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군들, 나는 치킨이 좋다.
제군들, 나는 치킨이 좋다.
제군들, 나는 치킨이 아주 좋다
후라이드가 좋다.
양념이 좋다.
간장소스가 좋다.
순살이 좋다.
파닭이 좋다.
오븐에 구워도 좋다.
먹물소스도 좋다.
과방에서 자취방에서
하숙집에서 집에서
기숙사에서 교실에서
길을 걸으며 식당 안에서
이 세상에서 먹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치킨이 아주 좋다.
갓 튀긴 후라이드의 바삭한 튀김옷을 이빨로 물어 뜯는것이 좋다.
마침내 뼈밖에 남지 않은 다리가 그릇 안으로 버려질 때에 마음이 춤을 춘다.
양념치킨의 겉에 붙은 땅콩 한 조각 한 조각이 이빨 사이에서 으스러지는 것이 좋다.
치킨을 튀기기 위해 끓고있는 기름에서 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기가 솟아오를 때에는 가슴이 구원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 떼의 배고픈 청년이 치킨 한 통에 사정없이 달려드는 것이 좋다.
굶주린 소년이 이미 다 먹은 상자 안을 몇 번이나 뒤지며 튀김옷 찌끄러기를 찾을 때에는 감동조차 느낀다.
식사를 마치고 포만감에 차 기름 묻은 손가락을 닦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어.
따끈따끈한 양념치킨 한 상자가 배고픈 내 손이 움직이니 금세 걸레짝마냥 황폐해지는 것도 최고다.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을 집어 천천히 내 입으로 가져갈 때에는 절정조차 느낀다.
양념치킨을 사정없이 뜯다 입가가 잔뜩 더러워지는 것이 좋다.
깨끗하게 씻은 손가락이 기름으로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 좋다.
필사적으로 지키려했던 한 조각을 뺏겨버리고
입에 넣으려 했던 그 조각이 다른 사람의 양식이 되는 꼴은 매우 슬픈 일이다.
기껏 시킨 후라이드에 양념을 들이부어 양념치킨을 만드는 것이 좋다.
파닭의 파가 모자라 튀김을 그냥 집어먹는 것은 굴욕의 한계다.
제군들!
나는 치킨을,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치킨을 바라고 있다
제군들!
나를 따르는 식도락 전우 제군들!
그대들은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있나?
더더욱 많은 치킨을 원하나?
끼워넣는 감자, 고구마 없는 순수한 치킨을 원하나?
콜레스테롤의 한계를 다하고
기름기가 잔뜩 도는 폭풍과 같은 치킨을 원하나?
치킨!
치킨! 치킨!
치킨! 치킨! 치킨!
좋다…그렇다면 주문이다.
우리는 만신의 힘을 다해서
지금 그야말로 수화기를 들어 번호를 누르기 직전의 구매자다.
그러나 이 굶주림의 밑바닥에서
얄팍한 지갑을 참고 견뎌온 우리들에게
평범한 치킨 따위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대 치킨을!
다시는 맛볼 수 없는 대 치킨을!
우리들은 겨우 일개 식도락가
수도 많지 않은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는다.
허나 제군들은 치킨만큼은 끝간데 없이 삼킬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제군과 나로 수십명의 운동선수를 능가하는 집단이 된다.
우리들을 소식가의 영역으로 쫓아내고 잠자고 있는 놈들을 두들겨 깨우자.
수많은 치킨을 뜯어삼키고 찢어발겨주자.
놈들에게 진정한 대식을 떠올리게 해 주자.
놈들에게 우리들의 식사 모습을 기억나게 해주자.
하늘과 땅의 틈새에는 녀석들의 철학으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기억나게 해주자.
치킨을 들이마셔주자.
그렇다…
저것이 우리들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냄새다.
나는 제군들을 약속대로 데리고 돌아왔다.
저 그리운 식탁에
저 그리운 식탁에
그리고… 내일
드디어 식기를 들고 식탁에 앉는다
자, 제군들!
치킨을 만드는거다.
첫댓글 치맨!!!
다른건 몰라도 순살은 멀리하세요
이유가 있나요? ㅋ
국산이라 쓰고 브라질산 쓰기 좋은게 순살이죠. 뼈가 있는 치킨은 부위가 보이지만, 순살은 확인이 힘들기도 하고요.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는게 순살치킨입니다 ㅎ
먹물소스는 오징어 먹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