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집으로 돌아와 산골의 공기에 흠뻑 빠졌다.
그러나 일상은 온갖 잡다한 일들을 숙제처럼 남겨놓고
고장을 알리는 세탁기 사인에 동분서주 하다가 겨우 서비스 직원이 출동을 하여
전문가의 손길로 마무리 되어 다시 힘차게 빨래를 한다.
동시에 밀려놓은 청소를 하고 그동안 눈에 거슬렸으나 손대기 귀찮아 방치되었던
자질구레하고 없어도 될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이미 지친 몸을 쉬어도 모자랄 판에 무슨 일을 벌이는가 싶어 다시 대충 마무리를 짓고
봄볕 좋은 창가에 앉아 책을 손에 들었다.
플레이리스트로 저장된 음악을 틀고 가장 먼저 BTS의 "봄날"을 듣는다.
언제 들어도 좋은 명곡이다...그리고 뒤이어 "BUTTER"를 들으며 앉은 채 동작을 따라 해본다.
그리고 유투브를 통해 보았던 그들의 라스베거스 공연을 떠올리며
새로운 버전의 007을 연상케 하던 퍼포먼스는 물론 기발난 발상으로 자켓을 뒤집어 엮어 춤을 추던 동작을 생각하면서
흐뭇한 미소로 책 읽기에 몰입을 한다.
이우환, 현존하는 작가로서는 최상의 최고의 예우를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대한민국의 으뜸 화가이기도 하여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겠다.
단 그의 이름 그 자체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이우환 갤러리를 찾아가기 위해 비행기 타고 훌쩍.
예정에 없던 여행지로 일본 예술의 섬 나오시마로 찾아갔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고
나오시마섬 곳곳을 다니며 그들이 일궈놓은 예술적 마인드에 감탄하며 부러워 배가 아프기도 했으며
그런 베네세 그룹같은 그룹이 대한민국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삼성가 이건희 컬렉션이 문화적 가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고
전시회에 가보기 위해서는 절대적 예약 솜씨가 필요하다고 하니 조만간 기회를 잡아야 할 듯 하다.
어쨋거나 개인적으로도 이우환의 작품을 대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나오시마의 작품들을 보면서는 이미 경지에 오른 그의 작품 속에 그가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의 절친인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이우환 갤러리는 안도다다오만의 특색을 잘 살렸으며
콘크리트 노출벽을 따라 길게 돌아들면서는 머리속에 내재되어 있던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게 되고
그 길을 따라들면서 참으로 간결하다는 생각에 지배당하였던 기억도 있다.
자연이 품은 건축의 힘은 대단하기도 하고 뻔한 이치의 미술관 발상을 배제 시켰다는 것에 감탄도.
입구에서 만나는 돌탑과 텅빈 방안의 그림 하나, 명상의 방은 이미 방문객들을 압도하고
저절로 고요와 정적과 정리와 이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몸의 느슨함과 여유를 만난다.
그리하여 이우환 갤러리를 찾기 위해 떠났던 발걸음에 자체 박수를 보내기도 했었다.
어쨋거나 요즘 다시 여행이 시작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발길이 멈추었던 모든 곳에 눈과 귀를 열고 낯선 나라로 떠날 기대감에 부풀고
설렘과 흥분지수를 늘리지만 아마도 예전같은 자유로움과 무방비 상황으로 즐기긴 어려울 듯 하다.
그래도 좋다.
집이 아닌, 내 나라가 아닌 곳을 향해 질주하는 몸과 마음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은
이미 다시 코비드 상태가 아닌 즐거웠던 과거로의 여행을 기대하는 것일 터.
그런 까닭에 여전히 여행을 꿈꾸는 채로 여행지를 탐색하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미이자
다음 여행지를 선택하며 만나게 될 새로움에 이미 마음이 들뜨기 시작하지만
글쎄....언제쯤이면 완벽하게 자유로운 날개를 달고 떠날 수 있으려나 싶긴하다.
그래도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차후 여행지로 이집트나 요르단, 이란에 대한 여행 기대치를 높이며
그에 관련한 자료들을 찾아보고는 있지만 그 당분간도 어렵다면 여행전문가 유투버들의 세상 속으로 잠입해볼까나?
하지만 역시 직접 체험하고 발품을 팔며 누리는 여행의 참맛은 다른 이가 전해주는 재미와는 격이 다르긴 할 터.
이제 다시 책을 읽어야겠다.
이우환의 "양의의 표현" 을 읽으면서 그의 작품에 대한 깊이를 더욱더 이해하게 된다.
한국의 옛 물건은 양의적이라는 그의 표현에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형태와 이념이 아닌 물리적 시간의 소멸과 생성의 과정을 반복한다는 말이 되겠다.
그래서 그의 말을 빌려와 이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나는 표현의 결과물보다는 글쓰는 자세,
만드는 일 자체의 터트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것이 삶의 영위의 빛나는 현장성이기 때문이다.
쓰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은 쓰이지 않은 것을 향한 호소이다.
그리고 이 대응의 펼쳐짐이
살아있는 여백 현상을 불러오기를 바란다.
이 스탠스가 표현을 끊임없이 미지로 이끌며,
보다 열린 것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 이우환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살아가는 것은 익숙함의 굴레를 무심히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또다른 의미로 보자면 끊임없이 호기심을 발동하여 그 과정을 누리고 즐기는 것이라고....
하여 개인적으로는 이 어려운 상황이 슬슬 완화되어 지나가기만 한다면
다시 미지의 나라를 향해 호기심을 발동시켜가며 떠날 준비를 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예술의 섬 나오시마와 그곁의 이누지마 섬을 향하고 싶다.
이우환을 다시 만나고 지추미술관, 쿠마사 아요이의 호박시리즈도 만나고 싶다.
더불어 내가 탐험하지 못한 여행지를 찾아 떠나리라....페르시안,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이름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페르시안 계열의 나라들과 다시 한번 가고픈 터어키의 반대쪽 미여행지도 꿈꾼다.
오늘은 아마도 그런 여행 희망사항을 꿈꾸는 것만으로 즐거울 일이겠다.
봄볕이 황홀지경으로 기분좋다.
첫댓글 흐미야 언제 나가 보게될까나~?
생각만해도 설렌다요~!
설레네 설레~!
거기서 만나는 유적도 좋고
예술품들도 좋고, 사람들과
자연들도 좋고 좋지~!
그러게나 말입니다요.
하지만 꿈꾸는 것은 이미 기회가 있다는 말일 터.
기대해 봅시다요.
@햇살편지 유후~~~!