太剛則折 齒弊舌存(태강측절 치폐설존)
'노자'가 많은 눈이 내린 아침, 숲을 거닐고 있었습니다.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노자'는 깜짝 놀랐습니다.'노자'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굵고 튼튼한 가지들이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러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이보다 가늘고 작은 가지들은 눈이 쌓임에 따라 자연스레 휘어져 눈을 아래로 떨어뜨린
후에 다시 원래대로 튀어 올라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본 '노자'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저 나뭇가지처럼 형태를 구부려트려 순응하는 것이,버
티고 저항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이치구나!...
"부드러움은 단단함을 이긴다!"
바로 태강측절(太剛則折)이렸다.
부드러운 것은 자신을 낮춤을 의미합니다. 벼가 익어갈수록 고개를 숙이듯 자신을 낮춰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좋은 것을 취하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을 이기는 지혜로운 사람일 것입니다.
한편, '노자'가 평소에 공경하며 따르던 '상용'이 노환으로 자리에 눕게 되었습니다. 그때 '노자'
가 그를 찾아가 마지막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상용'은 갑자기 입을 쩍 벌렸다가 다물고는 물었습니다.
"내 이가 아직 있는가?"
"없습니다.“
그는 다시 입을 벌렸다 다물며 물었습니다.
"내 혀는 있는가?"
"있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상용'이 말했습니다.
"내 말을 이해하겠는가?"
'노자'가 대답하기를,
"단단한 게 먼저 없어지고 부드러운 게 남는다는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상용'은 고개를 끄덕이며,"그렇네! 천하의 이치가 모두 그 안에 있다네.“
이것이 "치폐설존(齒弊舌存)" 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입니다.
말씀인즉, 주먹보다 부드러움으로 사람을 대하면 돈독한 정으로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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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강즉절(太剛則折)의 고사는 나무도, 사람도, 힘·권력도 마냥 강하면 부러지기 쉬워 유연성을
강조합니다.‘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을 참 많이 합니다. 휘어져도 다시 서는 갈대·억새가 되
라는 말에 강한 나무가 ‘서로 자기가 더 강하다’며 양보도 없이 싸웠습니다.
강한 나무는 갈대·억새를 보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쓰러지는 네가 무슨 힘이 있겠냐’며 조롱
했지요.그때 갑자기 강풍이 불자 갈대·억새는 허리를 굽혀 바람에 몸을 맡겨 부러지거나 뿌리
가 뽑히는 것을 막았습니다.
꼿꼿이 맞선 강한 나무가 뿌리째 뽑혀버린 것은 강풍에 맞설 만용은 있었지만 유연함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힘·권력은 매력적이나 영원하지 않고 돌고 돕니다. 강한 만큼 부러지고 뽑히는
것도 쉽습니다.힘·권력자들에게 던져주는 경고며 ‘힘 빼라’는 메시지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 권력자들은 힘을 가지려고 안달합니다. 돈·권력의 힘이든, 가진 자는 군림, 지
배하려고 합니다.‘힘·권력의 논리’만 믿고 강행하면 필히 패망하고, 사람의 마음도, 세상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진리요 이치입니다.
ㅡ 경일시론 이수기 논설위원 글 인용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