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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블랙&화이트 스트라이프 카디건 Eloq, 화이트 팬츠 General Idea by Bum Suk, 블랙 레더 재킷 Suh Sang Young, 플립플롭 Gil Homme, 스컬 링 Sophie by Davis. RIGHT 스트라이프 셔츠, 레이어드한 듯한 화이트 셔츠 Hussein Chalayan by koon. 카고 팬츠 Les Homme by koon, 플립플롭 Gil Homme, 실버 네크리스 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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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원은 지독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일할 때만큼은 허튼 수가 통하는 사람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그렇다. 그래서 그가 웨이트 트레이너로 등장하는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당최 그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톱 클래스 배우 섭외 힘든 건 TV나 잡지나 오십보백보일 텐데, 차승원 같은 배우가 장장 두 달 동안 오락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다니 저게 무슨 조홧속일까. 적당히, 라는 편한 말도 모르나. 그는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는 사람처럼 기를 쓰고 있었다. 그 증세는 전염도 되는지, 출연한 사람들 모두 악착같았다. 덕분에 재미는 있었는데 여전히 이해는 안 됐다. 그러다 영화 개봉 코앞에 두고 TV에 반짝 출연해 민망하게 핏대 올리며 홍보하고 싶지 않았다는 그의 얘기를 들었고, 나는 프로페셔널하다는 말을 떠올렸다.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그만 아니냐고 하는 건, 영화가 팔려야 스태프고 제작자고 먹고살 수 있는 현실에서 사실상의 직무 유기다. 자기 영화에 대한 차승원의 유별난 책임감이 새삼스럽다.
차승원이 자기 영화 홍보에 적극적인 배우인 건 알고 있지만, ‘국경의 남쪽’에는 유달리 공을 들이는 것 같다. 나한테 잡지는 좋아서 하는 일이고, TV 출연은 영화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의 전초전 같은 거고 그렇다. 영화는 특정 계층의 사람들만 보는 게 아니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TV에 출연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차승원의 헬스클럽’을 8주 동안이나 한 것도 영화 홍보 차원이었다던데. 요즘 그렇게 홍보하는 배우가 어딨나? 나는 그 얘기 듣고 이번 영화 꽤 맘에 두나 보다 했다. 천장에 페인트 칠을 한다고 치자. 전체를 칠하기 전에 미리 군데군데 여러 색깔들을 발라놓는다. 다 칠해놓고 나서 이상하진 말아야 하니까. 영화 홍보라는 게 그런 거다. 본격적으로 페인트 칠 하기 전에 미리 발라놓는 거, 그거. CF는 돈을 받으니까 하는 거고, 잡지는 좋아서 한다. TV 출연은 서비스로 하는 거다. 10년 넘게 운동을 해왔고, 그건 내가 제법 잘 아는 일이다. 내가 이러저러하게 하면 좋다, 조언 비슷한 걸 할 수 있는 분야라는 말이다. 나는 목적이 있는 일은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해야 하는 건 못한다. 이번 것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어떻게 하겠나. 그렇지만 기왕 하기로 했으면 기본 이상은 해야 하는 거고, TV는 시청률이 나와야 하는 거고. 그 프로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이든, 찍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사람들이 이 영화 보고 나서 후지다고 할 수도 있다. 그건 보고 나서 얘기하는 거고, 어찌 됐든 배우는 자기가 출연한 영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기준이 뭔가? 이야기가 되는 영화인가 하는 점.
이번 영화는 이야기가 됐나? ‘말이 되는’ 이야기니까. 말이 안 되는 이야기도 많다. 좋은 대본은 하나만 제대로 얘기한다. 그게 안 되면 한 영화 안에 이것저것 다 넣게 된다. 영화를 선택할 때 법칙이 아니라 원칙을 따르겠다는 말이다. 영화 전체도 중요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내가 맡을 역할도 중요하다. 나와 비슷한 점이 있거나, 닮고 싶은 점이 있는 인물이면 된다. 그래야 그 인물의 행동에 대해 이해가 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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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프릴 장식의 화이트 셔츠 MM by Son Sung Kun, 빈티지한 베스트, HTC 진팬츠 San Francisco Market. 화이트 슈즈 Gil Homme, 스컬 펜던트 네크리스 Sophie by Davis, 브레이슬릿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RIGHT화이트 슬리브리스 티셔츠 MM by Son Sung Kun, 빈티지한 체크 팬츠 San Francisco Market, 블랙 슈즈 Prada, 브레이슬릿 Dior Homme by Hedi Slimane. |
어떤 말이 되는 영화인가? 세상을 살면서 작전 짜고 그러면 얼추 내 뜻대로 맞아 들어갈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이미 인생은 어떻게 풀려갈지 정해져 있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뭔가 다를 거라고, 달라질 거라고. 이렇게 될 거라고 짐작하지만, 내일 일도 모른다. 내가 맡은 ‘선호’란 인물한테 사랑만큼 중요한 건 없다. 그걸 지키고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의 노력대로 사랑이 풀려가진 않는다.
자세한 기사는 http://www.ikissyo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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