소태산 대종사가 대각 후 처음으로 설한 최초법어에 담긴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을 바탕으로 좌담을 진행했다. 7월 12일 줌(Zoom)으로 진행된 좌담에는 심기현 교도(서울교당, 숙명여대 교수), 이성일 교무(장성교당), 강동현 교무(군종교구사무국), 고혜경 교무(남중교당)가 함께했다.
(지난 호에 이어)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 2조 ‘지도 받는 사람에게 신용을 잃지 말 것이요’와 3조 ‘지도 받는 사람에게 사리(私利)를 취하지 말 것이요’에 대하여.
이성일: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게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지도인이 신용을 잃으면 어려움이 많이 생긴다. 지도인으로서 신용을 잃지 않으려면 스스로 반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정기일기와 상시일기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지도받는 사람에게 사리를 취하지 말라는 내용에는 더 많은 설명이 필요치 않다. 지도인과 지도받는 사람 사이에 사적인 이해관계가 얽히면 신용과 신뢰, 믿음에 영향을 준다. 특히 지도인은 사적 이해관계에 동원이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고혜경: 종교는 믿음이 바탕 된 사회다. 그 믿음이 금 가거나 깨지면 종교사회는 생명을 잃는다. 비지도인이 신용을 잃었을 때보다 지도인이 신용을 잃었을 때가 진리적으로도 더 큰 죄업이 된다. 사리(사적인 이익)도 마찬가지다. 지도인의 말과 행동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갖는다. 신용이나 사리는 결국 도덕성과 결부된다. 도덕성이 결여되면 욕심이 생겨서 사리를 취하고 싶고, 그러면 결국 신용을 잃게 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으로 밝히셨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지켜야 하고, 계속 일깨워야 한다.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공익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반문하며 살아갈 때 신용도 지켜질 수 있다.
강동현: 군종장교로 활동할 때, 신용이 없거나 사리를 취하는 지휘관들의 말로를 많이 봤다. 신용이 없는 사람은 반드시 언젠가 드러나고, 사리를 취하는 사람은 그 결과를 확실히 받는 시대가 됐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대종경> 인도품 46장에서 “신용을 잃고 보면 철저한 영(令)을 세우지 못한다”고 하셨다. 신용이 있는 사람이라야 힘이 있고, 힘이 있는 사람이라야 지도인으로서 자격이 있다는 말씀이다. 또, 신용과 사리는 연결된다. 이득이 늘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시비이해로서 세상을 운전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도인이라면 사리, 즉 사적인 욕심을 취하면 안 된다. 조직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 이득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이 사적인 이익으로 가면 조직의 생명을 죽인다. 조직의 생명력이 살아나고 구성원들이 다 함께 그 생명력을 나눌 수 있으려면 목표는 반드시 공적 이익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도받는 사람도 신용을 함께 갖춰야 한다.
지도자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단체를 위해 성실히
일해야 한다. 신뢰를 받아야
공적 목적에 힘을 받는다.
심기현 교도
심기현: 신용이 지도인의 기본 자질이라는 데 100% 동의한다. 거기에 더해, 저는 지도인과 지도받는 사람의 관계에서 신용은 기본 전제라고 본다.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을 거꾸로 뒤집어 보면 ‘지도 받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보인다. 지도받는 사람은 지도인에 대한 전폭적 확신이 있어야 지도를 받는다. 신용은 ‘믿고 따를 수 있는 확신’을 말하는 것이고, 이는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 1~4조에 모두 들어있다. 사적 이익의 경우 돈뿐만 아니라, 지도받는 사람을 이용하거나, 지도라는 명분으로 편취하는 모든 경우에 해당한다.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 4조 ‘일을 당할 때마다 지행을 대조할 것이니라’에 대하여.
심기현: 피지도인은 지도인의 언행을 늘 눈여겨본다. ‘저 지도자는 말과 행동이 다르더라’가 되면 믿음이 깨지는 것이고, 신뢰에 금이 간다. 지도인으로서 일을 당할 때마다 지행을 대조하라는 말씀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항상 신경 쓰라는 가르침이라 본다.
사람을 소중히 알고
사람을 소중히 모시는
그런 지도인을 우리도, 세상도
원하는 게 아닐까.
이성일 교무
이성일: 밝은 세상에는 아는 것과 말하는 것, 행하는 것의 일치를 보는 게 굉장히 중요한 영역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일기를 통해서 이 항목을 잘 챙겨나갈 수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실제로 끊임없이 대조하고 회화 등을 통해서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많이 필요하다.
강동현: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 4조는 이 법문의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말한 지식, 신용, 사리 등 모든 덕목은 결국 지행일치가 되었을 때 큰 힘을 발휘한다. 좌산상사께서는 ‘지행일치뿐만이 아니라 내외일치, 은현일치까지 가야한다’고 하셨다. 진정한 지도인이라면 아는 것과 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안과 밖 그리고 숨어있는 것과 드러나는 모든 것이 다 같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걸 쉽게 표현하면 ‘리더는 진실되고 솔직해야 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말하는 용기 있는 리더가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가 아닌가 싶다.
고혜경: 우리 성가에 ‘일심과 알음알이 얻었다 해도 실행이 없고 보면 열매 없는 꽃’이라는 내용이 있는데, 그 법문이 많은 울림을 준다. 지식을 갖추지 않거나, 신용을 잃거나, 사리를 취하면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이라는 법문은 소용이 없어진다. 아는 만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것이 지행대조다. 결국 지행대조는 지도인으로서 나아가는 완성의 길이다.
강동현 교무
조직의 생명력이 살아나고
그 생명력을 나눌 수 있으려면
목표는 반드시 공적 이익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세상이 바라고 원하는 지도자의 모습은.
강동현: 먼저, 지도자들은 자기개발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완성이라는 순간에 머물러 버리면 조직에는 문제가 생긴다. 지도인에게는 스스로 자기 고백과 노력을 하는 자세와 공부가 필요하다. 둘째, 권위적이고 사적 지시를 하는 지도인은 설 자리가 없다. 자기 것은 자기가 챙겨야 하는 시대다. 마지막으로, 개인주의를 존중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개인들이 각자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대다. 이러한 시대감각을 읽어야 한다.
고혜경: 세계적으로 교황이 추앙받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높은 자리에 있지만 낮은 곳에서 함께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약자와 함께하는 지도인, 더불어 살아가는 지도인, 나아가 처한 곳에서 주인 정신으로 해내는 지도인인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행주좌와어묵동정의 매 순간 주인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늘 반조하는 지도인이어야 환영받는다.
심기현: 지도인은 단체를 리드해야 하므로 일단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학계에 있다 보니 총장 선거, 학회장 선거 등을 많이 접한다. 선거 때마다 다들 잘하겠다고 한다. 임기가 지나고 다른 지도자를 모셔보면 그분들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으로 된다. 지도인이 ‘뭔가를 해보자’고 했을 때 구성원들이 ‘그래, 해보자’ 할 수 있어야 신뢰받는 것이고, 그래야 발전이나 성과도 이뤄낸다. 지도자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단체를 위해 성실히 일해야 한다.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받아야 공적 목적에 힘을 받는다. 능력과 신뢰가 지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성일: 얼마 전 어떤 교도님 댁에 초상이 났는데, 처음에는 단출하더니 어느 순간 한 어른을 중심으로 먼 거리에서 가족들이 모여들었다. 알고 보니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 매일 가족 40여 명의 명단을 일일이 호명하며 기도를 하고 기도비도 가족들의 이름으로 헌공 한다고 하시더라. 가족뿐 아니라 인연 닿는 분들을 그렇게 챙긴다는 이야기를 며느리가 하는 것을 들으면서 지도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사람을 소중히 알고 사람을 소중히 모시는 그런 지도인을 우리도, 세상도 원하는 게 아닐까.
원불교 교단을 이끌 지도인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강동현: 군에서 지휘관이 바뀌면 지휘관이 살아온 내역이 함께 건너 온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리가 사람을 보여주는구나’ 싶다.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리더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단, 편향된 리더십이면 안 된다. 시대의 흐름은 모든 구성원의 다양한 이해를 충족시키고 균형있게 이끌어가는 리더십으로 가고 있다. 공익심이라는 선한 영향력으로 교단의 구성원들을 잘 진급시킬 수 있는 분들을 모실 수 있다면 교단의 홍복이겠다.
고혜경 교무
원불교가 시대에 어떻게 발맞춰
나갈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방향을 마련하고 함께
이끌어가는 분이어야 한다.
고혜경: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힘든 시대 속에서도 미래를 보고 준비하고 실천했다. 원불교라는 종교가 시대에 어떻게 발맞춰 나갈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방향을 마련하고 고심하고 함께 이끌어가는 분이어야 한다. 사리를 취하지 않고 신용을 잃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창립정신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과거로 돌아가는 창립정신이 아니라 미래를 향하는 창립정신을 바탕으로 대중과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수위단원과 종법사이길 바란다.
이성일: 세상도 교단도, 과거와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러한 시대에 맞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첫째, 우리는 수위단원이나 종법사나 자원하는 형식이 아니다. 그러므로 세상이 요구하는 교단과 시대가 요구하는 구체적 항목을 만들어 거기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구체적 항목을 대중이 함께 정하고 그 항목에 부응할 수 있도록 반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겠다. 둘째, 혼자서는 다 할 수 없는 시대다. 한분 한분 능력도 있고 존경받는 바도 있겠지만, 서로를 믿고 함께 상의해서 큰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
심기현: 교단 제4대 설계특별위원회를 준비할 때 전제가 있었다. 1~3대와 4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4대는 겨울이다. 겨울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발전이라는 면에서 혹독한 시기라는 의미다. 잘 준비하며 보내야 한다. 또, 교단적으로는 종법사님이 리더십의 가장 위에 있지만 우리는 수위단원을 먼저 뽑는다. 일단, 능력 있는 분이 되면 좋겠다. 능력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능력을 기반으로 일을 함에 있어 신뢰를 받아야 한다. 종교인으로서 능력은 다른 게 아니다. 재가교도가 누군가에게 ‘저분이 우리 수위단원이셔’ 하고 아주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
기록=이현천 기자
[2024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