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동지(冬至)에
▼ 동지 석양
ㅡ 백악산(청와대 뒷산) 뒤편에서
태양이 지고 있다.
(왼쪽에 흐릿하게 백악산이 보인다.)
▼ 하지 석양 / 2014년 하지에
ㅡ 도봉산 원통사 능선 너머로 태양이 진다.
오늘( 2021년 12월 22일. 水)이 태양의 고도가 가장 낮은 동지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태양은 백악산 뒤편으로 지고 있었다.
내일부터는 석양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6개월간 조금씩 북쪽으로
올라가며 지기 시작하여 도봉산 원통사 뒤편 능선까지 이르리니 그
때가 하지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한 번 석양이 오르고 내리면 한 해가 간다.
불암산 품속에서 오랫동안 살다 보니 석양의 그 긴 장정을 무던히도
보아왔다. 당연히 일출보다는 일몰의 장엄함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었고, 일몰이야말로 빠른 일출이란 역설을 펼치기도 했다.
사실 하루의 시작인 0시가 밤이다. '언제나, 늘'이란 의미로 '밤낮없이'
란 말을 쓰지 '낮밤없이'란 말은 잘 쓰지 않고 사전에도 없다. 하루는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보지 않고 하루의 시작으로 보면 밤부터다.
해가 저물면서 하루의 시작을 알리니 곧 그게 일출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깊이 새겨보면 일몰은 없고, 일몰로 생각하는 그 장엄하고,
아름답고, 현란하고, 숙연한 그런 일출만 있는 것이고 말이다.
혼자만의 생각이니 따질 필요는 없다. ㅎ ㅎ ㅎ
오후에 혹 야화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며 길을 걸었다.
불암산은 참 자비 로우시다. 몇 차례 강추위가 쓸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몇 송이 야생화를 만날 수 있도록 해주시니..............
꽃을 찾는 마음을 훤히 알아보시고 베푸시는 그 자비심,
고난 속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꽃을 피우며 본연의 생의 여정을
최선을 다해 밟아가는 야초의 그 마음을 듣고 어이 감격하지 않겠는가.
2021년 동짓날에 석양도 보고, 야화도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2021. 12. 22. / 글, 사진. 최운향
▼ 겨울의 야화는 특별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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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을 회상하며........
동짓달 쑥부쟁이
▼ 사진/ 2007. 12. 27. 불암산에서
그간
너무 떠들고
말을 많이 한 게
너무 부끄럽다고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
동지가 지난 지 얼만데
무량한 자비심의 한 가닥 온기에
몇 송이 꽃을 피우고 홀로 푸른 쑥부쟁이
문득 마주한 반가움에도
보일 듯 창백한 미소만 짓는다.
앙상한 나무 가지 누렇게 말라버린 세상
푸르면 혼자여도 감사해야 한다.
바람 차가운 소리 그 속뜻을 알지만
끝내 떠나지 않는 따뜻한 마음 있으니
초라하게 거적을 두르고 있으면 어떠랴.
뾰족한 가시로 가슴을 더듬는 검은 死神
급소를 찾아 사정없이 누를 때
어느 한순간
자비심의 한 가닥 온기 들리지 않고
바람 소리 보이지 않으리.
본래
마음은 듣는 것
소리는 보는 것
절대
절대 말을 않는다.
2007. 12. 27 / 글, 사진 : 최 운향
글, 사진 / 최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