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으로 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음반이
나에게 있어 서태지의 매력의 알파와 오메가가 되고 있다.
서태지 솔로 1집이 나에게 있어 서태지 매력의 전부다라는 것은 아니고
서태지가 나에게 이 음반을 통해 기가막히게 '한방 먹임'으로써
내가 서태지를 다시 보게 된 계기를 마련하게 된데다가,
그렇게 한방 먹고나서 다시보니, 이 음반이 나에게 서태지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일뿐만 아니라, 내가 소장하고 소장했었던 음반들중에
랭킹 3위안에 들게 되었다는 사실때문이다.
'울트라맨이야' 나오기 전까지 내가 이 음반을 평가하는 것은
'뭔가 부족하다'라는 것으로 일관되어 있었고,
또 섣불리 절망과 희망을 교차시킨다는 점때매, 가사의미 해석적으로볼
때, '주제넘는 객기'가 있다라는 것에 한정되어 있었다.
어쨋건 평소에 그리 자주들을만한 것은 못된다는 것이었다.
'울트라맨이야'가 발매될 무렵, 나는 이걸 사서 듣고나서 '서태지 1집에 비해
3-4배는 좋다'라고까지 말하였고, 또 세인들의 평도 대부분 그러했던데다
서태지 본인이 '1집은 습작'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오히려 '1집과 2집은 더블음반, 혹은 하나의 음반'이라는 말에
더욱 수긍이 가며,
또 '1집은 울트라맨이야를 능가하는 시대의 명반'이라는 말에까지
왠지 공감하게 된다.
어떻게 된거냐 하면,
울트라맨이야 음반이 귀에 익어가며 자주 듣게 될 무렵
왠지 1집도 들어보고 싶어서 찾아서 꺼내 들었더니,
1집은 더이상의 예전의 '1집'이 아닌,
귀에 파악 꽃혀 들어와 나의 몸의 리듬에까지 작용하는 음악으로 바뀌어
있더란 이야기이다.
울트라맨이야를 듣다보니 1집-take음반을 듣고 싶어지게 되고
또 Take음반을 듣다보면 울트라맨~이 듣고 싶어진다.
요 기막힌 상호작용, 오호라- 서태지 만만한 놈이 '결코!!!!'아니었네
라고 무릎을 타악 치며
나는 서태지 탐구에 한걸음 한걸음 빠지게 되었고
급기야는 '태지매니아가 되느냐, 안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문화실존
적 고민을 하게 되는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Take 음반
나는 요즘 이 음반을 틀 때마다, 생각나는 도형이 하나있다.
그것은 태극기의 한 가운데 있는 태극문형이다.
(∼ ?요거를 말함.)
짧은 연주곡 3개곡을 제외한 take 1,2,3,4,5,6의 각 노래가
가지고있는 '하강 상승'의 느낌만 이야기해보자.
take 1은 일단 중간톤이지만, 약간 어두움을 내포하며, 하향지향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take 1에서 나타난 추락의 기운은 take 2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어떠한 밝음도 찾아볼길 없이, 어둡고 신경질적인 음악으로 표상된다.
그리고 드디어 추락의 끝에 다달은 상태 - 나는 어둠속에 깨어있어!라는 외
침이 담긴 take 3에 이르게 된다. 극히 어두우면서도, 왠지 몽롱하고
아늑함 마저 내포하고 있는 부분 - (나에겐 백미중의 백미이다. 특히
'바람처럼 나를 일으켜~'라는부분)
이러한 극한 어둠속에서 서서히 깨어나듯
take 4는 조금씩 밝음을 되찾다가, take 5에서는 일상적인 밝음이
주된 톤으로 유지된다. 그리고 take 6에서의 '쾌활함'.
그리고 씨디를 다시 돌린다. 또다시 반복 - 리듬,물결,태극처럼.
그런데 이러한 Take 음악의 하강-추락-바닥-치고오름-상승-쾌활의 6단계가
내가 평소에 나의 몸을 이해하는 방식과 맞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 나의 몸에 이들 음악들이 작용한다는 점 때문에
나는 take 음악에 대해 끝없는 신비감과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이다.
*나의 몸과 take 음악
나는 내가 피곤할때 나타나는 과정을 떠올려본다.
피곤함을 느낀다 (take 1) → 신경질적인 기분이되며 힘이빠진다(take 2)
→ 몽롱해지며 힘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지만 '왠지' 아늑하다(take 3)
→ 원기가 조금씩 되살아 난다 (take 4) → 정신이 맑아진다 (take 5) →
유쾌해진다. (take 6)
물론 이러한 단순한 도식이 그야말로 나에게 한정된 과장된 상상력에 의한
것일지도 모르고, 또 위에서 사용된 언어가 실제의 느낌을 그대로 담아낸다
고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내가 평소에 느꼇던 나의 몸의 작용과 take의 음악이 왠지모르게
서로 상호작용하며 깊은 곳에서 만나고있음을 내가 느끼지 못햇다면
(쉽게감흥을 말해 '체험하지 못했다면')
나는 굳이 이리 빙 돌려가며 take음악에 대해 떠들 필요는 없었을것이다.
나의 상상력이 넘치는 거라면 '서태지와 21세기' 뭐 요런 문화해석적으로
떠들어댔겠지.
그러니까 지금 내가 쓰는 글은 '일종의 색다른 -체험-을 글로 표현'하려
애쓰는 것으로 한정된다고도 볼수있겠다. 뭐 어쨋거나 상관은 없다.
서태지 솔로 1집은 내가 '어떠한 상태'에서 기막히게 잘 먹히는 음악이라
는 사실이 중요하다. ('어떠한 상태'의 대표적 - 밤에 잠들기 전)
*귀로 듣는 음악, 머리로 듣는 음악, 몸으로 느끼는 음악.
여태까지의 나에게 있어 음악은 '머리로 느끼는'것에 한정되었었다.
내가 좋아하고 자주듣던 음악들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감흥을
살리고, 영적인 상태로 이끄는' 것들이 주된것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주제에 음악은 많이 들은편이라서, rock음악을 선호하였었다.
(프로그레시브락 포크락 아트락 발라드락을 선호 - 정통락은 별로였었음)
그런 와중에 나는 늘 '음악을 몸으로 느낀'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것인지
많이 궁금해 하고 있었다.
'정통 락'을 들으며 해드벵잉하는것? 재즈를 직접 연주하며 부르는것?
뭐 그런 모습을 보며 의문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애썼던 것이다.
올초에 너바나의 'nevermind'의 음반을 7년만에 다시 꺼내 들으며
그제서야 정통 락에 귀를 확실히 트게 된 나에게
서태지 솔로 1집은 '몸으로 느끼는 음악'의 전형 케이스로 다가오게 된것이
다.
'머리로 다가서려'했을때는 느껴지지 않았던 take 음악들이
'울트라맨이야'를 거쳐 다시 듣게 되니 '몸으로 다가오더'란 이야기인 것이
다.
너무 거창한가? 쩝.
* 서태지는 과연?
그래도 내가 누구인가? 한땐 CD수집도 할만큼 음악을 자주 들었으며
진짜 음악하는 사람들에 비해선 허접중에 허접이겠지만,
대한민국 음악 감상도 평균치보다는 '그래도' 높고, 국민학교때부터
산울림의 노래를 다 외우고 다녔으며,
고등학교때 이미, '변진섭의 노래는 현재 인기있지만, 생명력이 짧다'라는
앞을 내다보는 평을 할줄 알았고, 홍경인의 '기억날 그날이 와도' 블랙홀의
'깊은밤의 서정곡'은 생명력이 긴 노래다라고 까지 예언했지 않았는가.
(실제로 이들 노래는 내 예상과 딱 맞았다.) 그정도의 귀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가. -.-
이러한 나에게 TAKE 시리즈의 충격을 안겨주었으니,
'거참, 서태지 요놈 진짜 천잰가? 나랑 동갑인데 (나이는 서태지가 한살
어리지만, 서태지가 한살일찍 학교에 들어갓으니, 같은 학년이었음)
쟤랑 나랑 왜이리 차이나지? 쩝쩝쩝'
"아니면 내가 잠시 홀린것에 불과한건가?"라며 서태지 음악에 대한
내 혼란스러운 느낌을 정돈치 못하고 헤매다가도,
언론에서 서태지 욕하는거보면 '저놈 그래도 난놈인데..'라고 옹호하며
'불륜온실인 전화방 광고로 먹고사는 스포츠신문주제에 감히 서태지를?'하며
반언론적인 본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또 요즘 가수들과 쉽게 비교되는걸
보며 '이건 아닌데'라며 서태지 편을 들게 되니,
정말 내가 서태지팬이 다되었나? 라고 꺄웃거릴때쯤,
인터넷에선 한밤에서 서태지 욕했다고 난리가 났는데
"아니 내가 유치짬뽕이라서 평생 쳐다도 안보던 싸구려 연예프로에서
감히 서태지를 저따위로 평가해?"라며 불끈 거리기도 하는걸보니,
"이 참에 아예 태지매니아나 되 버릴까"라고까지 되뇌이게 된것이다.
그도 나쁠것이 없는것이,
내가 맛보는 서태지의 매력중에 큰 것 하나는 그의 사상이기도 하다.
'자유와 도전'이라고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 어떤보다도 자기가 좋아하는
그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그것을 묵묵히 실천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나의 무기력증에 나름대로 작은 처방이 되어주고있다.
* 서태지 포에버.
서태지가 계속 침묵을 유지하고, 또 내가 가진 서태지 솔로 1집을 포함,
그의 음악과 그의 인생에 대한 호기심과 혼돈된 느낌이 완전히 풀리지
않는 이상, 나는 앞으로도 계속 서태지에 대해 관심을 가질것이다.
그는 과연 정말 천재일까?
우연히 솔로1집과 울트라맨이야가 맞아떨어진것 뿐인가?
외국의 음악들을 기막히게 조합한 것에 한정된 것인가?
내 음악적 감수성이 그저 그의 솔로 1집과 울트라맨이야의 관련성에
운좋게 맞아떨어진것 뿐인가?
서태지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게 되고 어떤 행보를 하게 될까?
그리고 국내 음악계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가?
등등등...
Post Script
-여기서 빼먹은 서태지 매력의 또 하나의 큰것은
그가 한국 기존 사회에 동떨어져서 논다는 것이다.
요건 내 인생과 관련되어 역시 무척 재미있고 매력적인 부분이다.
정리하자면
나에게 있어 서태지의 매력은
1.서태지 솔로 1집을 중심으로 한 그의 음악
2.서태지의 '정신' - 좋아한다, 일단 묵묵히 실천한다.-
3.비주류, 아웃사이더적인 삶, 그러면서도 사회적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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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같아서 퍼왔어염..
특히 아웃사이더적인삶을 살면서 사회적으루성공했다는점!! 생각해보니 맞는말!!!
열분들 생각은 어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