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니까 참 좋다?
무척이나 황당하네요.
어떤 상태로 늙었다는 것인지?
저는 서울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에 자주 나가서 걷습니다.
늙은 노인들이 병신이 되어 어기적거립니다. 팔다리 질질 끌며 운동삼아서.. 모두 늙었습니다.
이보다 더 못난 늙은이는 요양원 등에서 누워서 숨만 허덕거리겠지요.
중증 치매 걸려서 추하게 죽어가는 노인들이 수두룩한 세상에...
늙으니까 참 좋다?
저는 고개 설설 흔듭니다.
저도 몇 해 전 치매기 3급 2급 1급으로 자꾸만 추락하는 늙은어머니를 모셨지요.
정말로 힘이 듭니다.
늙어서 참 좋다?
생각하게 합니다.
<늙으니까 참 좋다>라는 글이 문학카페 <전체 메일쪽지>방에 올랐다.
집나이 일흔세 살이 된 나는 이 글을 읽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역설적인가? 반어법인가? 뒤짚어 보기인가?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늙으니까 참 좋다'라는 제목의 글이 무척이나 많이 떴다.
엇비슷한 내용이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역설적으로 이를 뒤짚어서 <늙으니까 서럽다>라는 제목으로 글 써야겠다.
어제는 2020. 2. 1. 토요일.
충남 태안읍 태안군청 인근에 있는 '센트럴웨딩홀'에서 사촌동생의 딸 결혼식이 있었다.
혼주네가 대절한 대형버스를 타고 시골에서 결혼식장에 오신 큰당숙을 뵈었다.
식이 다 끝난 뒤 큰당숙이 말씀하셨다.
'내가 제일 나이가 많네.'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큰당숙은 지역에서 법무사 사무실을 직접 운영하며, 고교시절부터 운동(축구)을 좋아했기에 지금도 주말에 등산 다니며 체력을 다진다. 내가 보기에는 당숙은 그렇게까지 늙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어제는 자조적으로 '내가 제일 나이가 많네'라는 말씀하셨다. 조금은 서글픈 듯한 목소리이었다.
어제 결혼식장에서 대고모의 손자를 만났다(나하고는 6촌간).
'아버지, 어머니는 어떠하셔?' 내가 물었다.
'어머니가 지금 치매가 있어서.. 날마다 간병인이 와서 돌봐드려요.'
나이가 여든다섯 살이며, 치매2급 환자이며, 자가(自家)에서 사신다.
여든여섯 살인 내당숙이 치매 걸린 아내를 돌보는데 무척이나 힘들어 하신다고 한다.
노인네가 노인네를 돌봐야 하는 현실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나는 늙어가는 70대 노인. 남의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내비칠까?
어제 결혼식장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살이 빠졌어요?' 하면서 놀란다.
일흔세 살인 내가 거울 속의 나를 보아도 그렇다.
키는 더욱 작아졌고, 뚱뚱했던 몸, 탄탄했던 운동체질의 몸뚱아리도 이제는 호리호리하게 변모했다. 당뇨병을 오래동안 앓고 있기에 살은 더욱 빠졌고, 허옇게 변색한 머리카락이 이를 증명했으며, 옷조차도 커서 헐렁거렸다.
나는 죄 지은 것도 없이 '당뇨가 있어'라고 변명했다.
이런 대화를 엿들었던 아내는 집에 돌아와 나한테 물었다.
'당신이 그렇게 늙었어요? 당신이 ... 그렇게 살이 빠졌어요? 남들이 왜 그렇게들 당신 - 걱정을 해요?'
아내는 남들이 하는 말, 그런 말투가 속상했고, 억울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거울 속의 나.
사실은 무척이나 늙었다.
살이 많이 빠지고, 얼굴 볼살이 늘어졌고, 눈알도 힘이 없어 흐릿해졌고, 행동거지가 굼뜨며 느릿느릿해졌다.
영락없는 늙은이, 천대받는 늙은것이 되었다.
늙었다고 정년퇴직한 지도 벌써 12년이나 된다.
'날마다가 일요일, 공휴일, 쉬는 날이다'라면서 자조하는 나.
내가 사는 서울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 서호쉼터로 나가면 정말로 늙은, 노인들이 많다.
추레한 늙은것들이 병 든 닭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돌벤치 위에 앉아서는 하염이 없이 허공이나 바라본다.
더러는 장기 바둑이나 두는 영감탱이와 구경꾼도 있고, 더러는 운동기구에서 팔다리를 푸는 체한다. 모두 한심하다는 듯이 엉거주춤한 걸음거리로 어기적거리는 모습이다. 생산적인 일을 하는 늙은것들은 하나도 없다고 본다.
아래는 인터넷에서 퍼왔다.
보충 설명글은 내가 삭제했다.
글 쓴 이는 '너도 한 번 늙어봐라'라는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
'너도 한 번 늙어봐라'라는 문구가 나한테는 많은 여운을 남긴다.
* 늦잠 자도 좋다.
* 지하철 공짜
* 기차 반값
* 국립공원 무료
* 주차비 할인
* 쓰리꾼이 덤비지 않는다.
* 어디 가서 술 먹고 떠들어도 ....
* 술 먹고 전봇대에 실례해도 ...
* 이쁜샥씨 처다봐도 ...
어디 이것뿐이랴?
내가 추가로 보탠다.
- 지하전철 노약자석이 있어서 대부분은 노인네들이나 자리를 잡는다.
- 일부 식당에서는 노인 식사비 활인.
- 병원 진찰비 반액(3,000원 이하일 때)
이런 것들은 모두 남한테 피해를 주며, 신세나 지는 내용들이다.
노인들이 많아질수록 국가와 사회는 피곤해지며, 재정부담이 늘어난다.
노인들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남이 생산한 것을 위처럼 소모한다. 비생산적인 소모나 한다.
하나의 예다.
내 어머니는 아흔여섯 살 나던 해에 지방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장기간 입원했고, 시립노인요양원에서도 두 차례 입원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도 하지 못한 채 남한테 100% 의존하시다가 그 다음해인 2015년 2월 말에 돌아가셨다.
모든 것(대소변 등)은 남의 손을 거쳐야 했다.
눈 감은 채, 미동은 거의 없은 채.. 숨만... 인공호흡기를 통해서...
수년 전의 일이다.
내가 보았던 지방 종합병원 중환자실의 노인들, 시립요양원에서 꼼지락거리는 노인들은 마치 벌레(버러지) 같았다.
정말로 남한테 신세나 지고 있었다.
화장실에 가고, 오줌 누고, 똥 싸는 것조차도 남의 손(가족이나 간병인)을 빌려야 했다. 환자복에 질질거리며 흘리는 오줌이며..
여자 간병인(거의 다 60대, 70대 할머니)들은 애써 고개를 옆으로 튼 채 그 더러운 오물을 치우고... 흴체어를 밀고.. 정말로 혐오스러운 노인병동(病棟)이었다. 정말로 더럽고 추한 노인들의 모습이었다.
나는 기억한다.
10대 소년기였던 때를.
나도 나이가 얼른 더 많이 들어서 젊은이, 청년이 되어서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다고.
이렇게 소망하던 내가 어느새 늙은이가 되어서 직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퇴직한 뒤 시골로 내려가서 텃밭농사를 지었다.
낡은 함석집에서 둘이서 함께 살던 어머니. 나보다 한세대 이전의 사람인 어머니는 자꾸만 치매기가 진전되었고, 말년에는 중환자 병실에서만 머물다가는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장사를 치룬 뒤, 나는 처자식이 있는 서울로 되돌아왔다.
아쉽게도 그새 더 많이 늙어버리는 나는... 서울에서는 할 일이 없어서 날마다 빈둥거린다.
그런데도 위 글에서는 '늙으니까 참 좋다'라고 쓴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는 아직은 덜 늙은것(어린것들이)이 말장난, 글장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허풍쟁이 글쟁이들이나 하는 허툰 수작이다.
어떤 글쟁이는 교활한 것인가?
'늙으니까 참 좋다'라는 말을 하고, 글을 쓰다니...
나는 전혀 아니다. '늙으니까 참 나쁘다'이다.
늙으면 남한테 미움이나 받기에...
첫댓글 늙으니까 참 좋다는
나이가 들어 가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 지고
많은 경험으로 쌓인 세상의 이치를
삶의 지혜에 있기 때문이지요
예..
조금만 늙으면 '늙으니까 참 좋다'라는 말을 하겠지요.
하지만 더 많이 늙으면 정말로 싫어 할 겁니다.
온통 아프고,,, 더 아프면... 더 아프면 하나의 송장으로 취급되겠지요.
인생 말년의 노인들은 지방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요양원 등에서 보았지요.
그게 사람일까요?
목구멍에 구멍을 뚫어서 그 안에 고무호스를 꼽고 큰 산소통에서 내뿜는 산소를 들이마시는.. 목구멍을 뚫었으니 말은 못하고... 숨 못 쉬면 몸부림을 치대요. 강그라지고...
주사기를 꽂을 때마다 단달마의 비명을 지르고...
저한테는 나쁜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직은 덜 늙은 문학인들이나... 이런 글 쓰겠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인생이 익어가는 노을의 세대에 곱게 다듬어가야 겠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인생의 노을은... 한창 일할 수 있을 때 건전하게 일하고, 노년에 들어서는 성실했던 삶을 되돌아보면서
서서히 뒤로 물러나고 사라지는 것이겠지요.
후진을 위해서 자꾸만 뒤로 물러나야.. 이렇게 하려면 노년의 삶이 보장되어야 할 듯.
의식주에 걱정이 없고, 노인병원 등이 가까이 있어야...
본질은 신의 가호가 있어야겠지요.
사라지는 노을이 아름다우려면 덜 아프고, 덜 괴롭고.. 웃으면서 눈을 감았으면요.
저도 자꾸만 나이가 들어가니까... 인생 마지막을 보다 가치있게 되돌아봤으면 합니다.
남한테 빚을 덜 지고.. 지금껏 내가 누렸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남겨서 후손들이 이를 활용했으면요.
공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