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탄핵 심사기간 중 정치체제 어떻게 될 것인지, 180일 이내에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때까지 국무총리가 대행 / 12/15(일) / 동양경제 온라인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2024년 12월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윤 대통령의 권한은 모두 정지됐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가원수, 행정부 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권한을 일절 수행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몇 달간 서울 시내 관저에서 생활하며 탄핵심판과 내란죄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3일 '구국의 의지'로 선포한 '비상계엄'(계엄령)에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물론 내란의 주모자로 역사에 남을 위기에 처했다.
■ 권한은 정지되지만 대우는 거의 같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헌법에 규정된 모든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 66조는 대통령은 국가원수이며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다고 명기하고 73조와 74조는 대통령은 조약을 체결 비준하며 외교사절을 신임 수락 또는 파견하며 선전포고와 강화를 한다고 돼 있다.
즉 군 통수권이나 조약 체결 비준권, 사면·감형·복권,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공무원 임면권 등을 윤 대통령은 모두 행사할 수 없게 됐다.
국무회의 및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를 여는 등 일상적으로 해오던 국정운영 권한도 모두 정지됐다. 물론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기각되면 모든 권한은 회복된다.
다만 직무정지 기간 중에는 대통령 신분까지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칭호는 그대로이고 관저에서도 생활할 수 있다. 대통령실과 경호처의 경호, 의식도 유지된다.
관용차나 전용기도 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출국금지 처분을 받은 상황이어서 전용기를 이용할 가능성은 낮다. 급여는 그대로 받을 수 있지만 업무추진비 성격의 급여는 받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저에서 생활하게 된다. 청와대 출근은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기자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계엄령이 '헌법상 의무를 얼마나 어겼나'가 초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무정지 기간이던 2017년 1월 1일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스스로 각종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둔 2004년 4월 11일 기자들과 산행 등을 했다. 정치적 발언은 자제하고 '봄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않다, 봄이 왔는데 기뻐할 수 없다)이라는 말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에 대해 직접 변론요지서를 쓰겠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직접 변호할 가능성이 있다.
또 내란죄 수사에도 대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석동현 변호사 등 친분이 있는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변호인단 구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죄 수사를 받으려면 현직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헌재는 헌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에서 탄핵안이 기각돼 곧바로 복귀한 반면 박 전 대통령은 파면돼 실직했다.
과거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것은 법률 위반의 중대성 여부였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이 부분은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경우 계엄령 선포를 헌법을 지킬 의무를 저버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볼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다. 내란죄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수사 진행 상황과 상관없이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위헌일 경우 행위가 무효가 될 수는 있어도 이를 처벌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정치적 평가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지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행위가 탄핵에 이를 정도의 중대성을 갖는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법원 심판-검찰 수사 병행
국정운영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체제로 넘어갔다.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불출석이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로 정한 국무위원 순으로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상계엄령 선포로 외교 경제 등 모든 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권한대행 체제가 순풍에 돛 단 듯 진행될지는 낙관할 수 없다. 직전 대통령 권한대행 때도 인사권·외교권은 늘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에 준하는 의전과 경호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던 참모조직도 앞으로는 총리를 보좌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다만 역대 권한대행자들은 현직 대통령 예우와 여론 등을 의식해 의식 등을 최소화했다. 고건(대행기관 2004년 3월~동년 5월 14일), 황교안(2016년 12월~2017년 5월) 전 국무총리는 모두 청와대 방문을 자제하고 정부청사 사무실에서 직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황씨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라는 직함을 새긴 손목시계를 제작해 물의를 빚기도 했고, 인사권도 적극 행사했다.
탄핵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 권한대행은 내란죄 수사도 받아야 한다. 만약 권한대행을 맡았던 국무총리가 탄핵소추되면 이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순으로 권한대행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