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를 타고 일산을 지나면
오른쪽 멀리에 나지막하게 누운 산을 발견한다.
파주출판문화단지 뒤쪽의 심학산(尋鶴山. 194m)이다.
이 산 중턱에 최근 음식점이 줄줄이 들어서고
맨발걷기하기에 딱 좋은 둘레길까지 생겨나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다.
심학산 주위에는 큰 산이 없어
멀리서도 눈에 잘 들어온다.
산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야로
한강 하류의 물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또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도 아름다워
이 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반대편 동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교하가 눈앞에 들어오는데
광해군이 한때 새 도읍지로 정했던 곳이다.
심학산의 원래 이름은 구봉산(龜峰山)이다.
이 산을 자유로에서 보면 거북(龜) 모양을 하고,
서쪽 봉우리(峰)도 거북 머리와 같아서이다.
이 산 이름이 심학산으로 바뀐 건 조선 숙종 때다.
숙종이 애지중지하던 학 두 마리가
궁궐을 도망쳐 여기서 찾았다고 해
그 후로 학(鶴)을 찾은(尋) 산으로 불리었다.
그런데도 구봉산 이름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건
이 산 밑에 살았던
송익필(宋翼弼·1534~1599)의 호가 구봉이어서다.
구봉 송익필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조선 예학(禮學)의 창시자로
정도전에 버금가는 조선의 이데올로그이다.
구봉산 둘래길에는
율곡 이이가 8 살에
파주 율곡리의 화석정(花石亭)에 올라 지었다는
花石亭詩(화석정시) 시비도 있고
산 중턱에는
약천사(藥泉寺) 지장보전(地藏寶殿)이 있다.
* 花石亭詩(화석정시) 율곡 이이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 숲 속 정자에 가을은 저물었고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시인의 품은 뜻은 그지 없어라.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먼 물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은 햇빛 아래 붉어라.
山吐孤輪月(산토고윤월) 산은 홀로 둥근 달을 토해 내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강은 만리 바람을 머금었어라.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저무는 구름 속에 울음소리 끊어지네.
<쇳송. 3369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