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우여곡절 끝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주요 혐의자들 기소가 지난 30일 이뤄졌다. 인사권을 동원한 수사팀 강제 해체 이틀 전이라는 시점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감사원의 경제성 조작 감사 결과 및 수사 의뢰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온 대전지방검찰청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수사팀 및 대전지검 부장검사들이 만장일치로 요청한 ‘배임’ 또는 ‘배임 교사’ 혐의는 정 사장에게만 적용됐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백 전 장관에 대해서는 수사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직권 지시했기때문이다. 김 총장이 백 전 장관의 배임죄 기소를 결사적으로 막으려는 의도는 명백하다. 백 전 장관이나 채 전 비서관이 배임으로 기소되면, 각종 민사소송에 대한 책임이 한수원을 넘어 정부 차원으로 확대되고, 궁극적으로 월성 원전 조기 폐쇄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총장이 임명되고, 권력 범죄 수사팀 전원이 좌천·강등된 이유도 이런 문제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런 의도는 단기적으로 성공할 개연성이 크다. 오는 2일 자로 기존 수사팀이 다른 곳으로 전출되고, 새로운 수사팀이 들어서는데, 그들이 후속 수사·기소에 적극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차일피일 시간을 끌며 뭉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틀어막는다고 문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 및 민·형사 책임이 언제까지나 덮어지긴 힘들다. 정권의 방해로 수사를 끝까지 하진 못했지만, 곳곳에 단서를 남겼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 지시를 따른 한수원 사장만 배임으로 기소되고, 이를 압박한 백 전 장관이 빠져나간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된다. 또, 정 사장이 조작된 경제성 평가 결과로 한수원 이사회를 속여 즉시 가동중단 의견을 끌어 내 1481억 원의 손해를 보였다고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누가 정 사장 단독 범행이라고 보겠는가. 한수원 움직임은 2018년 4월 2일 문 대통령이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말한 뒤 본격화됐다. 백 전 장관은 ‘2년 반 동안 추가 가동’ 보고를 올린 담당자에게 “너 죽을래, 즉시 가동중단으로 다시 써서 보고해라”고 지시했다. 머지않아 진상 규명과 재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