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워싱턴D.C.=고대영 기자]
살리 후다야르 동튀르키스탄 망명정부 총리 인터뷰 “시진핑 3기 들어 더 힘들어져 수용소 한 방에 20~30명, 누울 곳도 없어” 한국 정부에 지지와 연대 요청
살리 후다야르 동튀르키스탄 망명정부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고대영 기자 kodae0@etoday.co.kr
중국 정부가 시진핑 국가주석 3기를 맞아 신장 위구르 자치구 수용자들에 대한 인권탄압을 심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미국에 있는 위구르족 독립운동 단체인 동튀르키스탄 망명정부는 중국이 서방과 인권 단체의 눈을 피하고자 수용자들을 칭하이성 등으로 옮겨 강제노동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펼쳤다.
본지는 최근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동튀르키스탄 망명정부 사무실에서 살리 후다야르 총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장 위구르란 중국이 동튀르키스탄의 독립을 막기 위해 ‘새로운 영토’라는 뜻의 신장을 위구르족에 붙인 이름의 자치구로, 현재 독립운동가들은 자신들의 영토가 동튀르키스탄으로 불리길 원하고 있다. 청나라 때 중국에 편입된 이곳은 한때 독립된 공화국으로 인정받기도 했지만,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과 함께 다시 중국 내 영토로 흡수됐다. 이슬람계인 위구르족을 비롯해 카자흐족 등 일부 튀르크족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신장 수용소 수감 인원 계속 늘고 있어”
중국 신장 위구르의 우루무치 3호 구치소 앞에 2021년 4월 23일 공안들이 지키고 있다. 신장위구르(중국)/AP뉴시스
신장 위구르 주민들을 수감하고 있는 시설은 통상 교도소, 강제노역소, 수용소 등으로 불린다. 2019년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일련의 장소에 수감된 위구르족과 튀르크족은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후다야르 총리는 “우리는 이 수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부는 수용소나 노역장에서 죽었고 다른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실종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중국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는 2014년 여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진핑은 분리주의, 테러, 극단주의와의 대결이라는 이름으로 소위 ‘위구르족과의 인민 전쟁’을 선언했다”며 “많은 위구르족과 튀르크족이 수용소나 교도소에서 세뇌와 고문을 당하고 장기 적출과 생체 실험 등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에 대한 국가 주도의 광범위한 강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후다야르 총리가 언급한 2014년은 신장 위구르 우루무치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가 있었던 때다. 당시 시 주석이 처음으로 신장을 시찰하던 것과 맞물린 데다 범행에 위구르족이 가담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는 본격적인 탄압에 들어갔다고 후다야르는 설명했다.
그는 또 “수용소는 한 방에 20~30명이 갇히는 탓에 질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감자는 누울 곳도 없다”며 “중국 정부의 목적은 죽을 만한 환경을 만들어 느리게, 하지만 확실하게 죽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후다야르 총리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이 막던 면화 재배, 2023년에도 진행 중”
중국 신장 위구르에서 지난해 11월 10일 면화 수확기가 밭을 가로지르고 있다. 신장 위구르(중국)/신화뉴시스
미국과 서방이 제재를 가했던 면화 재배 상황에 대해서도 후다야르 총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구르족 강제노동에 연루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면화 제품 80%는 이곳에서 나온다. 게다가 최근 들어 중국 정부는 제재와 비난을 피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신장 위구르에서 계속해서 면화를 재배하는 것뿐 아니라 칭하이성이나 간쑤성과 같이 다른 지역으로 수감자들을 옮겨 그곳에서 면화를 재배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3년에도 강제노동을 통한 면화 재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외신들은 간쑤성을 제2의 강제노동 현장으로 추정한 적이 있지만, 칭하이성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에게 발부된 체포영장, 시진핑도 받아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6일 신장 위구르 우루무치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신장 위구르(중국)/신화뉴시스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과 관련, 후다야르 총리는 시 주석에게도 영장이 발부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 주석은 중국 지도자”라며 “모든 정책은 그로 인해 만들어졌고 집단학살 역시 그가 지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동튀르키스탄 망명정부는 2020년 7월 6일 ICC에 시 주석을 포함한 중국 관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들도 제출했다. 다만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후다야르 총리는 전했다.
후다야르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발부된 영장 내용은 우크라이나 아동 4만~5만 명을 강제로 러시아로 옮겼다는 혐의였다. 중국이 저지른 일은 훨씬 나쁘다. 이들은 2014년부터 90만 명의 위구르 아동들을 강제 이주시켰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 “중국 정부는 강제 수용소를 보육원이나 기숙학교 등으로 부르고 있고 아이들의 정체성을 빼앗는 대신 중국 사상을 입혀 중국 인민이 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집권 3기를 맞아 인권탄압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지원에 미온적…탈레반은 중국과 협력”
동튀르키스탄 망명정부 사무실은 전 세계에 총 세 곳이 있다. 그 중 워싱턴D.C. 사무실은 백악관에서 동쪽으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협소한 공간이다. 후다야르 총리에 따르면 자신들은 아직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탈레반 역시 자신들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후다야르 총리는 토로했다. 그는 “탈레반 정권은 우리의 독립운동을 약화하고 억압하는 것과 관련해 중국과 협력하고 있다”며 “중국은 탈레반과 함께 우리의 운동을 소위 지하디스트(극단주의) 운동으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탈레반 관계가 매우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중국이 지지하지 않는 우리를 탈레반이 지지할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탈레반이 점령했을 때만 해도 탈레반은 중국의 골칫거리였다. 이슬람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탈레반이 자칫 신장 위구르를 거점으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미국으로부터 금융 제재를 받은 탈레반은 급한 대로 중국의 손을 잡았다. 중국도 신장 위구르 문제를 억누르기 위해 탈레반과 대화했다.
“우리와 한국 관계는 고구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워싱턴D.C. 동튀르키스탄 망명정부 사무실 한쪽에 1997년 미국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앞에 태극기와 동튀르키스탄 국기가 나란히 보이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진=고대영 기자 kodae0@etoday.co.kr
후다야르 총리는 오랜 역사를 공유한 점을 토대로 한국에 지지와 연대를 요청했다. 그는 “우리와 한국의 관계는 고구려 왕조 시대인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린 고구려를 침공한 당나라에 맞서 함께 싸우는 등 오랜 기간을 함께 한 역사를 갖고 있다”며 “많은 한국인이 이런 사실을 모르지만, 이 부분을 더 조명하고 상호 관계를 재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현재 진행 중인 집단학살이 미치는 윤리·도덕적 영향을 고려해줄 것을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요청한다”며 “국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한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에서 일어나고 있는 집단학살과 인권탄압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신장 위구르 주민들의 칭하이성 강제이주·노동과 관련한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투데이/워싱턴D.C.=고대영 기자(kodae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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