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의사 엘리아스 자라데흐가 이틀 연속 전자장비들이 무더기 폭발한 탓에 엄청난 수의 환자들이 몰려들어 그저 일만 계속하는 "로봇처럼" 행동했다고 털어놓았다.
자라데흐는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치료했는데 그가 본 환자들의 부모 대다수는 젊은 남성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심각한 중상"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했으며 많은 이들은 양쪽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목숨을 잃고 다친 사람들 가운데 헤즈볼라 대원들이 있었는데 이란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인데 이스라엘과 여러 달 국경 충돌을 빚었고 미국과 영국이 테러 조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대원들 가족, 애꿎은 행인들도 죽거나 다쳤다. 자라데흐는 자신이 치료한 부상자들이 "대부분 민간인"처럼 보였다고 했다.
지난 17일 무선호출기(페이저, 삐삐)들과 이튿날 워키토키들이 거의 동시다발로 폭발해 어린이 둘을 포함해 37명이 숨졌고 수천명이 다쳤는데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됐지만 이스라엘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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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블록 체인지(Change) 의원이기도 한 자라데흐 박사는 안과와 이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어 아주 심각한 중상 환자들을 진료하게 됐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의료진에 엄청난 부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다, 매우 어렵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다소간 로봇처럼 된다. 제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당신은 깊은 상처를 입는다. 바로 나라가 다친 것을 보게 된다."
자라데흐 같은 의사들은 거의 24시간을 쉬지 않고 부상자들을 봤다. 그 중 많은 이는 시력을 잃거나 손을 쓸 수 없게 됐다고 레바논 보건장관은 BBC에 털어놓았다. 안과 전문의 엘리아스 와락 교수는 BBC 아라빅에 그의 의사 생활 전체를 통틀어 손상된 눈을 적출했던 것보다 하룻밤에 뽑아낸 눈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 역시 "아주 어렵다. 환자 대부분이 20대남성들이었으며 몇몇 사례에서 난 두 눈을 제거해야 했다. 온 생애를 통틀어 어제 본 것과 비슷한 장면도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피라스 아비아드 보건장관은 BBC에 피해자들의 부상이 인생을 바꿀 만큼 심각하다고 털어놓으며 "불행하게도 많은 재활 치료가 요구될 일”이라고 했다. 부상자 수는 3200명정도로 집계됐는데 대부분은 지난 17일 페이저 폭발 때 생겨났다. 이튿날 워키토키가 폭발해 전날 사망자의 곱절에 이르는 25명이 죽고 450명이 다쳤다.
아비아드는 BBC에 이번 공격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온 세계는 이번 공격이 시장들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볼 것”이라면서 “이들은 교전지역에서 전투하고 있던 이들이 아니었다.그들은 가족과 함께 민간인 구역에 있었다.” 목격자들은 공격 이후 얼굴과 손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기자 살리 아부알조드는 병원엣 환자들이 "피로 뒤덮여 있었다"면서 앰뷸런스들이 "1분 안에 앞다퉈" 도착했다고 전했다. 그녀가 본 부상자 대부분은 "얼굴과 눈을" 다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손을 다치거나 손가락이 잘려나간 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난 몇몇 의사들이 손들을 제거하기 위해 절단 수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들은 눈을 제거하는 수술도 해야 한다고 했다."
한 여성은 18일 BBC 아라빅에 자신들이 본 것은 "세상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도 학살"이라면서 "젊은 남자들이 손과 허리, 눈에 부상을 입은 채로 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어떤 것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17일 폭발 이후 작가 겸 정치인 트레이시 차문은 눈이 날아간 한 남자와 "얼굴의 절반이 날아간" 사람을 봤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시 헤즈볼라 진지가 있는 베이루트 남부를 운전해 지나가고 있었다고 했다.
많은 베이루트 시민들은 이번 폭발 참사가 4년 전 베이루트 항구 폭발 트라우마를 일깨웠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항구의 창고에 안전하지 않게 저장 중이던 수천t의 암모니움 화약이 폭발해 버섯구름이 하늘 높이 치솟았고 초음속 폭발 파장이 온 도시를 휩쓸어 200명이 죽고 5000명이 부상했다.
한 여성은 BBC 아라빅에 "우리는 그런 고통스러운 장면들을 기억하고 있다. 정말 소름끼치는 뭔가가 있다"면서 "혼란, 불편과 두려움이 레바논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4년 전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이 지금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저들과 워키토키들의 폭발 파장으로 레바논 육군은 의심스러운 장비들을 모두 파괴해버렸으며, 레바논에서 유일하게 민항기들이 이용하는 베이루트의 라픽 하리리 공항을 이용하는 모든 항공기에는 두 전자장비 반입이 금지됐다.
레바논 주재 이란 대사관에 따르면 부상자 90명 이상이 현재 이란에서 추가 진료를 받고 있다. 모지타바 아마니 이란 대사도 포함됐는데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그의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고 밝혔다. 관리들은 다른 후송된 이들의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밝히지 않았다.
아비아드는 "테크놀로지의 무기화”가 레바논뿐만 아니라 세상의 나머지, 다른 분쟁지에도 아주 심각한 뭔가라면서 “이제 우리는 테크놀로지를 이용하기 전에 두 번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19일 "학살이자 전쟁 선포"라고 규정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감행, 제트기들이 수도 상공을 저고도로 날아다녀 귀를 멀게 하는 굉음이 울렸다. 시아 무슬림 조직인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정치적 존재감이 뚜렷하고 가장 강력한 군대를 거느리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한 지 일 년이 돼 가는데 거의 매일 이스라엘과 국경 근처에서 교전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과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이스라엘은 군 작전의 중심을 레바논 국경으로 옮기고 있다면서 유랑하고 있는 수만명의 주민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헤즈볼라는 이전에 가자의 종전이 이뤄지면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자라데흐 박사와 아비아드 보건장관 모두 조만간 평화가 찾아들 가능성을 비관했다. 자라데흐 박사는 레바논의 긴장 고조가 "반등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내 생각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 어떻게 세상을 끝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평화, 모두를 보호하고 모든 이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영구적 평화 과정에 이르지 않으면, 우리는 따라서 다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비아드 장관은 레바논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지난 두 차례 공격은 그들(이스라엘)의 의도가 외교적 해결이 아니란 점을 보여준다. 내가 아는 것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첫날부터 우리는 레바논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