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의 울분과 사회·심리적 웰빙 관리 방안을 위한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만 18세 이상 전국 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지금 '국민 절반가량이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다. 특히 10명 중 1명은 답답하고 분한 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 중 30대가 높은 수준의 울분을 겪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9.2%가 1.6점 이상의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에 비슷한 조사를 시행했던 독일의 결과인 15.5%와 비교할 때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절반의 울분을 겪는 사람들에는 심각한 수준의 울분을 겪는 응답자 9.3%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의 무려 60.0%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해 충격을 주었다.
또한 사회·경제적 여건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위치를 묻고 상중하 3개 구간으로 나눈 뒤 울분 점수를 비교했을 때 자신을 하층으로 인식하는 이들의 60%가 장기적 울분 상태에 해당한 것과 달리, 자신을 상층으로 인식하는 이들은 61.5%가 이상 없다고 답해 사회 경제적 여건이 이들이 겪는 '울분상태'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렸다.
이어서 최근 1년 부정적 사건을 하나라도 경험한 경우는 전체의 77.5%를 차지했다. 10명 중 약 8명이 부정적 사건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인데, 이 같은 결과가 월소득에 따라 다른 경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가구 월소득이 3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의 부정적 사건 경험은 3.40점인 반면 월소득 700만 원 이상은 2.62점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부정적 사건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경험이 높아질수록 울분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도 전했다.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사회정치 사안에 대해 얼마나 울분을 느끼는가'를 4점(매우 울분) 척도로 물었더니 전체 평균 점수는 3.53점으로 굉장히 높게 나타났다. 같은 문항을 적용한 이전 조사까지 포함했을 때 울분을 일으키는 주요 사회정치 사안 상위 5위에는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 '정부의 비리나 잘못 은폐', '언론의 침묵·왜곡·편파 보도'가 포함돼 있어 정부와 정치, 언론에 대한 울분이 계속되어옴을 엿볼 수 있었다.
사회의 불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사회통합실태진단 및 대응방안(X)-공정성과 갈등인식 보고서>에서도 나타났다. 2023년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2명은 한국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사법과 행정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크고 불공정의 원인이 부정부패라는 응답이 최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별로는 대학입시의 공정성에 대한 부정적 답변 비율이 27.4%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반면, 사법·행정 시스템(56.7%), 기업 성과 평가 및 승진 심사(57.4%)의 공정성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응답자가 절반 이상으로 많았다. 또한 신입사원 채용이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43.4%를 차지했다. 특히 이들이 말하는 불공정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기득권의 부정부패'로, 응답자의 37.8%가 의견을 모았다. 이후 '지나친 경쟁 시스템'(26.6%), '공정한 평가 체계의 미비'(15.0%), '공정에 대한 사람들의 낮은 인식'(13.0%), '계층이동 제한과 불평등 증가'(7.6%) 순으로 원인을 나열했다.
마지막으로 우리사회에서 가장 위협받는 사회적 가치를 물었을 때 '사회적 신뢰'를 1/3이상인 약 35%가 가장 위협받는다고 꼽았다. 이는 전체 응답자와 청년응답자의 답변은 거의 차이가 없이 동일하여 전반적으로 사회적인 신뢰가 무너진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진은 불공정은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거나, 권력과 경제력에서 상위를 점하지 못한 다수의 사람에게 열패감을 심어준다며 공정성을 강화해 사회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면 사회갈등을 낮추고 부정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