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님, 예수 믿지요?”…백세할머니의 질문
외롭고 힘든 노인들에게 주는 종교의 힘
기도하는 노인의 모습 /셔터 스톡
박상철 전남대의대 석좌교수는 우리나라 몇 안되는 장수학 권위자다. 20여년전 서울대 의대 교수 시절부터 ‘구-곡-순-담’ 등 우리나라 장수지역을 돌며 연구활동을 벌였다.
그가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에 사는 백세 할머니를 찾았다. 마침 다음 날이 할머니 백수연이라 온 가족들이 찾아와 가족 모임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건강 상태나 인지 능력은 2년 전에 만났을 때와 전연 차이가 없었다. 마치 시간이 정체되어 있는 듯하다고 했다.
할머니는 앉으나 서나 돋보기를 쓰고 성경을 읽으며, 다 바래고 헐어진 찬송가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할머니는 당신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 가족들이 모두 온전하게 살고 있는 것이 모두 주님의 뜻이고 은총이라고 굳게 믿는 모습이었다.
백세인의 절실한 신앙심은 박교수가 찾은 소록도에서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나병 때문에 10대, 20대부터 소록도에 격리되어 칠팔십 년을 넘게 살아온 그들의 삶에 신앙은 절대적이었다.
기독교 신자인 백세인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수인사를 하자마자 할머니가 되물었다. ”선상님, 예수 믿지요?” 조사가 시작되어 몇 질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또 물었다.
“선상님, 예수 믿지요?” “예수 믿고 천당에 갑시다”
동일한 질문과 다짐이 되풀이되었다. 할머니에게는 오로지 예수 믿는 일이 절대적 과제였다.
“예수 믿고, 궂은지 좋은지 모르고 살았어” “속에 맺힌 것 참고 넣어두어야 해. 예수님은 다 알아줘” “예수가 없었더라면 약이라도 먹고 죽었을 거야”
나환자로서의 처참한 현실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신앙 때문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고 박교수는 말했다.
박교수는 “삶의 어려움과 고통을 종교에 의지하여 극복하고 살아온 백세인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점점 많아져 가는 외롭고 힘든 장수인에게 종교가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종교는 심리적, 사회학적 측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종교 공동체는 강력한 소셜 네트워크와 지원 시스템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와 우울증의 수준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장수에도 분명히 영향력을 발휘한다.
또한 질병이나 상실과 같은 삶의 어려움을 처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어려운 시기에 심리적 고통을 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많은 종교에서는 술, 담배 등 유해한 물질을 삼가게 만들고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장려한다.
아울러 종교적 신념은 종종 삶의 목적과 의미를 제공해 위에 언급된 장수 노인들처럼 실존적 편안함→정신 건강→신체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