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아사히신문 한국어판 2014-4-11
|Views| 아베노믹스와 이웃 외교 - 조지프 캐런 전 주일 캐나다대사 인터뷰
밴쿠버/ 마나베 히로키=眞鍋弘樹 특파원

막다른 골목에서 헤매고 있는 듯한 지금의 일본외교를 이 나라에 대해 잘 아는 외국 친구들도 걱정하고 있는 눈치다. 일본 주재 기간 17년. 일본뿐 아니라 중국, 인도에서도 대사를 역임한 전 캐나다 외교관 조지프 캐런(Joseph Caron)씨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보자. 사실 일본과 캐나다가 놓인 상황은 태평양과 역사를 뛰어넘어 무척 비슷하다고 한다. 왜일까.
―일본을 잘 아는 입장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베 총리는 엄청난 호기를 손에 넣었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역대 정권을 거론하자면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총리(1960~1964년 재임)와 비슷한 면이 있다. 이케다 총리는 소득 배증 계획을 내걸었다. 이러한 간단하고 올바른 방향을 향하는 강력한 정책은 기업과 언론, 국민이라는 배의 돛을 활짝 펼칠 수 있는 바람 같은 것이다.”
“그리고 아베 총리도 명확한 메시지를 내세우는 데 성공했다. 아베노믹스의 3개 화살이라는 목표는 매우 뛰어난 것으로, 이를 통해 국민들이 용기를 얻었다.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힘을 부여하는 ‘어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베 총리의 정책은 큰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딜레마란.
“아베노믹스에 큰 딜레마를 낳고 있는 것은 아베 총리 자신의 외교 자세다.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는 틀림없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웃 국가인 중국, 한국과의 대립을 심화시키는 듯한 접근 방식은, 일본경제의 부활이라는 목표에 역행한다. 예를 들어 관광산업을 생각해도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70% 이상은 아시아에서 오고, 그중 한국, 중국, 대만, 홍콩에서 온 사람이 대부분이다. 캐나다 사람은 결코 이를 대신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만약 일본이 무역을 늘린다고 해도 대부분의 농수산물 수출처는 아시아 국가다.”
“캐나다를 예로 생각해보길 바란다. 캐나다가 미국을 무시하고 영국과 일본만을 무역상대국으로 하려 해도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 이웃 나라는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가 없다. 아베 총리가 노리는 경제적인 목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것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아시아에서 대두하는 이웃 나라,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 없이는 절대 실현할 수 없다. 아베 총리의 정책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내포돼 있다.”
―지정학적인 상황에 아베 정권은 무신경하다는 것인가.
“아베 총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과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인도와 러시아와도 대화를 계속하는 등 잘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와의 관계가 중요한 이웃과의 관계를 대체하지는 못한다.”
“문제는 그 외교전략이 일본의 장기적인 이익에 부합하는 선택인가 하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결코 복종하는 일 없이 융성하는 이웃 나라에 현명하게 적응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까. 일∙미동맹이 있고, 동남아시아에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생각을 우려하고 있는 국가가 있다. 일본이 혼자서 중국의 압력에 대항하는 수단을 고안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아베 총리는 전후 일본 역사에 남을 위대한 정치인이 될 기회를 손에 쥐고 있다. 이웃 나라의 입장에 서서 역사문제를 이해하고 대처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을 때 발표한 담화처럼 그것이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라고 한다면 이를 증명할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
“역사인식 문제와는 이제 거리를 둬야 한다. 역사 논쟁은 한국과 중국을 오히려 유리한 입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시아의 여러 국가 중 가장 중요한 소프트파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본이건만 그 힘을 깎아내고 있다. 계속해서 자극을 주지만 않는다면 논쟁은 점차 사그라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야 중국의 발흥(勃興)이라는 현실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하는 진짜 중요한 과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아베 정권의 내셔널리즘적인 측면을 지지하는 젊은 층도 적지 않다.
“자기 나라에 긍지를 가져야 한다는 건 맞는 말이다. 캐나다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이웃 나라인 미국과의 차가 두드러지게 되면서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고, 미국과의 관계는 오히려 보강됐다.”
“그러나 (일본의) 반한, 반중 데모 등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전후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해 훌륭한 기업을 키웠고 전통문화를 보유하면서도 애니메이션 등의 새로운 표현도 만들어 냈다. 세계 제3위의 경제 대국이자 범죄율이 낮고 품위 있는 사회를 구축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긍지를 가져야 할 것이 실로 많지 않은가. 내셔널리즘에 지나치게 구애되는 것이 일본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충고하는 바는 잘 알겠으나 이웃으로서 중국과 관계를 맺어 나가는 것은 영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캐나다와 일본은 비슷한 점이 있다. 역사를 펼쳐보면, 일본의 메이지(明治)시대의 시작은 1868년, 캐나다 건국은 1867년으로 거의 같은 시기이다. 일본은 흑선(黑船)이 내항하면서 쇄국정책이 막을 내렸고 러시아의 남하정책 앞에 놓였다. 캐나다도 미국의 영토확장 정책에 직면한 한편, 과거 종주국인 영국은 손을 떼려는 상황이었다. 두 나라 모두 대륙국가와 교섭할 필요에 쫓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웃 나라라고는 하지만 당시 많은 캐나다인이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는 부정적이었다. 조부모나 부모 세대가 영국 출신이었던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캐나다의 인구는 미국의 대략 10분의 1인데, 흥미롭게도 일본의 인구도 중국의 10분의 1 정도이다. 일본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중국이 급속히 거대화하는 양상은 1880년에서부터 1920년까지의 미국과 흡사하다. 물론 캐나다와 미국은 사용하는 언어가 같고 양쪽 모두가 이민국가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현대의 일본이 중국에 대해 느끼고 있는 당혹감이나 곤란함은 우리도 이미 경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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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국이라는 초강대국과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일∙미와 마찬가지로 캐나다와 미국은 국력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비대칭적인 관계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안전보장정책이다. 캐나다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미국이 무엇을 중시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국가로서 언제나 미국의 방침을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이라크 전쟁 때는 ‘유지연합(有志聯合∙Coalition of the Willing)’에 가담하도록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았지만 캐나다 정부는 거부했다. 그런 만큼 아프가니스탄의 치안유지를 위해 병력을 보내 희생자를 내는 등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 전쟁 때는 북베트남 폭격에 반대한 당시 레스터 피어슨 캐나다 총리가 이에 격노한 린든 존슨 미 대통령에게 멱살을 잡힌 사건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동맹국이라고 해도 미국과의 이해(利害)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관심과 국익을 잘 헤아려 그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자국의 이익으로 결부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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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의 대외적인 자세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일본은 이미 섬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사람들은 세계 각국과 방대한 연계를 맺고 있다. 섬나라라는 말은 이제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며 현실적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자세를 질질 끌고 있다. 일본에 있어 중국이나 한국을 무시하는 것과 같은 선택은 더는 있을 수 없다.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근대 일본의 계몽가이자 교육가) 시대의 ‘탈아입구’(脫亞入歐)와 같은 정책은 절대 불가능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많은 젊은이를 해외로 보내고, 반대로 많은 유학생을 일본에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사람들의 지식이며 감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언어를 더 배워야 한다. 학생들은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나 한국어, 다른 아시아 및 유럽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중국에서 대사로 있던 시절, 많은 대학에서 강연하면서 중국인 학생들의 어학능력에 놀랐다. 완벽한 영어나 프랑스어로 질문하고 그 내용도 실로 지적(知的)이며 명확했다. 아베 총리가 모쪼록 일본에서도 이런 교육개혁에 성공하길 바란다.”
―일본에서는 반대로 젊은이들의 내향적인 성향, 국내에 머물려 하는 경향이 지적되고 있다.
“그에 대해선 들은 바 있지만, 다음 세대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국제인, 코스모폴리탄이 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인구는 앞으로 계속 감소할 것이므로 현재의 경제 규모와 소프트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발을 내딛지 않으면 안 된다. 최후의 국경은 결국 머릿속에 있는 것이다.”
〈프로필〉
1947년생. 2005~2008년 주일 캐나다 대사. 밴쿠버 국제공항 및 매뉴라이프 파이낸셜(Manulife Financial)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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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웃 나라는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가 없다"
"이미 섬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2가지 말은 한국(남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로 생각되네요..
중요한 지적입니다.
아베총리는 일본사람들의 불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