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늘 편의점에 들른다. 블루베리가 첨가된 음료 하나를 구매한다. 그 편의점에서는 늘 노래가 흘러나온다.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 노래다. 편의점에서 머무는 3분 내외 사이에 귀에 박히는 노래가 하루를 좌우한다. 매일 아침 편의점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 노래는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1. 윤종신- '내 사랑 못난이'
시작하는 비트부터 고개가 흔들흔들 거리도록 하는 빠른 노래다. 이 노래가 발매된 1996년에 나는 중학생이었다. 그 때, 나는 유난히 라디오를 많이 들었다. 특히 수학공부를 하면서 많이 들었는데, 그도 그런 것이 수학은 공식만 알면 집중을 좀 덜해도 풀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학공부를 하는 매일 밤 4시간 동안은 라디오와 함께했다. 밤 8시부터 10시까지는 박소현의 'FM데이트', 밤 10시부터 12시까지는 유희열의 '음악도시'를 들었다. 라디오는 내게 때론 친구 같았고, 때론 상담자 같았으며, 때론 야단치는 엄마 같았다.
이 노래를 처음 접했던 것도 라디오에서였다. 당시 대히트를 친 노래는 아니었지만,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나왔을 때 짝사랑을 하고 있던 내게 딱인 노래였다. 그 남자 아이가 나를 이렇게 바라봐주길 바라면서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 14살의 내 모습과 수학, 그 남자 아이가 떠오른다. 노래 한 곡에 이런 내 추억이 모두 묻어 나오는 것이다.
<첫 사랑하던 아이를 이렇게 바라보지 않았을까> 2. 박진영 - '너의 뒤에서'
내 기억대로라면 이 노래는 내가 초등학교 시절, 드라마 '느낌'에서 나왔던 노래다. 세 명의 배다른 형제인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가 한 여자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최고 인기 드라마였다. 그 때는 DVD나 동영상이 아니고 비디오 시절이어서 한 회 한 회 녹화해 놓았었는데,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봤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장면 장면의 대사 하나하나를 외우고 있다. 뭐가 그렇게도 좋았었는지 모르겠다. 당시 'THE BLUE' 라는 그룹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손지창과 김민종이라 그저 좋았고, 이정재는 신인이긴 했지만, 청바지에 청자켓, 그리고 오토바이 타는 모습이 꽤 멋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 그 때 그 드라마 '느낌'의 얽힌 사랑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마치 내가 가련한 여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노래가 아직도 아이돌 가수에게 끊임없이 리메이크 되고, 누군가에게 아련한 추억을 되새겨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것을 보면, 명곡은 명곡이다.
3. 모던쥬스 - '사랑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이 노래는 첫 사랑을 시작했던 대학교 3학년 때 처음 들었다. '눈을 감으면 아른거리는 오렌지 빛 잔향처럼, 어떡해 내 눈 안에 네가 들어와 버린 거야. 눈을 감아도 환하게 웃던 네 모습이 남아 있는 걸.' 내 마음을 어찌 그리도 잘 표현했는지 듣자마자 푹 빠져서 하루 종일 이 노래만 들었다. 그 때는 무엇이 그리도 설레고 기다려졌는지 모르겠다. 그저 잠들기 전에 듣는 그의 나긋한 목소리가 좋았고, 첫 데이트 때 잡았던 따스한 그의 손이 좋았던 것 같다.
그와 통화를 끝내고 나면 언제나 이 노래를 들으면서 잠이 들었다. '눈이 먼 사람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걸. 아마도 너라는 태양에 난 눈이 멀었나봐.' 이 가사가 너무 아름다웠다. 사랑을 시작하는 누군가의 마음을 너무나 잘 표현한 가사가 아닌가. 그렇게 두근거리는 사랑을 했던 추억이 나에게도 있었다.
<대학교 캠퍼스의 아련한 추억> 4. 이정 - '사랑이 서럽다'
지금은 무뎌져서 그런 두근거림이 내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인가를 의심하면서 살았다. 이런 내게도 두근거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준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이 곡이다. 케이블에서 나오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라는 프로그램에서 2pm의 준호가 작곡하고 탤런트 김소은 이 작사한 노래다. 노래를 작사, 작곡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 노래는 이정에게 가장 잘 맞는 노래긴 하지만, 작곡가인 준호 버전에서는 이정 버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서툴면서도 거친 부드러움이 묻어나와 더 설레고 더 포근한 느낌이 난다. 노래를 직접 작곡했기에 곡의 느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남자 친구가 군의관으로 복무를 하고 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며 남자 친구를 생각하다보면, 마음이 참 짠해진다. '너의 이름 불러 봐도 바람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이 부분이 참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이렇듯 노래는 그냥 하나의 멜로디가 아니라, 노래를 들었을 당시의 상황과 사랑과 우정과 추억을 모두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래서 그 시절 그 때의 추억을 행복이라 여기며 돌이켜 보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 내 귓가엔 준호 버전의 '사랑이 서럽다'가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