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조선업계가 절대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은 기정사실화된 지오래다. 당장 내년 초부터 수천명이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 취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한을 두 달여 앞둔 현재까지 울산시도, 동구도, 현대중공업 측도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내년 연말이면 이미 취업해 있는 외국인까지 합해 거의 1만명에 가까운 외국인 노동자들이 울산 동구 거리를 활보한다. 조선기업체에만 맡겨 둘 일이 아니다. 지자체, 경찰, 출입국 사무소 등 유관 기관들이 이에 대비해 합동대책반을 편성하고 지금쯤 가동시켜야 하는데 그런 낌새가 전혀 없다.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위험을 방치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이태원 참사 사고가 한 예다. 이 지역은 평소에도 인파가 몰려 혼잡이 극심하고 교통사고도 잦았다. 특히 연말연시에 젊은 층들이 운집해 거리를 활보하는 바람에 오래전부터 사고가 예견됐던 곳이다. 따라서 오래 전 이에 대비하는 대책이 마련됐어야 했다. 그러나 대규모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이럭저럭 넘어가다 보니 또 그렇게 지나가려니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연장선에서 보면 동구 조선업계 외국인 고용도 사전 대비책이 필수적이다. 낯선 이국에서 생활하는 그들에게도, 거리 곳곳에서 이방인들을 맞닥뜨려야 하는 주민들도 그런 조치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한때 아프칸 특별기여자 157명이 울신 동구지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 내 갈등이 적지 않았다. 당시 법무부가 울산 지자체, 경찰, 교육청 등 유관 기관들과 사전에 정보를 교환하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일방통보식으로 사람부터 덜컥 내려보낸 게 화근이었다. 현 상태로 가면 내년 조선업계 외국인 채용도 양상이 이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이들의 범법 가능성을 우려해 주거를 반대할 수도 있다. 또 1만명에 가까운 외국인 노동자들을 곳곳에 분산시킬 경우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도 피할 수 없다.
사건이 발생하고 온갖 대책을 마련해봤자 소용없다. 가정해서 조선업체의 부당한 대우나 차별에 항의해 수백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서지 말란 법이 있나. 자칫 이들에 강경 대응할 경우 국가 간 문제로 번지지 말란 법도 없지 않는가.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에 적절한 임금, 숙식만 제공하면 만사가 끝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1만명에 가까운 외국인들이 울산 동구에 거주하면 상상치 못한 일들이 예외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