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실즉혼(禮失則昬)
예의를 잃으면 정신이 흐리고 사리에 어두운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禮 : 예도 예
失 : 잃을 실
則 : 곧 즉
昏 : 어두울 혼
출전 : 사기(史記) 卷047 공자세가(孔子世家) 第十七
이 성어는 사기(史記) 卷047 공자세가(孔子世家)에 나오는 말로서, 공자가 죽은 다음 노(魯)나라 애공(哀公)이 공자를 애도한 글이 지었는데 이를 보고,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평한 말이다.
공자가 병이 나자, 자공이 뵙기를 청했다.
“사(賜; 자공), 너는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
孔子因歎, 歌曰;
太山壞乎! 梁柱摧乎! 哲人萎乎!
그리고 한탄하며 노래를 불렀다.
태산이 무너지는가!
들보와 기둥이 무너지는가!
철인이 시드는가!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또 자공에게 일러 말했다. “천하에 도가 없어진지 오래 되었구나. 아무도 나의 도를 믿지 않는다. 하나라 사람들은 장사를 치를 때 유해를 동쪽 계단에 모셨고, 주나라 사람들은 서쪽 게단에 모셨고, 은나라 사람들은 두 기둥 사이에 모셨다. 어젯밤에 나는 두 기둥 사이에 놓여 사람들의 제사를 받는 꿈을 꾸었다. 내 조상은 원래 은나라 사람이었다.”
天下無道久矣, 莫能宗予. 夏人殯於東階, 周人於西階, 殷人兩柱間. 昨暮予夢坐奠兩柱之間, 予始殷人也.
그 뒤 이레 만에 세상을 떠났다. 공자 나이 일흔 셋으로, 노나라 애공 16년 4월 기출일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後七日卒. 孔子年七十三, 以魯哀公十六年四月己丑卒.
노나라 애공이 그를 애도하는 글을 지어 말했다. “하늘도 무심하여 이 한 노인도 남겨 놓지도 아니하고, 나 한 사람만 자리에 남게 하여 버려 두고 나를 근심 속에서 외롭게 하는구나! 아 슬프구나! 이부(尼父; 공자를 존중하여)여, 스스로 규율에 얽매이지 말지니! ”
哀公誄之曰; 旻天不弔, 不愸遺一老, 俾屏余一人以在位, 煢煢余在疚. 嗚呼哀哉! 尼父, 毋自律!
자공이 말했다. “군주는 아마도 노나라에서 천명을 다할 수 없을 것이다. 선생님께서 이전에 말씀하시기를 ‘예법을 잃으면 혼란해 지고, 명분을 잃으면 허물이 생긴다. 뜻을 잃게 되면 혼란해 지고, 해야할 바를 잃으면 과실인 것이다’ 라고 하셨는데, 살아 생전에 중용하지 못하고 죽은 후에 애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리고는 또 (제후의 신분으로) ‘나 하나’이라고 칭하는 것은 실로 명분에 맞는 말이 아니다.”
子貢曰; 君其不沒於魯乎!
夫子之言曰; 禮失則昬, 名失則愆. 失志為昬, 失所為愆.
生不能用, 死而誄之, 非禮也.
稱, 余一人, 非名也.
▶️ 禮(예도 례/예)는 ❶형성문자로 豊(례)가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보일 시(示=礻; 보이다, 신)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신에게 바치기 위해 그릇 위에 제사 음식을 가득 담은 모양의 뜻을 가진 豊(풍, 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제사를 풍성하게 차려 놓고 예의를 다하였다 하여 예도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禮자는 ‘예절’이나 ‘예물’, ‘의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禮자는 示(보일 시)자와 豊(예도 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豊자는 그릇에 곡식이 가득 담겨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예도’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예도’라는 뜻은 豊자가 먼저 쓰였었다. 고대에는 추수가 끝나면 신에게 감사하는 제사를 지냈다. 이때 수확한 곡식을 그릇에 가득 담아 올렸는데, 豊자는 바로 그러한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그러나 후에 豊자가 ‘풍성하다’나 ‘풍부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소전에서는 여기에 示자를 더한 禮자가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禮(례)는 ①예도(禮度) ②예절(禮節) ③절(남에게 공경하는 뜻으로 몸을 굽혀 하는 인사) ④인사 ⑤예물(禮物) ⑥의식(儀式) ⑦책의 이름(=예기禮記) ⑧경전(經典)의 이름 ⑨단술(=감주), 감주(甘酒: 엿기름을 우린 물에 밥알을 넣어 식혜처럼 삭혀서 끓인 음식) ⑩예우(禮遇)하다 ⑪신을 공경(恭敬)하다 ⑫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예의에 관한 모든 질서나 절차를 예절(禮節), 사회 생활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공손하며 삼가는 말과 몸가짐을 예의(禮儀), 예로써 정중히 맞음을 예우(禮遇), 예법에 관한 글을 예문(禮文), 예로써 인사차 방문함을 예방(禮訪), 존경하여 찬탄함을 예찬(禮讚), 예법과 음악을 예악(禮樂), 예법을 자세히 알고 그대로 지키는 사람 또는 그러한 집안을 예가(禮家), 사례의 뜻으로 주는 물건을 예물(禮物), 예법을 따라 베푸는 식으로 결혼의 예를 올리는 의식을 예식(禮式), 예로써 정중히 맞음을 예대(禮待), 예법으로써 그릇된 행동을 막음을 예방(禮防), 예절과 의리를 예의(禮義), 혼인의 의례를 혼례(婚禮), 스무살이 되어 남자는 갓을 쓰고 여자는 쪽을 찌고 어른이 되던 예식을 관례(冠禮), 예의에 벗어나는 짓을 함을 결례(缺禮), 볼품없는 예물이란 뜻으로 사례로 주는 약간의 돈이나 물품을 박례(薄禮), 장사지내는 예절을 장례(葬禮), 예법에 따라 조심성 있게 몸가짐을 바로함을 약례(約禮), 예의가 없음을 무례(無禮), 아내를 맞는 예를 취례(娶禮), 언행이나 금품으로써 상대방에게 고마운 뜻을 나타내는 인사를 사례(謝禮), 공경의 뜻을 나타내는 인사를 경례(敬禮), 말이나 동작 또는 물건으로 남에게서 받은 예를 다시 되갚는 일을 답례(答禮), 예절과 의리와 청렴한 마음과 부끄러워 하는 태도를 예의염치(禮義廉恥), 예의와 음악이 깨지고 무너졌다는 뜻으로 세상이 어지러움을 이르는 말을 예괴악붕(禮壞樂崩), 예의가 지나치면 도리어 사이가 멀어짐을 예승즉이(禮勝則離), 예의를 숭상하며 잘 지키는 나라를 예의지국(禮儀之國), 예의가 너무 까다로우면 오히려 혼란하게 됨을 예번즉란(禮煩則亂), 예의는 서로 왕래하며 교제하는 것을 중히 여김을 예상왕래(禮尙往來), 어느 때나 어느 장소에서나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말을 예불가폐(禮不可廢) 등에 쓰인다.
▶ 失(잃을 실, 놓을 일)은 ❶형성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乙(을, 실)로 이루어졌다. 손에서 물건이 떨어져 나가다의 뜻이 전(轉)하여 잃다의 뜻이다. 또는 손발을 움직여 춤추다가 감각을 잃어버린 멍한 상태를 본뜬 글자라고도 한다. ❷상형문자로 失자는 ‘잃다’나 ‘달아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失자는 夫(지아비 부)자에 획이 하나 그어져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失자는 夫자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失자의 금문을 보면 手(손 수)자 옆에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손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失자는 손에서 물건을 떨어트려 잃어버렸다는 의미에서 ‘잃다’라는 뜻을 갖게 된 글자이다. 그래서 失(실, 일)은 노름판에서 잃은 돈의 뜻으로 ①잃다, 잃어버리다 ②달아나다, 도망치다 ③남기다, 빠뜨리다 ④잘못 보다, 오인하다 ⑤틀어지다 ⑥가다, 떠나다 ⑦잘못하다, 그르치다 ⑧어긋나다 ⑨마음을 상하다 ⑩바꾸다 ⑪잘못, 허물 ⑫지나침 그리고 놓을 일의 경우는 ⓐ놓다(일) ⓑ놓아주다, 풀어놓다(일) ⓒ달아나다, 벗어나다(일) ⓓ즐기다, 좋아하다(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잃을 상(喪), 패할 패(敗),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얻을 득(得)이다. 용례로는 잘못하여 그르침을 실수(失手), 조치를 잘못함을 실조(失措), 자격을 잃음을 실격(失格), 희망을 잃어버림을 실망(失望), 시력을 잃음을 실명(失明), 일에 성공하지 못하고 망함을 실패(失敗), 효력을 잃음 실효(失效), 생업을 잃음을 실업(失業), 주의를 잘 하지 못하여 불을 냄을 실화(失火), 처지나 지위를 잃음을 실각(失脚), 언행이 예의에서 벗어남을 실례(失禮), 본 정신을 잃음을 실신(失神), 축나서 없어짐을 손실(損失), 종래 가지고 있던 기억이나 자격 등을 잃어버림을 상실(喪失), 조심을 하지 않거나 부주의로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를 과실(過失), 얻음과 잃음 또는 이익과 손해를 득실(得失), 불에 타 없어짐을 소실(燒失), 어디로 사라져 잃어버림을 소실(消失), 물건을 잃어버림을 분실(紛失), 떠내려가서 없어짐을 유실(流失), 말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실마치구(失馬治廐), 잃은 도끼나 얻은 도끼나 한가지라는 실부득부동(失斧得斧同), 정신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슬피 통곡함을 실성통곡(失性痛哭), 물건을 아무렇게나 써 버림을 실어공중(失於空中), 헛된 말로 말을 잃어버리고 터놓고 말을 하지 않아 사람을 잃는다는 실언실인(失言失人),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실우치구(失牛治廐) 등에 쓰인다.
▶️ 則(법칙 칙, 곧 즉)은 ❶회의문자로 则(칙/즉)은 간자(簡字), 조개 패(貝; 재산)와 칼 도(刀; 날붙이, 파서 새기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물건을 공평하게 분할함의 뜻이 있다. 공평의 뜻에서 전(轉)하여 법칙(法則)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則자는 ‘법칙’이나 ‘준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則자는 貝(조개 패)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則자의 금문으로 보면 貝자가 아닌 鼎(솥 정)자가 그려져 있었다. 鼎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솥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鼎자는 신성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則자는 이렇게 신성함을 뜻하는 鼎자에 刀자를 결합한 것으로 칼로 솥에 문자를 새겨 넣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금문(金文)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이 솥에 새겨져 있던 글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솥에는 어떤 글들을 적어놓았을까? 대부분은 신과의 소통을 위한 글귀들을 적어놓았다. 신이 전하는 말이니 그것이 곧 ‘법칙’인 셈이다. 그래서 則(칙, 즉)은 ①법칙(法則) ②준칙(準則) ③이치(理致) ④대부(大夫)의 봉지(封地) ⑤본보기로 삼다 ⑥본받다, 모범으로 삼다 ⑦성(姓)의 하나, 그리고 ⓐ곧(즉) ⓑ만일(萬一) ~이라면(즉) ⓒ~하면, ~할 때에는(즉)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많은 경우에 적용되는 근본 법칙을 원칙(原則),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을 규칙(規則),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을 법칙(法則), 법규를 어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규칙을 벌칙(罰則), 법칙이나 규칙 따위를 어김을 반칙(反則), 표준으로 삼아서 따라야 할 규칙을 준칙(準則), 어떤 원칙이나 법칙에서 벗어나 달라진 법칙을 변칙(變則), 변경하거나 어길 수 없는 굳은 규칙을 철칙(鐵則), 법칙이나 법령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헌칙(憲則), 행동이나 절차에 관하여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한 규칙을 수칙(守則), 기껏 해야를 과즉(過則), 그런즉 그러면을 연즉(然則), 그렇지 아니하면을 불연즉(不然則), 궁하면 통함을 궁즉통(窮則通), 서류를 모아 맬 때 깎아 버릴 것은 깎아 버림을 삭즉삭(削則削), 만물이 한 번 성하면 한 번 쇠한다는 물성칙쇠(物盛則衰), 충성함에는 곧 목숨을 다하니 임금을 섬기는 데 몸을 사양해서는 안된다는 충칙진명(忠則盡命), 만물의 변화가 극에 달하면 다시 원상으로 복귀한다는 물극즉반(物極則反), 사람에게 관대하면 인심을 얻는다는 관즉득중(寬則得衆), 공손하면 수모를 당하지 않는다는 공즉불모(恭則不侮), 그렇지 아니하면은 불연즉(不然則), 보기에 허하면 속은 실하다는 허즉실(虛則實), 궁하면 통한다는 궁즉통(窮則通), 가득 차면 넘치다는 만즉일(滿則溢),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圖謀)하면 능히 남을 누를 수 있다는 선즉제인(先則制人), 죽기를 각오(覺悟)하면 살 것이다는 필사즉생(必死則生), 오래 살면 욕됨이 많다는 수즉다욕(壽則多辱), 달이 꽉 차서 보름달이 되고 나면 줄어들어 밤하늘에 안보이게 된다는 월영즉식(月盈則食) 등에 쓰인다.
昏 : 어두울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