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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통원하고 있는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걸린 필자의 차례임을 알리는 전광판. ⓒ장지용
제 주위는 다행히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제가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은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 방문 일정이 있고 그것이 정기적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나마 겨우 이 정도 수준에서야 정신과 방문을 이유로 공격하지 않을뿐더러, 최근에는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이러한 사안이 공개되었으니 저는 한 시름 놓은 상태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최근 정신장애 관련 문제를 보면 결국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정신과 방문이 무슨 검찰 수사에 출두하는 것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회의 시선 문제입니다. 요즘의 검찰 수사는 심지어 자기들에게 대들었다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트집잡기성 수사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 검찰 수사 때문에 어떤 인사는 집안이 풍비박산이 날 수준이 되었긴 합니다. 그런 것처럼 정신과 방문이 무슨 집안 망신 같은 느낌으로 인식하는 집단도 있습니다.
심지어 인사청문회를 나가야 하는 고위공직자 같은 경우라면 정신과 방문이 거의 트집잡기성 질문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인사청문회 대상자에게 보내는 질문지에 지금도 정신과 방문 이력이 있는지를 질문하는 내용이 있다고 들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이 의미는 결국 고위공직자부터 정신과 방문이 무슨 범죄 수사를 받는 것과 같은 인식을 심겨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면 사소한 문제까지 트집을 잡고 공격하는 일이 다반사이니 말입니다.
제 친구 중에도 정신과 진단을 확실히 받아 최종적으로 장애등록 심사를 받아야 하는 수준의 상태임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모종의 가정 문제로 최소한 진단 사실의 인정조차 받지 못하거나, 장애등록 심사 결과 문서를 집안에 보여주지 않기 위해 직장으로 우송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에서 발달장애나 정신장애를 가졌음에도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사회가 바로 한국사회인 것입니다.
다른 건강 문제는 심지어 사소한 문제조차 의사를 만나고, 심지어 미용 문제 때문에 성형외과에 가는 와중에 왜 심리적 문제, 정신적 문제는 왜 의사를 만나지 않는 것인지 이럴 때는 의심을 하곤 합니다. 심리적·정신적 문제는 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런 것이 다른 곳에서 위기를 부를 수 있기도 한데 말입니다. 잠을 푹 자지 못하는 것도 심지어 문제가 될 수 있음에도 말입니다.
한국에서 심리적·정신적 문제가 생기면 지금도 몇몇은 역술인이나 무속인을 찾아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요즘에야 체계적인 심리상담사를 찾는 정도는 그나마 약과입니다. 그렇지만 저도 가끔 역술인에게 뭔가 현실에 관해 묻고는 하지만, 주로 왜 이런 일이 결국 벌어질 만한 것이었는지, 이런 일은 언제쯤 끝나거나 시작될 것인지 같은 현실적이고 당장 급한 문제가 주요 이야깃거리이고 그러한 역술인마저 “그 와중에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당신이 어떻게 이 문제를 자기 주도적으로 풀어가는 것입니다. 결국, 당신이 어떻게 되든 하기 나름입니다. 이렇게 역술을 보는 것은 지도(地圖)를 보는 것일 뿐입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항상 전달하곤 합니다.
요즘은 공개적으로 무속 행위를 방송하는 경우라면 대체로 몇몇 무속 문화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영향으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들을 주제로 전통문화 소개 같은 정도에서만 이야기하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무속 행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이야기도 방송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방송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너무 많이 참조하지 마십시오” 같은 내용의 경고메시지도 방송해야 했고 요즘은 이러한 문제는 방송심의 규정 위반으로 으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징계를 받는 사안이 된 것이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그러한 역술·무속 관련 방송은 최소화되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우리는 공개 정신과 상담을 방송으로 지켜본 것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육아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대중들의 인지도가 높은 오은영 박사의 상담도 엄격히 말하면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정신과 상담이 진행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면서 나오는 해결책은 약물치료만 잘 안 나올 뿐 대체로 주위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 등 어쨌든 환경의 변화를 이용한 ‘치료’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오은영은 자신도 밝히긴 했지만, 엄연히 정신과 전문의 면허를 보유하고 있고 요즘은 직접 상담이 어렵고 방문 비용이 비쌀 뿐이지 자신이 담당하는 병원도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공개적인 정신과 상담을 방송으로 지켜보는데 우리라고 왜 정신과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신과를 가는 것이 무슨 범죄 수사를 받는 것처럼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오히려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 열리는 문제인데 말입니다.
제가 받은 정신과 치료의 핵심은 물론 약물치료와 상담이 핵심이긴 하지만, 결국 그 와중에 받은 치료 결론은 결국 “일상을 평범하게 사십시오. 학교에 다니고 직장에 다니십시오”였습니다. 조현병으로 거의 다 쓰러지다시피 한 지난 2009년 겨울 이후 대학을 1년 휴학했지만, 2010년 말 의사는 의외로 “(2011년 봄학기부터) 복학하십시오”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2013년 이후로는 계속해서 “당신에게 가장 좋은 치료는 회사에 다니는 것입니다”라는 지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담당하는 정신과 의사는 2022년 여름에 바뀌었지만 어쨌든 정신과 의사는 “일 할 때 진짜로 쉴 수 있습니다” “정치 뉴스가 너무 아주 시끄러워 소위 ‘주화입마’(원래는 무협지에서 쓰이던 표현으로, 여기서는 특정 사안에 너무 관심을 가져 극단적 사상을 가지는 것)가 되지 않도록 현실을 잘 살피되 다른 이슈, 특히 (당신이 관심 있다고 하는) 프로야구 동향이나 당분간 챙겨보면서 시선을 최대한 돌리십시오” “직장이 비어있을 때는 최대한 구직을 위하여 노력하고, 직장생활을 할 때는 업무의 지시를 잘 이행하는 등 직장생활을 성실히 하십시오” 등 현실적인 답안지를 제시했습니다.
심지어 ‘치료’는 약물과 상담 과정이 가장 핵심적이기는 하지만, 그 외에도 생활 방법을 바꾸거나, 취미 생활을 하나 가지는 것, 종교에 귀의하는 것 등도 치료 방법일 수 있습니다. 저는 실제로 직장생활 때문에 힘들어하자 정신과 의사는 당시 방송되던 tvN 드라마 <미생>을 시청하고 오라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해당 작품은 직장생활을 주제로 하던 것이라 그 작품에서 드러난 직장생활의 여러 모습을 보면서 직장생활을 이해하길 바란다는 의미로 그러한 것을 진단한 것입니다.
다른 이야기로 미국에서 한국전쟁 참전 후 후유증을 겪은 참전 군인에게 어떤 정신과 의사는 “당신이 갔었던 그 한국은 매우 달라졌다는 것을 아는가? 여건이 되면 한국을 방문해보라. 매우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것이다”라는 처방을 하였고, 결국 그 참전 군인은 과거 자신이 전투를 치렀던 한국이 짜임새 있고 발전된 국가로 변화했음을 전쟁터였던 그 시절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한 서울 거리를 보면서 느꼈다고 합니다. 이런 것도 치료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담당 정신과 의사는 자폐성 장애과 조현병 이외에도 학생이나 노동자들의 학교 또는 직장에서의 정신건강 문제도 담당 과목이라고 밝혀놓고 있을 정도로 학교 또는 직장에서의 문제도 알고 보면 정신과 방문 과정에서 자연히 풀릴 수 있는 문제도 가끔은 있습니다. 물론 직장 같은 곳의 문제는 직장 내 업무 방식 개선과 인사 부서와의 자신 또는 관련자에 대한 징계 또는 부서 재배치 같은 인사 처분 협상 등을 통해 먼저 이러한 것을 줄이는 것이 먼저이겠지만요.
이제 정신과 의사들이 자주 광고하듯이, 정신과 방문 이력이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절대로 다른 곳에 정신과 방문 및 치료 이력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거의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해봤자 범죄 수사 같은 수준에서만 그럴 뿐입니다. 특히 정신과 방문을 꺼리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인 보험 가입 불이익에 대한 공포도 최근에 관련 법령 개정으로 그러한 것이 많이 줄었습니다. 저도 사실 유병력자 조건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소위 말하는 ‘실비보험’에 가입된 상태입니다.
다시금 정신장애 관련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러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 위해서 일단 정신과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사회적 환경 변화를 위해 일자리 확대, 사회보장제도 강화, 공동체성 강화 같은 문제도 함께 해결되어야 하긴 합니다. 정신장애 관련 범죄는 알고 보면 대부분 사회적 소외나 경제적 문제 등이 그 이면에 숨어있는 사례가 알고 보면 많기 때문입니다.
‘치료’ 때문에 말이 많지만, 일단 ‘치료’받으러 가는 길 자체가 한국사회에서는 검찰에 수사받으러 가는 것 같은 인식을 하는 것 같은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 제일 먼저입니다. 정신과는 검찰처럼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닌, 단지 정신적·심리적 문제를 빼면 그냥 ‘다리 하나가 삐끗 나서’ ‘무언가만 먹으면 속이 울렁거려서’ 병원에 가는 것과 다를 것 없을 뿐입니다. 심지어 몸이 아픈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신과에 가야 하는 상황도 간혹 있습니다.
대표적인 대나무숲으로 유명한 전남 담양의 죽녹원의 대나무 숲의 일부(2009년 촬영). ⓒ장지용
정신의학계와 정신장애계가 정신과 방문을 두렵지 않게 만들 수 있도록 이 기회에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도 정신과 방문이 두렵지 않고, 위험하지도 않고, 알고 보면 결국 편해진다는 사실을 여러 방법을 통해 전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정부와 정치권도 정신과 방문을 무슨 검찰 수사받으러 가는 것처럼 만드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정신과는 '검찰'이 아니라 가끔은 '대나무숲'이고 교회에 많이 걸려있는 그 유명한 성경 구절인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개역개정) 같은 곳이라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정신과에 갔다고 해서 각종 차별이나 거부감을 가지는 한, 앞으로도 정신장애 관련으로 범죄 이야기가 꼬리표처럼 따라갈 것입니다. 정신과는 ‘검찰’이 아니라 ‘대나무숲’이 되어야 진정 좋은 사회가 될 것이고, 자연히 정신장애와 범죄라는 붙지 말아야 할 것이 진정 분리되는 그 날이 올 것입니다.
최근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신과가 ‘검찰’처럼 느껴지게 하는 사회를 안타깝게 여깁니다. 정신과는 ‘검찰’이 아니라 ‘대나무숲’ 같은 곳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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