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상머리에서 일어설 때다.
'마늘 좀 찧어주세요'라는 아내의 말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한테는 힘 센 일을 시켜.'
어제 잠실 재래시장에서 배추 한 포기당 12,000원씩 두 포기를 사 들고 온 아내.
커다란 무도 두 개다.
김치를 담을 모양이다.
공연히 거절했다는 게 후회되었다.
점심밥을 먹고 난 뒤에 나는 마늘을 갖다달라고 부탁했더니 아내가 깐 마늘을 담은 비닐팩 두 개를 가져왔다.
일전 내가 시골에서 마늘 한 접의 겉껍질을 네 시간이나 걸려서 벗겨낸 것.
거실에 신문지를 두툼하게 깔았다. 작은 그릇절구통에 찧을 때 울림소리(소음과 진동)이 아랫층에 전달됄까 싶어서 미리 진동피해를 줄여야 했다.
작은 손절구통에 마늘을 넣고 찧자니 일이 무척이나 더디다. 한 시간 가까이 찧었더니만 마늘즙이 조금씩 튕겨서 팔뚝과 장딴지에 묻었다. 살갗이 무척이나 애렸다.
다 찧은 뒤에 주방대 위에 올려놓으니 아내가 비닐 팩 여러 개에 나눴다.
아마도 냉동고실에 보관할 모양이다.
팔뚝과 장딴지에 묻은 마늘즙을 화장실에서 물로 씻어내리다가 어떤 힌트를 얻었다.
시골에서 텃밭농사를 지을 때 배추나 무 잎에는 진디(해충)이 숱하게 달라붙는다. 이 해충을 잡을 때 마늘즙에 물을 희석해서, 살포하면 병균과 해충을 어느 정도껏은 잡을 수 있다고 보았다.
나는 건달농사꾼이라서 농약을 전혀 뿌리지 않는다.
완전히 벌레들의 잔치가 되어서 내가 수확하는 채소류의 작황은 참으로 보잘 것이 없었다. 진디물과 같은 벌레들이 다 갉아먹었기에.
친환경농법으로 병균과 벌레를 잡는 방법이야 많을 게다.
우선 돼지감자 잎, 은행나무 잎, 제충국(국화류) 잎을 삶아서 우려낸 물을 뿌려주면 어느 정도껏은 잡을 수 있다.
몇 년 전, 제충국 모종을 2만 원어치나 사다가 심었다가 실패했다.
남한테 모종을 대부분 나눠주고는 내딴에는 소량이라도 너끈히 증식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빚은 결과는? 풀속에서 제충국 모종이 사라지고 말았다.
독초인 제충국이 없어도 위 잎을 이용하면 된다.
내 시골 텃밭에는 돼지감자와 은행나무 잎은 정말로 많이도 걷어들일 수 있다. 이들을 재활용해야겠다.
며칠 전, 9월 2일 시골 5일장터에서 배추모종 한 판(72개)을 샀다.
모종을 급히 심고는 서울 올라온 지금.
아마도 작은 벌레들이 어린 잎에 숱하게 구멍을 내고, 뜯어먹었을 게다.
추석 쇠고 난 뒤에 시골로 내려가서 확인해 보면 어떤 상황인지를 알겠다.
오늘 아침에 늙은호박 하나 겉껍질을 벗겨내고, 씨앗이 잔뜩 든 속을 수저로 긁어냈다.
아내가 칼로 채 썰다가 그만 둔 것을 보고는 나는 칼로 얊게, 가늘게 채 썰었다.
칼 다루는 데야 내가 고수이니까.
채를 쓴 덕분일까? 저녁밥상 위에는 밀가루로 범벅한 호박전이 올랐다.
호박전에서는 일전 시골에서 뜯어온 부추와 방아잎의 독특한 냄새가 배었다.
주방 뒤편에는 호박채를 썬 것을 담은 팩이 보였다.
'아이들(시집 간 딸)이 오면 나눠 주려고요'하는 아내의 말에 나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잘 했군.
아내는 요즘 금값이라는 배추를 왜 두 포기나 사서 김장할까?
일주일 뒤에는 추석이다.
잠실에 들를 것으로 예상되는 큰딸네, 작은딸네, 큰아들네한테 조금씩 나눠줄 모양이다.
아내는 일을 굼뜨게 한다.
그에 비하여 나는? 금새 제까닥 처리한다.
내 성질만큼이나 급하게 일을 마무리한다.
오후에 마늘 한 접을 후닥닥 다 찧었기에 마음이 개운하다.
집안살림은 주부 혼자서 다 하는 것은 아닐 게다. 남자도 함께 거둘어야 한다.
더군다나 아내는 이미 환갑을 몇 년 전에 넘긴 늙은 할머니가 아니던가? 병약해서 골골한다.
나는 뭐, 시골태생이니까 이런 잡일이야 별 것도 아니다.
가사일은 주부가 해야 하는 게 역활분담에 맞는데도 내가 잠깐 도왔다.
왜냐고? 서울에서는 내가 마땅히 할 일이 없다. 시골에서야 늘 텃밭에 있지만서도.
오늘 나는 좀 그렇다.
절구통에 마늘 찧었다고, 이 글을 읽은 영감들이 나를 비난해도 나는 할 수 없다.
나는 꼬리사리고 사는 건달 백수이니까.
별 수 없다. 이렇게라도 일해서 밥 얻어먹고 산다.
2016. 9. 7. 곰내
어제(11. 29.) 역삼역 인근의 포스코 지하에서 동창 모임이 있었다.
남녀 동창이 이모저모 이야기를 나눴으나 그 누구도 현 국정농단에 관해서는 모르는 체했다.
나는 종북좌파도 아니고, 북괴지령을 받은 사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중도파도 아니다.
쪽파, 양파, 대파를 길러서 먹는 촌사람이기에
5060카페에는 그냥 먹고 사는 이야기, 시덥잖은 잡글을 골라서 올린다.이렇게.
2016. 11. 30. 곰내.
첫댓글 나이들면 인간 계파에 휘둘리지 마시고
땅에서 일군 쪽파 대파 양파에 더 큰 애정을 쏟자구요 ㅎㅎ
그리고 우리의 가정 울타리나 단도리 잘하시고요
그것도 나라를 위하는 일입니다
가정을 곱다시 지켜내는 것도 ...
댓글 고맙습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화가 난 국민총궐기대회가 5차례, 연인원 400만 명이 생업을 포기한 채 요구했지요.
그런데 꼴통보수진영에서는 시위에 참가한 국민을 종북좌파이니 북괴지령을 받은 빨갱이로 내몰대요.
국민이 낸 세금이 아깝네요.
저는 그런 것은 모르고요. 그냥 촌구석에서 쪽파 양파 대파, 졸파 등이나 키워서 자급자족하네요.
제 시골에서는 쌀 한 가마(80kg)가젹이 102,000원.
1kg 1,275원.
그냥 풋하고 비웃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12월 3일)에 6차 국민총궐기대회가 있다니.. 또 시끌벅적하겠네요.
생업은 어찌하라고!
답답해서 배추 등 푸성거리도 아껴 먹는 서민 이야기 올렸네요.
지금은 배추가 실헌늠이 3천원이면 얼마든지 사는데
1만2천원이나? 하고 읽어 보니 추석무렵
한창 비쌀때의 이야기군요.
우리집도 마늘 찧는 담당은 남편 몫이었죠.
올해는 근 3개월를 반찬을 못하니 마늘이고 쪽파고
다듬을일이 없어 대신 설거지를 담당하고 있죠.
제가 성할땐 그런거 안 도와주어도
삼식이로 모시고 살았는데
요즘은 자발적으로 도와주니 고맙네요.
그리고 삶의 이야기가 이보다 더
거창해야 한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
미안...9월 초에 쓴 잡글을 올려서.
요즘 정치뉴스, 인터넷 뉴스에 정신이 빠져서 글 쓰기 싫대요.
지치고 맥이 빠져서 아무 것도 하기 싫대요.
좌절감, 허탈감. 그리고 될대로 되라는 식의 무기력...
가진 자의 교활한 언어의 마술에 놀라워 하지요.
궤변에 능숙하지 못한 채 아무런 근력도 없는 촌늙은이라는 사실이 좀 그렇네요.
나도 거짓말 잘하고, 남 탓하고, 흔적을 감추고... 이런 것을 배웠더라면 훨씬 나은 삶을 살겠지요.
두어 달 전에 쓴 글을 찾아내서...
남의 글을 거듭거듭, 때로는 열 번도 정독했기에
글 올린 분한테 고마워서 저도 잡글 하나 보탰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님은 예전에 김장 이백, 삼백 포기를 했다니 굉장했군요.
무척이나 수고했군요.
중학교 시절, 고교시절에 저도 대전에서 김장배추 다듬어 도왔는데... 지금은 다 옛추억이 되었네요.
마늘을 믹서기로 갈면 맛이 떨어진다..
절구통에 찧어야 한다는 정보에 감사.
시골집에는 큰 돌절구통, 작은 절구통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이제는 누가 사용할까요?
님의 댓글 내용을 다시 보면서 예전 김장 많이 하던 때를 잠깐 떠올렸습니다.
따뜻한 댓글에 고맙습니다라고 고개 수그립니다.
일상의 생활속에 글 잘 보고갑니다.
그러데,
대단히 죄송하지만 글의 일관성이 없는 느낌입니다.
시간차 순대로 글을 나열 하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악풀도 무풀 보다 좋다) 라 고 생각하세요, ~~
정말로 고맙습니다.
전혀 죄송한 것은 아니지요.
'글의 일관성이 없다, 시간차 순대로 글을 나열하면 좋겠다'는 가르침.
저는 제 글의 단점을 모르지요. 그래서 누군가가 꼬집어 주기를 있었지요.
저한테는 선의의 악풀이 필요합니다.
시간차...
저도 그렇습니다. 글 후루룩 아주 빠르게 타자 치고는 앞뒤 순서를 자주 뒤바꾸지요.
님의 지적대로 시간차를 헷갈린다는 뜻이지요.
좋은 가르침에... 저 갑자기 기분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더 잘하도록 글 더 다듬어야겠습니다.
하나의 글감으로 글 써야 하는데 연관되는 것 마구 뒤섞는 버릇이 있어서
시차가 생기고, 내용이 헝클어진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고맙습니다. 꾸벅꾸벅꾸벅.
세상 살어가는 이야기가 제일 영양가있고
순박하지요 ㅎㅎㅎ
이 카페에 방이 아무래도 90~100개 쯤 되겠지요?
제가 오로지 삶방에만 잡글 쓰려고 하지요.
회원들의 글이 알콩달콩하고, 때로는 시크름하고, 더러는 살짝 태워서 쓴 맛도 나지만
그래도 제일 맛있고, 정이 가는 곳이지요.
댓글 잘 달아주시는 장미, 가시장미도 있으니까요.
시골 텃밭에는 찔레도 있고, 야생화 들장미도 있고, 흘장미도 있고, 꽃송이 큰 장미도 있지요.
가시는 있어도 제가 조심하면 덜 찔리거든요.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